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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어제군.

 

 

시베리아 여행을 위해서 현지 여행사에 숙박, 교통편 등에 대한 문의 메일을 보낸지 한참되었는데 오후에 병원에 가기 전까지도 답장이 없었다. 장사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나 혼자 괜히 성질만 버럭버럭 내고 앉았다. 현지 인터넷 사정이 상당히 좋지 못하다는 얘기를 들어놔서 혹시나 하면서도 말이다.

 

6월 말에 하바로프스크로 날아갈 뱅기표는 예약까지 해 두었는데 이르쿠츠크에서 콱 막혀버린다는 느낌에 '이 놈의 여행! 확 엎어버려?'까지 갔다. 생판 모르는 동네가서 헤매는 것도 나쁠 건 없지만 말도 안통하고 경찰이 깡패인 동네라면 그건 좀 싫거든. 맘에 들게 척척 일이 처리가 되지 않으니 혈압만 오르는 게 아니더라. 난 성격이 진짜 안 좋아.

 

 

혼자서 짜증만 내면서 병원엘 갔다. 손가락에 난 사마귀를 제거하기 위한 냉동치료 방식은,  치료받을 때 아픈 것도 있지만 한동안 손을 쓰기가 무척 불편해서 설거지, 빨래, 청소 등등 일상생활도 지장이 있다. 이것도 적잖은 스트레스다. 그런데 어제는 예상과 달리 담당의사가 냉동치료 그만하잔다. 대신 약을 바르란다. 보험도 안되는 값비싼 치료를 끝내고 손 쓰임새도 불편하지 않을 터라 기분이 좀 풀렸다.

 

하지만 어제는 성격 테스트의 날. 세브란스 전산망이 먹통이 되었다. 진료기록을 로딩하는 것도 한참 걸렸다. 게다가 진료 후에 다음 예약 수납도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병원에서 ERP는 효율적이고 편리하다고 생각치 모르겠지만 결정적 순간엔 병원 기능이 마비된다. 에휴, 세상이 다 짜증나.

 

 

처방전 뽑아들고 약국엘 갔다. 잉? 7만 얼마? 이놈의 사마귀 치료용 약이 무지 비싸다. 보험이 안된단다. 냉동치료값 아꼈다고 좋아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그 돈을 고스란히 바르는 약값에 빼앗겼다. 생명엔 지장이 없어도 부위에 따라서는 일상에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손가락 사마귀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맘 먹은 건 순전히 생활의 불편함 때문이었다.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통증이 있었고, 특히 오른손 검지 손톱 아래 난 사마귀 때문에 손톱 근처가 자주 갈라져서 피도 나고 등등,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 적이 있어서였다. 미용치료도 아닌데 비보험이라니. 사마귀 때문에 수십만원이랑 이별을 한다.

 

 

도로묵. 다시 짜증 모드로 집에 왔다. 집에 두고 나간 전화기에 그새 짝꿍한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학교 동료 선생 커플이랑 저녁 먹으려는데 나오란다. 갔지 뭐. 잘 놀았다. 저녁도 맛나게 먹고 생전 처음 플스방에도 가 보고. 외출과 만남으로 기분을 풀었다. 자, 시작은 개떡같았어도 마무리는 좋게.

 

 

그러나.

 

거대한 바퀴벌레가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유유히 여유를 부리며 거실을 가로질러 기어가는 게 아닌가. 꺄~악! 이놈을 어떻게 처리하지. 저만한 게 나타났다는 건 엄청난 수의 바퀴가 산다는 징후라는 말에 우리집이 혹시 조의 아파트? 우이씨. 왜 똑같은 크기라도 풍뎅이는 친근하고 바퀴벌레는 무서울까. 한참 동안이나 바퀴를 처리 못해 안절부절하다가 뿌리는 약으로 잡았다.

 

이사갈 때가 되었나...

 

 

어제라는 날은 딱 요만큼만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