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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6/10/28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10/28
    가을답게(1)
    말걸기
  2. 2006/10/28
    독특한 요리(2)
    말걸기

가을답게

 

오늘 지지난 밤의 꿈을 이룰만큼 맛난 음식을 먹고 왔다. 영업시간이 정해져 매일매일 장사를 하는 식당이 아니었다. 일주일한 한 무리의 손님만 받아 그날 음식은 그날 만들어 내오는 한정식집이다. 한 아주머니가 운영을 하고 있는데 식사를 대접하고 별채 하우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함께 노래도 부른다. 산책도 하고...

 

산책 하다 '뒤돌아 봐' 하며 찍은 파란꼬리의 사진 둘. 초록빛이 여전히 많긴 하지만 가을은 가을이더라.

 

 

@ NIKON D200 | Nikkor 18-200mm F/3.5-5.6G ED | 55.0mm | 1/45s | f/5.0 | ISO 800

 

 

@ NIKON D200 | Nikkor 18-200mm F/3.5-5.6G ED | 80.0mm | 1/90s | f/5.0 | ISO 800

 

 

두번째 사진은 너무 아쉽다.

 

 

독특한 요리

 

그냥 그렇게 알게 된 아저씨 하나가 있는데 참 독특한 양반이다. 40대에 혼자 사는 아저씨인데 잘은 모르지만 별거하고 있거나 이혼을 한 듯하다. 이게 독특한 건 아니고 어쨌든 혼자 살면서 먹는 걸 즐기는데 직접 만들어 먹는다. 직접 만드는 요리가 독특하다. 그리고 요리를 먹을 때 주변 분위기도 아주 독특하게 꾸며 놓는다. 벌써 '독특'을 여섯번이나 반복했다.

 

어느날 몇몇을 초대해 식사를 차려주었는데, 이 아저씨 못 말리는 게, 그래드 피아노를 상으로 삼고 맛나는 음식을 내다 주었다. 조명도 약간 어둡게 하고 포도주도 한 잔 따라주고. 식사 말미에 커다란 빵을 하나를 맛보게 했다. 사실은 이걸 빵이라 해야 할지 떡이라 해야할지, 촉촉한 감촉에 다진 야채와 고기도 섞여 있었다. 퓨전이라 해야겠지.

 

식사가 끝나니 아저씨는 '놀이'를 하자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제안이라기보다는 가끔 친구들을 초대하면 하는 '놀이'란다. 한 가지 아직 말을 하지 않은 게 있는데 이 아저씨 상당히 부자다. 외모나 행동에서는 부자의 느낌이 없다. 집도 화려하지 않고, 흔한 주택가의 집이다. 물론 거실에 그랜드 피아노 들어갈 정도의 공간과 뭐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큰 부엌이 있긴 하다.

 

부자에는 돈이나 값비싼 보석이 그냥 '물건'에 불과한가 보다. 커다란 별 모양, 아니 톱니 모양의 빵을 굽는데, 뽀족 튀어나온 부분 하나하나에 돈을 접어서 넣고 단 하나에만 보석반지를 넣고 굽는단다. 여럿이 이 빵을 나누어 먹다보면 누군가는 보석반지를 꺼내게 된다. 정말 그 반지가 들어있는 조각을 집어낸다고 해서 그 사람의 것이 될까는 싶지만 행운을 잡은 기분을 들 것 같았다. 이런 행운은 잡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한장짜리 지폐가 위로를 하고. 부자들은 이렇게 노나?

 

아저씨는 이벤트를 위해 빵을 빚어 오븐에 넣었다. 이건 좀 시간이 걸리니 이보다는 짧은 시간에 맛볼 수 있는 요리를 해 주겠단다. 식사도 했고 조금 있으면 보석반지 빵도 먹을텐데 뭔 요리를 또... 흔히 집에서 사용하는 가스렌지보다 넓적한 불 위에 네모난 불판을 하나 얹었다. 그 위에 딱 네모난 용기를 올려다 놓았다. 안에는 뭔가 가득 채워 놓았는데 자그마한 재료들을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냉동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약한 불에 몇 분을 데우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스불의 열기가 가장 늦게 도달할 것 같은 재료 하나를 집어서 맛을 보았다. 1/3을 깨물어 먹었는데 아직 내동기가 가시지 않은 부분을 깨물어 먹은 것이었다. 겉은 쫄깃한 반죽이었고 안은 치즈 같은 것이었는데 길쭉한 찰떡아이스 같은 것이었다. 이게 내동이 풀리고 따뜻해지면 맛있을 것 같았다.

 

말걸기가 아직 덜 녹인 것들이 있다니까 용기에 있는 재료를 다시 꺼내서 바깥쪽 것을 안쪽으로, 안쪽 것을 바깥쪽으로 자리를 바꾸었다. 이 때 이 용기 안에 있던 이런 저런 재료들을 보게되었는데 좀 전에 먹었던 퓨전 떡과 소시지가 많았다. 독특하게도 과일이 있었는데 '알이 작은 거봉'이었다. 대여섯 송이씩 끈어서 넣어두었는데 알은 포도만 했는데 모양은 딱 거봉이었다. 배나 사과는 익힌 걸 먹어보았지만 거봉을 익힌 것은 무슨 맛일까.

 

 

안타깝게도 말걸기는 보석반지빵 이벤트에 참여하지도 못했고 익힌 거봉 맛도 알 수 없었다. 이 포스트의 카테고리는 '꿈 이야기'이다. 꿈은 자주 그러하듯이 결말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어쨌거나 지난 밤 꿈에서는 내내 먹는 꿈이었다. 꿈에 등장한 개도 열심히 먹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