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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우리 모름이가 죽었다. 꿈만 같다.

여러 수업들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집 앞에 남편이 서있었고

주차를 하며 사이드미러로 보니

바닥에 검은 형체가 있었다.

얼른 내려 가보니

거기 모름이가 죽어있었다.

 

지난 여름에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살아났던 것처럼

나는 모름이를 부르고 부르고 부르면서

모름이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랬지만

모름이는 늘어져있을 뿐이었다.

 

서울병원 의사선생님께 전화를 했는데

선생님은 퇴근중이라시며

김포의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다.

모름이의 가르릉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같았다.

 

모름이를 뒷자석에 싣고

나는 집을 떠났다.

모름이가 왔던 길들을 되짚어갔다.

다시 살아났던 서울병원 앞에서 잠시 머물렀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무의도 한방병원 주차장에

오래 서있었다.

모름이의 형제들이라도 있다면

좋았을텐데.

 

그때 피를 토하고 죽어가던 너를 위해

기대없이

하지만 간절하게 기적을 구했던

그때가 그리웠다.

 

모름이가 누워있던 주차장 가운데.

내가 죽은 알고 모름이 뉘었던 수풀.

그곳들을 돌고

차에 올라

모름이가 태어나고 뛰어놀았을

무의도 한방병원과

청룡사 앞길을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낯설고도 황량해서

마치 90년대에 처음으로 갔던

북경같았다.

역시나 황량한 주유소에서

한국말이 서툰 

여성주유원이 넣어주는 기름을 넣고

작은 타일들이 깔린 화장실에 들렀다.

화장실도 황량했고

풍경들도 황량했다.

아마 여성은 무서웠을 거다.

주유구를 닫으면서

어쩔 없이 들여다본 뒷좌석,

얼굴이 뭉개지고 눈알이 튀어나온

비참한 고양이의 시신.

그리고 얼이 빠져있는

창백한 얼굴의 .

 

집에 돌아와

이제는 식어버린 모름이를 묻고

울다 자다 깨어보니 새벽이다.

창밖으로 모름이가 묻힌 곳이 보인다.

 

 

월요일, 마당에서 놀고있는 모름이를 보고

깜짝 놀래켜줄 생각으로

창문을 열자

모름이는 역시 깜짝 놀랐고

그리고 뛰어왔다.

 

들어오고 싶어하던 모름이.

모름아, 너는 번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 뒹굴거려본 적이 없겠다.

잠시 가여워서 같이 있을까 했지만

막내의 눈이 부을까봐

안녕, 하고 손만 흔들었다.

 

때가 너무 그립다.

살고 죽는 사이에

그냥 종이 만큼의

틈도 없는 것같아.

 

처참한 모름이를 싣고

모름이가 우리집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되짚는 동안

나도 그냥 잠시 죽음과 삶의 경계를

다녀온 것같다.

오토바이와 충돌할 했고

사거리에서 트럭이 바로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

살아있으나 죽으나 

별반 다를 .

요즘의 내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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