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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꼬인 글

 http://www.cine21.com/Index/magazine.php?mm=005003025&mag_id=54720

 

일단 이 글을 먼저 봐야한다.

새벽에 잠을 깨면 아기들 깰까봐 몸은 못 움직인 채로 이리저리 공상들을 하는데

한 며칠 이 글에 대해서 글쓰는 상상을 했었다.

꼬인 채로 글을 쓸까, 좀 마음이 풀릴 때까지 기다릴까 기다리다가 깜박 잊었다.

어제 워낭소리 관련 기사를 찾다가 다시 이 글 생각이 났다.

한 번 꼬인 채로 글을 써볼까나..

 

집에 있으면 이런 저런 홍보성 전화가 질리도록 자주 걸려온다.

나는 그냥 조용히 전화를 끊는다.

1년전 쯤, 또 그런 전화가 걸려왔다.

그런데 내 이름을 알았고(대부분 이런 전화는 보험회사나 은행이다) 

그 다음, 한겨레 미디어팀장이라고 하길래 순간 취재요청전화인가 싶었다.

하지만 집에서 쉰지 2년이 넘는데 취재는 무슨 취재? 하고 있는데..

 

묵직한 목소리의 그 남자분은 한겨레신문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독자배가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간절하게 호소하였다.

정말 전화를 끊는다는 게 너무나 미안할만큼.

나는 저녁에 식구들하고 상의해보겠다고 얘기했다.

이 말을 머리에서 짜내느라 정말 진땀이 났다. 

어쨌든 그렇게 통화는 부드럽게 끝이 났다.

 

사실 우리 층에서는 한겨레신문을 보고 있고, 사무실에서는 한겨레21을 구독하고 있다.

필름2.0은 천원이라 장기간 구독을 했지만 씨네21은 3천원이라 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며칠 후 그분이 또 전화를 해오셨다. 나는 그래서 씨네21을 구독하기로 했다.

그동안 씨네21이 아닌 필름2.0을 구독했던 이유는 씨네21이 볼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필름2.0의 세배라는 가격은 시장논리에는 맞지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씨네21을 구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순전히 어렵다는 하소연 때문이었다.

연세도 있으신 분이 그렇게 말씀을 해오시는데

그것도 식구들과 의논하겠다는 거짓말도 정말로 믿으시고 재차 전화를 해오셨는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겨레신문사가 어렵긴 어렵나봐..생각하며.

 



한겨레신문이 창간할 때 오빠는 시험을 봤었고 언니는 주주로 참여하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집에서는 한겨레신문을 구독했었고

그 때 식구들은 한겨레구독이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했었다.

정말 어려운 살림이었는데도 말이다.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길게 하는 건 '김봉석의 독설'을 보다 속이 상해서이다.

 

"........

그렇다면 영화산업은 어떨까? 영화가 중요한 문화이고, 산업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래서 영진위 같은 것을 만들어 매년 수백억원(확인중???)이 넘는 엄청난 지원을 했던 것일 테고. 어쨌건 한국의 영화에 대한 지원은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 못지않다. 그런데

 

지난해 모 영화제에서 만난 한 영화감독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한국은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을 세계에서 거의 최고 수준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독립영화는 외국에 비해 관객과 가장 거리가 멀다. 대강 그런 요지였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국가로부터의 독립이 원칙인 인디펜던트 영화지만 굳이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것까지는 크게 뭐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런 독립영화들이 점점 더 관객에게서 멀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영화만 만들어서? 그게 예술가의 특권이기는 하지만, 공공의 돈을 가져다 마스터베이션을 계속 하고 있다면 과연 거기에 세금을 퍼부어야 할까? 나는 반대한다. 하물며 독립영화도 그런데, 기본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상업영화에 지원을 하는 것은 더더욱 반대한다.          "

 

정말 우리나라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이 세계 최고수준일까?

한국의 독립영화는 외국에 비해 관객과 가장 거리가 멀까?

'가장'이라는 말을 '외국'이라는 모호한 말과 비교하며 저렇게 써도 되는 걸까?

나는 한때 기자였다는 사람이 저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누군가의 발언을 가져와서

그것을 기정사실화한 후에 논지를 전개하는 게 참 이상했다.

심지어 '공공의 돈을 가져다 마스터베이션을 계속 하고 있다'는 식으로까지 막말하면서.

그는 "한국영화건 외화건 상관하지 않고. 그러니 제발 재미있는 영화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문장으로 글을 끝맺고 있다. 

 

처음에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삼성이 영화주간지 준비하고 있나? 김봉석과 부부인 사람은 한겨레에서 중앙일보로 간 후 새 직장의 좋은 점을 예전 직장과 비교해가며 신문에 써올려서 화제가 되었었다.

김봉석이야 프리니까 한겨레가 망하건 말건 자기 일이 아닐거고.

씨네21 구독을 끊겠다는 선언을 하고 그 근거로 김봉석의 글을 들까?

구독기간이 얼마 안남았는데 그게 가능한가? 그래도 한 번 해볼까?

 

씨네21에 대해서 별 기대를 했던 건 아니지만

독립영화에 대한 저런 천박한 이해를 가진 사람이 씨네21 기자였다는 사실은,

그리고 지금도 '김봉석의 독설'이라는 이름으로 지면을 할애받고있다는 사실은

씨네21이 막장이라는 거지. 내가 그 막장잡지를 계속 구독해야겠냐는 말이다.

뭐 어쨌든 사는 게 바빠서 까먹고 말았지만 두고두고 씹어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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