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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의 이웃에서
노동자들의 이웃에서
이제 농부들의 이웃이 됨.
12월 마지막 주는 짐을 빼는 데에
1월의 첫 주는 짐을 옮기는 데에 시간을 다 쓰고 있다.
큰 사무실이 있고 그 안에 방이 또 있다.
대표님이 쓰는 방인데 안쓴다고 빌려주심.
돈대 촬영이 끝나고 포구에 갔다가
남편과 마주앉아있던 남자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통성명없이 꾸벅 인사만 했었던 듯.
친환경농민회에서 일하고
학번이 89라는 것,
이 내가 그 분에 대해 아는 전부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문을 한 개 열고 들어가면 그 분이 앉아있고
문을 한 개 더 열면 내 작업실이다.
문을 닫고 나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다만, 그가 흡연자
그것도 밖에 나가서가 아니라
창문 열고 실내에서 흡연을 즐기는 사람이라서
담배냄새가 난다는 게 단점.
오늘 집에 돌아와보니 옷에서도 냄새가 난다.
......
꽃방석에만 앉을 수 없지.
임신한 고양이가 돌아다니고 있어서
어제 사료를 길목에 두고
오늘 다시 가봤더니
깨끗하게 비워져있었다.
매일매일 사료를 갖고 다녀야겠다.
루시드 폴과 마종기 시인의 서간집을 보다가 옮겨적는다.
"누군가가 그랬지요.
기타줄은 한 줄씩 따로따로 떨어져 있어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줄이 다 함께 붙어 있으면 줄들은 혹 외롭지 않을지 몰라도
더이상 소리를 내고 음악을 만들 수가 없다.
떨어져 있으니까 소리가 난다. 아마도 모든 예술이 다 그럴 겁니다"
세번째 작업실의 사흘째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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