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명랑한 밤걸음

44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5/02
    <미우나 고우나> 마지막회를 앞두고(11)
    하루

2008/05/21

fiona님의 [] 에 관련된 글.

 

남편이 집에 없는 밤. 잠든 아이들 옆에 누워 천장을 보노라면

아주 예전에 그렇게 천장을 보며 홀로 누워있었던 외딴방이 떠오른다.

모두가 잠든 밤이면 그 방이 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렇게 누웠다가 영영 일어나지 못하게 되면 그렇게 나의 관이 될것같았던 그 방.

 

90년에 가출을 해서 선배언니 방에 얹혀살다가 갖게 되었던 내 방.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5만원이었던 그 방.

까치주유소 2층 살림집에 달려있었다.

방을 잘 볼 줄 몰라서 계약을 하고 들어가보니

전구도, 전원 콘센트 꽂는 구멍도 없었고 난방도 안되었다.  

창고로 썼던 곳이라 했다.

주인이 어찌어찌해서 전원을 넣어줬는데 전기장판을 쓰다가 타버렸다.

그래서 두꺼운 이불을 깔고 덮고 잤었던 그 방.

 

그 방을 생각하면 이름모를 언니들이 떠오른다. 나의 이웃이었던 그들.

2층 살림집에는 나 말고 두 집이 더 살고 있었다.

마루를 사이에 두고 두 집이 살았는데

그 중 한 집은 아이 둘을 키우는 살림집이었고

또다른 집은 미아리에서 무슨 일을 하는 남자의 집이었다.

그 남자의 머리는 짧았고 눈빛은 매서웠으며 몸집은 컸다.

내 방의 주인은 그 남자였다.

남자는 전세를 냈고 그 중 남는 창고방을 내게 월세로 준 것이었다.

 

휴일이면 화려하게 차린 여성들이 그 집을 찾아 빨래와 청소를 해주었다.

그녀들은 남자에게 오빠라고 불렀다.

그 남자의 집이 비는 날이면 살림집 아낙은 내게 그 여성들 흉을 보았다.

몸 파는 사람들이라고.

과외를 다니느라 그 앞을 지나쳤던 미아리 빨간불빛 아래 있던 화려한 드레스의 여성과

휴일이면 수다를 떨며 김치를 담그거나 비빔밥을 해먹던 이웃집 언니들이

언뜻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 소 닭보듯 하며 지냈던 것같다.  

 

겨울은 깊어가고 더이상 추위를 견딜 수가 없어서

주인집 남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그 자리에서 50만원을 돌려주었다.

고향이 같다며 반가워하던 깍두기 머리의 그 남자.

 

모두들 잘 살고 있기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