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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2/06
- 2016/02/06 오후 7:48(끝)
여행과 관련한 작업일지는 이것으로 끝.
1. 여행후유증이 생각보다 크다.
문만 열면 방콕일 거 같은데
차가운 강화의 공기.
써야할 글이 네 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훌쩍 흘러버린 논의
:새로운 멤버의 유입으로 이제 나는 없어도 됨. 이 상황이 또 야릇.
이제 여행은 다니지 말아야지.
마지막 밤, 재즈바 <섹소폰>에서의 시간이 카메라에, 폰에, 담겨있다.
방콕의 끈적이던 밤.
2. 12월에 고구마를 먹으려고 봤더니
파릇파릇 순이 나 있었다.
그냥 쳐내버리기가 미안해서 꼭지를 잘라 물에 담갔는데
(처음엔 물에 담갔다가 썩는 냄새가 나는 것같아서
형부가 알려준 실뿌리 만들기 방법을 썼더니 안 썩고 잘 자람)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3. 열심히 살자.
성실하고 묵묵히
어디 떠다니지 말고.
고구마도 저렇게 얇은 실뿌리에 의지해서
살아가려고 애쓰는데
어렵게 내린 뿌리, 더 튼튼해지도록 꼼짝하지 말고
여기에서 숨쉬고 여기에서 노동하고 여기에서 생각하자.
4. 방콕에서 모래시계를 보는데
한의원이 생각났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침을 맞는 순간
나한테 몸이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치료가 깊어질수록
나는 내 몸에 예민해지고
내 몸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
모래시계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해준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날마다 시시각각
유일하고 새로운 순간을 살고 있다.
시간의 모래알을 세는 기분으로 살아가자.
5. 다시 시계.
두 개의 몸통이 마주보고 있고
한쪽에는 검은 알갱이, 다른 쪽에는 흰 알갱이가 흐른다.
일상의 시간과 치료의 시간이 그러하듯이.
한 쪽이 점점 채워지면 다른 한 쪽은 비워진다.
내 시간이 지금 그러고 있다.
6. 아이들은 아프고 나는 쓸쓸하다.
어디로도 갈 수 없으니
어디에도 가지 말고
여기에서 한 치 앞만 보고
가는 거다.
타박타박.
땅에 눈을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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