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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버닝

눈에 불을 켜고

온 마음을 불사르며 몰두하고 있는 건

카메라 구하기이다.

말걸기님의 조언과 격려에 힘입어

p5100, g9, gx100 중에서 gx100을 선택하는 데 한 몇만년 걸린 거 같고

몇 군데 커뮤니티에 하루에도 몇 번씩 출석하여 gx100을 검색해본다.

그런데 어제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27만원이라는 아주아주 착한 가격에 나왔다가 금새 사라져버리고

오늘은 뷰파인더 포함해서 35만원이라는 가격인데

청주 직거래라는 전제 때문에 아무도 안찔러보는 분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청주까지 가진 못하고..청주 사는 친구한테 부탁하려고.

 

그런데 오전 내내 전화를 안 받다가

방금 통화가 되었는데 어린아이가 받는다.

어른 안 계시니? 하며 카메라 얘길 꺼냈더니

아, 오빠 거예요. 한다.

오빠 안 계시니? 했더니...

 

토요일날 군대 갔단다.

 

혹시 오빠랑 연락되면

어떤 아줌마가 카메라 사고 싶다고 꼭 전해달라고 했다.

별 일이 많구나....



글.사진 길영훈

[2007년 8월 / 99호]

compact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GRD에 줌 렌즈가 없어 놓친 장면들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라이카 M8의 구입을 고려해 보기도 했는데, 마침 리코 CAPLIO GX100(이하 GX100)의 출시 소식을 접했고, GX100이야말로 내가 찾던 조건에 가장 가까운 카메라로 보였다. 때마침 일본 출장길에 오른 지인에게 구입을 부탁하였는데 GRD만큼의 만듦새가 아니라는 그의 전화를 받고(그 또한 GRD 사용자이며, 나는 그의 GRD를 보고 구입했다) 일단 구입을 유보했다. 연분이랄까? 그런 일이 있은 지 며칠 후에 포토넷으로부터 GX100의 리뷰를 요청받았다. 물론, 나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약 2주 동안 GX100를 다루었다. 그리고 GX100을 반납하기 하루 전 나는 명동에 있는 한 카메라 판매점에서 GX100를 구입했다. 단 하루라도 GX100의 공백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2대의 린호프 마스터 테크니카를 사용하고 있는 내 생각으로는, GX100의 만듦새는 GRD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다만, 고무 그립의 표면 처리는 GRD가 더 품위 있게 보인다.)

개발자의 말에 따르면 GX100은 다기능의 GX 시리즈와 고화질의 GRD의 장점을 결합한 카메라이며, 초광각에서 표준까지의 줌 렌즈에 대한 요청이 커서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또한 GRD와 GX100의 차이에 대해서는, 나이프를 예를 들어 GRD가‘예리하고 날카로운 나이프’라면 GX100은‘다기능 나이프’의 이미지라고 한다.

GX100이 GRD의 후속 기종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그렇게 보일 만큼 매우 닮았고, 조작성도 사실상 같다. 즉, 셔터 속도와 조리개를 독립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2개의 조작 다이얼(앞부분과 뒷부분 위쪽에 있는), 사진보기/매크로 촬영/플래시 방식/자체 타이머 등을 담당하는 뒷부분의 조정 버튼들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GX100의 촬영 방식은 크게 수동 노출(M 방식)과 자동 노출로 구분할 수 있다. 촬영 방식 다이얼을 수동 노출 방식으로 맞추면, 2개의 조작 다이얼로 DSLR처럼 셔터 속도와 조리개를 독립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포착의 순간 동물적으로 노출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 뒷부분 위쪽에 있는 ADJ 다이얼 자체를 가볍게 누르면 ISO 를 바꿀 수 있는 메뉴가 표시되고, 업다운 다이얼로 AUTO, AUTO-HI(촬영 조건에 따라 AUTO보다 높은 ISO로 자동 설정), 80~1600까지 ISO를 바꿀 수 있다. 이 같은 완벽한 수동 노출 기능 때문에 정해진 조리개와 ISO에서 셔터 속도만 바꾸는 HDRI(High Dynamic Range Imaging) 촬영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이용할 수 있는 촬영 방식 중에는 조리개 우선 방식이 있고(셔터 우선 방식은 없다), 이 역시 업다운 다이얼로 즉석에서 조리개를 f2.5~9.1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사용자 직접 설정 방식도 2개(MY1, MY2) 있는데 이것은 RAW/JPEG, ISO, 측광 방식, 오토 브라케팅 등의 상태를 자신만의 촬영 방식으로 저장해 필요한 순간 즉각 선택해 촬영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면, 나는 99%의 사진을 RAW 방식으로 촬영하는데, M 방식에서 ISO는 80, MY1은 ISO 400, MY2는 ISO 800으로 설정하고, 상황에 따라 M, MY1, MY2를 선택해 촬영하고 있다. 또한, GX100에 새로 추가된 윗부분에 있는 기능 버튼(Fn)에는 ISO, 자동 초점 방식, 측광 방식 등 자주 이용하는 선택 메뉴를 할당할 수 있다. 즉, 어떤 상황도 놓치지 않고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 GX100을‘명품 카메라’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GX100은 GRD 사용자들의 바람이던 24~72mm, F2.5~4.4의 줌 렌즈를 갖추었다. 게다가 광각계는 GRD의 28mm보다 한층 넓은 24mm의 화각이다. 해상도도 813만 화소(3264×2448)에서 1000만 화소(3648×2736)로 약 20% 향상됐다. 무엇보다도 RAW 데이터의 저장 속도가 10여 초에서 약 5초로(Transcend 150x2GB SD 메모리 카드 기준), 현실적으로는 기다림을 느끼지 않는 수준으로 대폭 빨라졌다. RAW로 촬영하면 2GB SD 메모리 카드에는 135장을 저장할 수 있다. GX100은 RAW 촬영을 RAW+JPEG로 기록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JPEG 파일은 쓸모가 없으므로 AW+JPEG 설정 메뉴에서 JPEG 기록 품질을 N640으로 정해 JPEG 저장 용량을 작게 줄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GRD처럼 전용 충전 배터리 또는 2개의 AAA 배터리를(GX100과 GRD의 숨은 장점이기도 한) 사용할 수 있다. 나는 기본 제공 배터리 외에 여분으로 3개의 배터리를 더 구입했지만, 배터리 1개로 2GB SD 메모리 카드를 전부 채울 때까지(일반적인 기온에서) 연속으로 RAW 촬영을 할 수 있다.

 나는 완벽한 카메라를 찾았던 게 아니라 휴대가 간편하고 집 냉장고에 붙일 간단한 프린트에서 갤러리 프린트까지 만들 수 있는 카메라를 찾아 왔다. 

 GX100이나 GRD의 RAW 이미지 품질은 ISO, 적정 노출 여부, 이미지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데, 8×10인치 정도는 빼어난 갤러리 프린트로, 이미지 내용에 따라서 11×14인치에서 30×40인치까지의 프린트도 만들 수 있다. 이미지 내용 외에도 노이즈 제거, 이미지 캡쳐 샤프닝과 출력 샤프닝 적용, 이미지 리샘플링 방법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나는 GRD로 촬영한 아래의 사진을 30×40인치 프린트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진을 30×40인치 크기의 프린트로 만들고자 노이즈 제거와 이미지 리샘플링이 가장 훌륭한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ISO는 400에서부터 휘도차와 컬러 노이즈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나는 ISO를 80~200까지만 설정하고 있다. ISO를 400 이상으로 선택해 촬영했을 때는 선명함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노이즈를 제거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이처럼 GX100이나 GRD와 같은 소위 똑딱이 디지털카메라 또는 똑딱이 RAW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할 때, 특히 샤프닝과 노이즈 제거는 촬영 못지않게 중요한 후반 처리 작업이며, 성취감 높은 결과물로 완성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나는 GX100의 이미지 품질, 기능, 가격에 대해 똑딱이 RAW 디지털카메라의 명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또한, 보석 카메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각대 플레이트 구멍이 배터리/메모리 카드 덮개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배터리나 메모리 카드를 교체할 때마다 나사로 고정한 플레이트를 다시 분리해야 하는 것(Really Right Stuff사의 똑딱이 디카용 Universal Point’n Shoot camera 플레이트라면 어떨지 모르겠다), 렌즈 가리개가 내장식이 아니라 일반적인 착탈식 덮개로 되어 있어 촬영할 때마다 떼어 내야 하고 GX100과 끈으로 연결된 덮개가 촬영 중에 거치적거리는 것(그래서 나는 렌즈 덮개를 떼어 놓고 휴대한다), 그리고 빛이 밝거나 어두운 상황 모두에서 자주 초점을 못 맞추고 렌즈가 오락가락 움직이는 것은 개선이 되어야 한다.
나는 GX100을 외출할 때마다 가방 속이나 슈트의 안쪽에 때로는 바지 주머니 속에 휴대하고 있다. 그리고 필요한 순간 거의 순식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빨리 촬영할 수 있다. 2개의 2GB SD 메모리 카드, 4개의 배터리를 휴대하면 하루나 이틀 일정의 장거리 여행을 완전하게 즐길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USB 케이블로 GX100과 매킨토시를 연결하고 어도비 포토샵 Lightroom으로 가져 온다. Lightroom의 라이브러리 작업대에서 별점, 라벨, 키워드를 지정해 분류와 검색을 완벽히 할 수 있게 한 다음,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골라 Develop작업대에서 차례로 조정과 향상을 한다. 그리고 마스터 샷은 나의 프린팅방에 있는 엡손 스타일러스 프로 3800, 4800, 7800, 9800으로 프린팅한다. GX100에서 시작된 내 작업이 은은한 빛을 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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