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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5/10
    (2)
    이유
  2. 2008/05/06
    그것은, 그러니까, 그야말로, 바로, 사랑의 위대한 실천(4)
    이유
  3. 2008/05/03
    점심 먹다말고 나온 얘기(3)
    이유

나는 내가 보고 싶던 평화를 다 보았네.

사슴 한 마리, 목초지와 시냇물,

눈을 감으면,

사슴은 내 팔 안에 잠들고,

사냥꾼은 저 먼 곳,

자기 아이들 곁에 잠드네.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네> 부분

 

나는 푸른 하늘을 만든 모든 하늘빛 입자들을 사랑한다. 그 하늘빛 속에서 말(馬)들은 유영하고. 나는 우리 어머니의 작은 것들, 가령 어머니가 닭장에 가려고 아침 첫 현관문을 열 때 그분 옷에서 풍기던 커피의 향기를 사랑한다. 나는 가을과 겨울 사이의 들판을 사랑하고, 우리 감옥 간수의 아이들을 사랑하며, 저 멀리 가판에 진열된 잡지도 사랑한다. 나는 우리에겐 없는 그 장소에 대해 스무편의 풍자적인 시를 썼다. 나의 자유란 저들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작은 감옥을 더 늘려 내 노래를 실어 나르는 것이다. 문은 문이다. 그러나 나는 내 안에서는 걸어 나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불행하기도 그곳은 낙원이었다>

 

바닷가에 한 소녀가 있고,

그 소녀에겐 가족이 있고,

그 가족에겐 집이 있고,

그 집엔 창문 두개와 현관문 하나.

바다에는 게임을 시작한 군함이 있고,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들에게 조준하여,

넷, 다섯, 일곱, 모래 위에 투하하네.

소녀는 연기의 가호로 살아남네,

어떤 천상의 가호가 소려는 구하러 온 듯이.

소녀는 비명을 질렀네, 아빠, 아빠, 집으로 가요, 바다엔 안돼요.

그러나 아버지는 대답이 없네.

그는 거기 부재의 고통 속에 누눠있네,

부재의 고통 속 그림자에 휩싸인 채.

소녀의 손바닥엔 피가, 하늘의 구름에도 피가,

소녀의 비명은 저 멀리, 저 높이 바닷가로 날아가네.

소녀는 막막한 밤에도 비명을 지르네.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고,

폭격기가 돌아와 두개의 창문과 현관문 하나짜리 집을 부수어

소녀는 쓸모없어진 이 흉보를 전해줄 영원한 비명이 되었네.

 

-<소녀/비명>

 

또다른 날은 올 것이다, 여성적인 날이,

메타포는 투명하고 존재는 꽉 찬.

다이아몬드와 눈부시게 흐르는 성가 행렬,

가벼운 그림자와 더불어.

아무도 느끼지 못하리라, 자살이나 작별의 욕망을.

.............

또다른 날은 올 것이다, 여성적인 날이,

율동 속에 노래하듯, 인사와 악보 속에 푸르게 빛나듯.

과거 밖에서는 모든 게 여성적이 되리니.

바위의 가슴에서 물이 플러내리리.

먼지도, 가뭄도, 패배도 없이.

 

-<또다른 날은 올 것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을 이어줄 공동체의 끈은 바로 이런 시적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디아스포라의 삶을 종결짓고 대지에 뿔리내리기 위해서는 군사력 증강보다 가족과 친구, 나무와 바람, 가축과 논밭은 같은 민중들의 일상의 평화를 끊임없이 상상하고 기억하려는 시적 저항이 우선되어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만약 견고한 서구 제국주의가 무너진다면 결국 이런 일상의 작은 평화에 대한 염원으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

 

...............

다르위시는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자유와 독립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서로 묶어줄 공통의 끈을 기억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보았다. 떨어져나가면 누구나 쉽게 뿌리뽑히기 때문이다. 한 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광풍 앞에서 서로를 단단히 묶어줄 끈은 바로 자기가 태어난 땅과 사람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을 지키려는 저항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것을 향수라 부르든, 애국심이라 부르든, 혹은 민족주의라 부르든 추상적인 명칭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인류가 처음부터 한 공동체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지키고자 하는 것, 나아가 집요하게 나누고, 가두고, 분열시키려는 힘에 온 몸을 다 바쳐 저항하는 것,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삶의 아름다움을 끝끝내 놓지 않으려는 것, 그것이 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

 

=================

그렇군요. 시란 그렇군요.

처음으로 깨달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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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그러니까, 그야말로, 바로, 사랑의 위대한 실천

일요일에 술먹고 싸웠다.

내가 싸웠다는 것은 아니고 같이 술먹던 부부가 싸웠다.

다시 말하지만 나와 내 남편이 싸웠다는 것은 아니다.

 

잠깐만 당신 얘기 좀 해, 하고 둘은 따로 나가더니 약 십오분 후, 남자가 들어와 물건을 주섬주섬 챙기며, 유감스럽지만 여기서 파해야겠다는 말을 중얼거리고 곧이어 여자는 눈물로 번들칠한 얼굴로 들어와 남자에게 단발마같은 싸늘한 말을 던지고 사라졌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나무랄 것도 없었다.

저것과 아주 흡사한 풍경을 내 자신이 얼마나 많이 연출, 출현하였던가.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내 남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아... 가슴이 얼마나 불칠, 불난리질 하고 있을것인가.

가엾기도 하다. 그러나, 하는 수 있으랴.

부부란 모름지기 싸우며 정드는, 혹은 깊어지는 사이인 것을.

싸우지 않으면 그것은 가짜다.

싸우라, 다만 잘 화해하라.

 

 

문제는 다음이었다.

주섬주섬 물건을 챙겨넣은 가방을 한 쪽 어깨에 걸친 남자는 다섯살 먹은 딸래미를 다른 한 쪽 어깨에 기대게끔 안으며 신발에 발을 꾸겨넣었다. 기분 드러운 중일 것이다. 안다. 그 기분. 그런데 기분 더럽다고 사람이 그러면 안되지. ....... 그 남자는 나의 남편에게 다짜고짜, 당신 그러면 안돼,하였다.

 

뭘?

 

너(너?) 아까 그랬잖아.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그런 말 하면 되는거야?

 

어랍쇼.. 그런데 당황은 내가 하고, 남편은 태연하다.

 

그래, 그래, 미안해, 맞아맞아, 그 남자의 어깨까지 토닥토닥 다독인다.

 

당신, 그러지마, 내가 정신 말짱할 때 다시 한 번 말하겠는데, 당신. 그리고 이거 치워(자기 어깨위 남편 손을 손가락질한다.)

 

 

이 남자, 심했다. 열등의식이 심한 건가. 피해의식이 심한 건가.

아무리 술에 취했기로소니 다짜고짜 이 무슨 시비인가.

그것도 애들 옆에서.

 

나는 당황하고 황당하고 불쾌하여 입에 거품을 물었다.

구르르륵구르르륵..

내 입의 거품을 치우며 남편은 손짓한다. 그만 말하고 보내자는 손짓.

 

남자는 아이를 안고 나간다.

나가면서도, 너, 너, 너를 그만두지 않는다.

 

남자의 아내는 그리고는 집을 나갔다고 한다.

집에 돌아간 남자는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 니 책임이야,를 떠들어댔다.

 

 

 

이번에는 우리가 싸웠다.

 

남편은 이 드러운 똥바가지를 뒤집어 썼는데, 위로하기는 커녕 왜 화를 내냐고 내게 화를 냈고,

나는 내 기분도 더러운 판인데다, 당신을 위로할 마음이 백배하나, 표현을 잘 못 했을 뿐이며, 내가 화난 대상은 그 남자인데 그걸 이해 못 하냐고 화를 냈다.

 

아... 가슴에 불칠, 불난리질이 일어나고 있다.

이 무슨 짓인가. 

내 얘길 저렇게도 못 알아먹는 저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싸움은 감정의 광란이요, 심혼의 피폐요, 인생의 낙오이니, 누가 싸움의 효용을 얘기했던가.

이놈의 악다구질은 지긋지긋하다.

 

 

여자는 월요일 아침에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고나니 그동안 맺혀있었던 게 어느 정도 해소되기까지 해서 좋았다고 까지 했다고 한다.

 

얼씨구..

 

 

그리고 오늘(3일째다).

나는 말했다.

당신 말 다 알겠어. 그리고 백분 이해해. 그렇지만 나의 심정은 이렇다구............................

남편은 말했다.

결국 내가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당사자이잖아. 그런데 당신이 그걸 알아주기 보다는 당신 얘길 자꾸 하는 게 서글펐어. 당신도 그랬잖아. 당신이 힘든 이야기를 했을 때, 내가 논리적으로 그걸 이해하면서, 당시의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잖아. 그럴 때는 오직, 단지, 그러니까, 그야말로, 바로, 가슴으로 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것, 그것만이 필요한거야.

 

그 때 나는 알았다.

 

그래, 그것이다.

 

넌 그렇니? 난 이래.라는 설명이 아니라, 지금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는 이의 가슴을, 그야말로 그 가슴을 같이 느끼고 위로하는 것.

바로 그것이 늘,  내가,  당신이,  우리가,  인간이 갈구하는 것이라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

 

설명, 이해, 의사소통이 아니라, 그 앞단계, 가슴으로서의 공감.

 

(그 후에 설명, 이해, 의사소통이란 의식적, 논리적, 사회적, 세련된 방식이 있는 것일테다.)

 

 

남편은 말했다.

난 사실 처음부터 너무나 당황스럽고, 놀랐고, 화가 났어.

그런데 단지 규민이와 쫑쫑이(그집 딸, 가명)가 있다는 그 사실 하나때문에, 만약 여기서 내가 내 감정대로 행동하면 이 아이들이 크게 상처받거나 충격받을 수도 있다는 염려때문에, 나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누르고 모든 걸 모래로 덮듯 덮어버리려 했던 거야. 어른인 내가 가져가겠다고. 어른들끼리의 문제니 아이들이 없는 어른끼리 가져가야한다고. 이건 사실 크게 칭찬받아야할 용기있는 행동 아니야?

 

 

난 남편의 그 의연한 태도에 남편의 감정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했던 것이었다.

 

듣고보니 그렇다.

그것은 과연 높이 칭찬받아야 마땅할 의연하고 용기있고 대단하고 멋진 행동이었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당신 두애들 데리고 잠깐 비켜줘,하고 대판 싸우는 게 나의 최선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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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다말고 나온 얘기

인제, 우리, 곰탕 같은 거 먹으면 안된다요.

왜애?

몰라? 광우병 걸린 소고기 때문에 먹으면 안돼.

맞어. 먹으면 안돼. 다 안돼. 밖에서 사먹는 건 다 안돼.

어떻게 너 인제? 닭꼬치도 떡꼬치도 다 먹으면 안된대. 알아? 젤리도 먹으면 안된대.

왜애?

젤리 만드는 것 중에 소고기로 만드는 거 있대.

그래, 이제 초코파이도 먹으면 안된대.

다행이다, 난 초코파이 싫어하는데. 난 몽쉘통통.

초코파이도 먹으면 안되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면 안돼.

그래서 난 이제부터 집에서만 아이스크림 먹기로 했어. 엄마가 한살림에서 시켜준대.

아잇, 이명박대통령 때문에 진짜.

이명박대통령은 왜 그래요?

그럼 우리 이제부터 풍물갈 때 다른 길로 돌아가야겠다. 거기로 가면 다 먹고 싶잖아.

이명박이 아니라 이맹박이야.

그게 무슨 대통령이야. 먹을 거 다 못 먹게하고.

그러면 자기는 뭘 먹을까?

아이씨, 이맹박대통령 때문에 정말.

대통령이 뭐 그래, 국민을 잘 살게 해줘야되는데, 이렇게 다 못 먹게 하니.

이, 맹빡이야.

 

(여기서 잠시 밥만 먹던 내가 입을 엶; 얘들아, 대통령도 그만하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

 

(일제히 내게로 고개 돌림) 네? 뭐요?뭐요?

 

너희들 국회의원 알지?

(여기저기서) 네.네.

국회의원의 삼분의 이가 대통령 그만두라고 하면 돼.

오. 그러면 우리동네 문*진 국회의원을 찾아가야겠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뭔데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에서 나왔는데, 지금 한나라당이 국회의원의 거의 반이거든.

아이씨....

거의 반이라고 했죠, 선생님?

그러니까 십분의 사쯤? 백분의 사십구?

그럼 할 수도 있겠네.

동네의 국회의원을 다 찾아가는거야..

 

우리반 정치토론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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