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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초등생 상해사건으로 해임됐던 교사가 재심을 거쳐 복직되었다고 한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성토하는 댓글이 가득하더만...
판단여지에 속하는 징계처분 등은 재량의 자유도가 높은데다 개별 징계사유 뿐 아니라 그간의 근무성적, 상벌 기록, 뭐 기타 등등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되고 당사자의 소청 심사 시의 비굴모드 전환 효과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감경될 여지가 큰 것이 사실이다. 사실 정직 3개월이 그리 낮은 징계도 아니고 근대적인 징계나 형벌의 목적이 복수나 징벌보다는 교화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청심사위원회의 감경이 전혀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개인들을 (때로는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배제시켜 나가고 이를 통해 잠재적 위험 인자들을 위협하는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는 문화이다. 최근 일고 있는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나 "알바"와 "좌빨"이 난무하는 인터넷 게시판, 정치적 공방들이 그러하다. 이처럼 도덕적 비난과 "갈굼을 위한 갈굼"을 통해 상대방이 가진 인격이나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산을 부식시킴으로써 상대방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전술이 난무하는 사회적 균열의 장들을 볼 때마다 가슴 한켠이 답답해지는 이유는 그 과정을 통해서 어떠한 사회적 균열도 적절히 해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중학생이 된 이래로 이른바 "체벌"이라는 것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내가 졸업한 뒤에는 벌점 제도의 도입, 뭐 기타 등등 해서 온갖 제도적 혁신을 시도되어 왔다. 문제는 그 엄청난 논쟁을 거듭한 뒤에도 찬반을 둘러싼 원론적인 이야기들만이 오갔을 뿐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준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인 피해자를 훈계한다며 목봉 등으로 폭행하여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교사가 상해죄로 확정 판결을 받은 것이 90년대 초반, 상습적으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초등학교 교사가 폭력행위 등 처벌법으로 입건되어 구속된 것이 -기소되었는지는 모르겠다.- 2000년대 초반이다. 이처럼 최종적인 권리구제 수단인 사법의 영역에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권리구제가 진행되었을 뿐 사회적인 규범이나 교사 등 관계인들이 준용할 만한 규칙이나 제도 혹은 관행이 형성되는 데는 이르지 못하였다. 그리고 체벌을 둘러싼 문제는 "자질 없는 교사" 개개인의 문제로 남아 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자질 있는" 교사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명시적이건 암묵적이건 그 "자질"의 범주는 서로 상이한데다 서로 대립적이기까지 하니..)
우리가 제도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은 인간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생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질 없는" 개별 교사들을 걸러내는 작업은 사전적(事前的)으로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언제나 불행이 찾아온 뒤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법과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법과 제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인들의 협상과 "타협"이 필요하다. "체벌"을 둘러싼 논란은 상당히 첨예하였고 "전면금지"와 "알아서 할테니 믿고 맡기라"는 입장 대립 사이에서 "불행한 일"은 거의 주기적으로 벌어졌다.
중요한 일은 또다시 같은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사후적으로 "너 너 옷벗고 사과해라", "저 인간을 완전히 보내버려야 된다."는 식의 문제해결은 이제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그 교사의 폭력행위를 그닥 지지하는 마음은 없지만 그 인간을 "완전히 보내버린다"한들 뭐가 어찌 달라지랴... 많이 놀랐을테니 앞으론 안그러겠지.. ㅉㅉ (행위규범이 제도화되지 않은 지금같은 형편에서는 그 인간이 교화되었다고 추정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다른 교사들도 "보고 놀랐겠지"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고.. 그 인간을 파면, 적극적인 수사를 통한 형사처벌, 적극적인 손해배상 청구나 구상 등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완전히 보내버린다"고 한들 별반 효능이 없는 이유가 요거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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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니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받는 반폭력 교육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부가 정보
fes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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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을 만들고 서로 지켜나가는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권을 붕괴시키는 짓이다", "안때리고 못가르치면 니가 선생이냐"는 식의 논쟁이 지속되다 보니 서로 협의나 타협이 불가능하고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사회적인 균열이 대부분 원리주의, 원칙주의에 매몰된 고담준론, 상대방에 대한 도덕적인 비난으로 귀결되면서 문제해결 자체에는 무력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반폭력 교육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다 보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겠지만 당장 지금 벌어지는 말도 안되는 일들을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권리구제의 영역에 방치해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 수용가능한 (체벌을 인정하는)수준"에서라도 체벌 등을 둘러싼 제도화된 규칙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우리는 "100년 뒤의 파라다이스"를 바라고 사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의 지옥"을 면하기 위해 사는 측면도 있으니 말이죠..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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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놀라서 안 그러겠지라는 추정은 그냥 추정이잖아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놀라서 안 그럴 거라고 믿고 끝내지 말고 반폭력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에요. 장기적 감수성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복귀 후 그 사람이 바뀌었을 거라고 전적으로 믿고 맡길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바뀌어야죠. 이런 교육도 함께 제도화되어야죠.인간을 완전 보내지 말자는 본문에 대한 태클은 아니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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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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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넵 태클이라고 생각하고 단 댓글은 아니랍니당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