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교토에서 하루

결국은 집에 돌아왔다. 씨익. 금요일 밤 교토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정말 한번도 안 깨고 다음 날 아침 도쿄역에 도착했다. 바로 나리타 공항으로 향해서 시간 좀 때우다가 내 여정의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렸다. 공항 길바닥에 적혀있는 '천천히' 라는 큼지막한 한글을 보니 한국이구나 싶었다.ㅎ 일본에서 머물며 여러 사람 신세를 많이 졌는데 그 얘기는 차차 사진들과 함께 올려야겠다.

일본 가기 전에는 부모님 더러 공항에 마중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막상 짐짝들 들고 움직이다 보니 픽업이 간절해졌지만 전화를 마땅히 할 방도를 찾지 못해서 결국은 혼자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버스 운전기사가 어찌나 운전을 '잘' 하는지, 오랜만에 다시 보니 마치 운전 묘기를 보는 듯한..ㅎ 영국에 있는 모든 버스 기사들이 일년간 울릴 경적 숫자를 합친 것만큼의 경적을 그 한 명 운전기사가 울려댄 것 같다.ㅎㅎ 급출발 급제동에 거참...

일본에서 한 일주일 머물며 세월아 네월아 놀아댔는데, 이제 다시 일 모드로 돌아갈 시간.. 515가 끝나면 뭘 할지에 대해선 전혀 감이 없지만,, 이런 저런 장기적인 계획들이 많이 생겨버렸다.

교토로 나가 하루 보낸 날 사진들부터 슬슬 올려본다 






목요일에 기차를 타고 교토역으로 나가 하루 버스 승차권을 끊었다. '아라시야마'라는 곳을 여행 카페에서 발견을 했기에 거기에 가자고 했다. 돈을 약간 더 내야하긴 했지만 암튼..
일본틱한 거리 같아보여서 한 컷





일본에 머무는 일주일 정도 날이 매일 화창했다. 벚꽃도 활짝. 이래저래 운이 좋았다. 도쿄에 도착하기 전날까진 비도 오고 쌀쌀했다던데. 여기 아라시야마에도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리 높진 않은 산자락을 끼고 강이 흐르고 그 옆으로 공원과 마을들이 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나온다





주위를 쭈욱 따라 산책을 하다보니 철로를 지나 대나무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왔다.





아마 교토 시가지쪽으로 들어가는 철길이 아닐까





대숲을 따라 쭈욱 산책을.. 다들 '아쯔이'를 연발하는 더운 날이었는데.. 그늘 안은 시원하다





언덕을 좀 오르니 이런 광경이 보였다.  단풍지는 가을에 와도 참 이쁠 것 같다





언덕을 내려와 다시 처음 내렸던 버스정류장 쪽으로 걷는 길..





얕게 흐르는 강물 그 위에 다리, 꽃구경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철학자의 길'로 향했다





철학자의 길이라고 해서 난 널따란 길이 쭈욱 이어진 모습을 상상했는데 막상 보니 조그만 개울을 따라 조그만 길이 이어져 있다. 벚꽃이 절정이었다. 관광객들이 많아서 무슨 사색을 한다거나 할만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지만..ㅎㅎ  '키레~'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왼쪽이 영국에서 만난 테쯔노리, 오른쪽이 테짱 친구 타미요. 타미요는 올 2월쯤 런던 놀러왔을 때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참 재밌는 친구들이다. 5일 정도 머무는 동안 신세를 정말 많이 졌다. 타미요는 소위 말하는 '후리타'의 삶을 살고 있는데 자기 삶을 즐기며 사는 법을 체득한 듯 보였다. 한국과는 시급 수준이 너무 다르니 알바로도 혼자 충분히 먹고 살수 있겠지. 마침 내가 머무는 일주일은 휴가를 냈다고 하는데, 사실 내가 한국에서 알바다운 알바를 안 해봐서 잘 모르긴 하지만 한국에선 알바하는 사람이 일주일씩 휴가를 내는게 가능할 것 같지 않다. 테짱은 영국 건너 오기 전에 훗카이도 농장에서 일을 하다 온 친구인데 다시 훗카이도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부모님이 좀 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진 직업을 갖길 원해서 훗카이도로 갈지 말지 고민 중이다. 사실 그간 내 경험으론 한국에선 '활동가'의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면 이렇게 자유(로워 보이는)롭게 사는 사람들을 보기 힘들었는데.. 물론 테짱 말이 자기나 타미요가 일본에서 특이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긴 하더라만.. 암튼 참 좋은 사람들이다.





사쿠라..키레~
간사이징 일본어를 몇 개 익혔는데..도쿄에 사는 치즈루와 치즈루 언니는 '혼또?' 라고 하는 걸 간사이징은 '혼마니?' 라고 한다. 왠지 간사이 스타일이 더 정겨운 느낌이다.ㅎㅎ





철학자의 길을 따라 걷다보니 은각사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입장료도 있고 시간도 애매해서 은각사는 포기하고 바로 쿄미즈템플? '청수사'라 향했다





청수사에 도착하니 곧 야간입장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낮 입장보다 100엔이 더 비싼 400엔이었다. 벚꽃 피는 기간에만 이런 식으로 개방을 하는 것 같아보였다. 사람들 여기도 무지 많았다. 조명들이 들어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다 운 좋게 일몰을 보았다.





해가 지고 조명들이 슬슬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라시를 안 쓰고 사진을 찍으려 하다보니 사진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입구 쪽에서 올라가는 길에 한 컷





좀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교토 시가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교토타워가 보인다. 교토역이 있는 곳인데 도쿄에서 야간버스 타고 교토역 도착한 날 아침, 5시 반부터 테짱을 만나기로 한 10시까지 기다리느라 무지 힘들었다. 그 넓은 교토역에 벤치가 정말 하나도 없었다. 테짱이 바로 그 전날 밤에 호주에서 오사카 공항으로 날아와 오사카 친구집에서 하룻밤 잔 뒤에 시가로 들어가는 길에 교토역에서 날 픽업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원래는 낮 12시에 보자고 했는데, 치즈루가 고맙게도 테짱더러 10시까지 오라고 '명령'을 해서 난 기다리는 시간을 좀 줄일 수 있었다.ㅎ 낮 12시까지 기다렸을 걸 생각하면..끔찍하다





청수사 올라온 입구쪽을 향해 한컷..





산책길이 생각보다 상당히 길었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가 뒤를 돌아보며 다시 한 컷. 생각해보니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카메라를 들고 다들 비슷한 위치들에서 사진들을 찍고 있었던 것 같다. ㅎ





한바퀴를 쭈욱 돌고 출구 쪽에 다와가니 조그만 연못과 그 주위로 활짝 핀 벚꽃들에 조명들이 함께 있었다. 테짱 말로는 연못 위로 비친 벚꽃의 모습이 장관이라던데..사진기가 문제인지 찍는 기술이 문제인지..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보는 곳마다 사진기를 들이밀며 찍다가 마지막으로 나오기 전에 다시 한번 한 컷..
사실 타미요가 지나가던 기모노 입은 여성분들에게 부탁을 해서 같이 찍은 사진도 있는데..ㅎ





내려오는 길에 골목길 사진을. 센과 치히로 영화에 나오는 거리가 불현듯 생각이 나는..

이렇게 해서 긴 하루를 마치고 다시 타미요 집으로 돌아갔다. 오코노미야끼를 해먹고, 마지막 날 밤이라고 타미요가 썬토리 프리미엄 맥주를 쐈다. 정말 미친듯이 마시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다음날 일어나니 테짱 말이 2시쯤에 잠들었다고 한다.

도쿄 사진과 비와코 호수, 미애의 폭포 사진은 따로 또 올려야겠다
사진을 올리며 인터넷 속도차를 실감하고 있다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