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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의 여파

 

 

정말 대책없었던 여행. 귀국 하루 전날까지도 어떻게 한국에 돌아올 지 결정을 못해서 고민하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 이외의 6명의 사람과 항상 함께 했던,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이동을 하던 여행.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개인들 여럿이 모여 공동체생활을 영위하는, 분위기가

좋을 땐 좋다가도 늘 잠재하는 긴장과 갈등(?)들,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자전거를 타는 순간에야

맛볼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

 

오사카로 가는 배 안에서 마시던 맥주와 소주, 오사카 도톰보리까지 걸어가서 먹었던 타코야끼,

교토의 비오는 거리, 정유진씨 방을 가득 메웠던 우리의 발냄새와 거기서 먹었던 맛있었던 차와 과자들,

교토대학의 학생식당 그리고 식민지기 교육 연구를 한다던 교육학 연구소 건물, 우리밖에 없었던 교토근교의 캠핑장, 비오는 날 힘들게 달려 도착했던 산골 오지의 어느 마을 그리고 그곳에서 맛본 가장 맛있었던 고로케 한입, 여행 시작부터 마지막 비행기에서까지 매일같이 마시던 맥주와 사케.

 

한국 시골 풍경과는 다른 일본 산천의 모습, 도로 주행 방향의 낯설음, 도처에 널린 콘비니와 그곳에서의 간단 식사, 한낮의 따가운 햇살과 새벽에 싸늘한 공기, 캠핑장의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 러브호텔의 음침한 분위기, 나고야의 유스호스텔, 도쿄로 기차를 타기로 하던 날 저녁 둘러보던 호텔들, 새벽에 도쿄 밤거리를 헤매며 숙소를 찾던 기억, 판다 세미나를 했던 클럽의 자욱한 담배연기, 어설프게 생맥주를 따라보던 기억, 막차 시간에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던 기억, 아침마다 일어나서 1층 슈퍼에 나가 로스를 쓸어오는 일, 아침마다 밥을 하던 용석과 나동 오리. 요요기 공원의  자유분방한 분위기, 홍대거리 혹은 신촌 뒷골목 분위기를 연상시키던 코엔지 거리, 남대문 시장을 연상시키던 우에노 어딘가쯤의 무슨 거리까지. 아 그리고 돈키호테에서 흘러나오는 로고송.

 

오늘 아침은 눈을 떴는데 옆에 아무도 없다. 내 침대의 정경에 낯설지 않은 건 여행의 기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일지도. 한편으론 오늘 하루 아무런 일정도 스케쥴도 없다는 사실에 자유로우면서도 무언가 어색함을 느끼는 것은 내가 여행의 기억에서 아직 온전히 되돌아오지 못했다는 반증일까.

 

함께 붙어있으면 조금 거리를 두고 싶던 사람들. 막상 이렇게 또 혼자 있으니 살짝 그립기도 한,

이 복잡한 심리구조. 이번 주말까지는 푸욱 쉬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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