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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관한 짧은 생각

* 정보처리이론에서 정의하는 학습 혹은 교육
“학습자 외부로부터 정보(자극)를 획득하여 저장하는 과정”(127쪽),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학습한다는 것은, 외부의 자극(새로운 지식)이 관련이 있는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홈구멍에 채워지거나 관련을 짓게 됨으로써 새로이 변형된 쉐마(schema)를 갖는 경우를 의미한다”(133쪽), “쉐마의 재구성 과정”(134쪽)

* 학습에 대한 위와 같은 정의를 받아들인 후에 더 나아가 교육을 “다양한 스키마를 갖게 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은 맥락상 타당한 것일까? 여기서의 스키마는 두뇌 안에서 일어나는, 말 그대로 정보처리과정으로서의 기억에 한정된 느낌.
베르그송에 따르면 “지각은 사물들에 대한 내 가능적 행동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다. 신경계가 발달할수록 뉴런들의 수와 조합가능성을 더욱 증가하고, 행동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더욱 넓아진다. 따라서 지각도 풍부(다양)해지는데 결국 ‘기억’은 단순히 암기력의 차원이 아니라 행동양식의 차원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정보처리이론은 학습자의 능동성, 인식과정에서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분명 행동주의와는 대립지점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론이 학습전략으로 적용되면서 결과적으로 단기/장기 기억력을 높이기 위한 단지 하나의 툴로 전락해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기억을 몸을 구성하는 일종의 정체성의 차원에서 파악할 것인가 아니면 두뇌에서 일어나는 기억력의 차원에서 파악할 것인가.
요즘 내가 좋아하게 된 소설가 김연수가 다음처럼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의 현실은 “이제 불안을 갈구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내면적 안전보장의 시대. 다들 더 높이 오르려고 하기보다는 다만 전락하지 않으려는 시대”라고. 그렇다면 정녕 불안이라는 가치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어떤 스키마가 필요한 것인가, 우문을 던져본다. 그런데 한 개인의 가치관을 담아내기에는 정작 정보처리이론에서 말하는 스키마라는 개념이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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