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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을 앞둔 요즘의 일상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날까지 이제 약 3주 정도 남은 셈이다. 비자 발급 받는 게 못내 불안해서 도쿄에서 일찍 돌아왔더니 일상은 지루할 만큼 한가하다. 핸드폰을 습관처럼 열어보지만 하루에 한 통 이상 연락 오는 날이 없다. 여행 돌아온 직후에는 무언가 불안해서 사람들을 만나려 했지만 정작 만날 친구가 별로 없다. 대학에 처음 들어와 사람들을 만날 때, 선배가 되어 새내기들을 만날 때의 자신감들을 떠올리다보면 마치 그 때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극도로 방어적이 되었다고 해야할까. 일본 여행 가기 전까지도 종종 만나서 놀던 친구들인데도 지금 만나려는 생각을 하면 움츠려들게 된다. 그래서 익숙한 사람만을 찾게 되는데, 익숙한 관계에선 무언가 새로운 활력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구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족이든 애인이든. 함께 여행을 갔던 아랫집 사람들이 편하긴 하지만 여행 때 너무 붙어있어서 그런지 아직 그렇게 보고싶단 생각은 안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서대문까지 나가는 게 귀찮아져버렸다. 결론은 혼자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거다.

 

비자를 접수하러 갔던 영국 비자 센터 머시기 하는 곳의 느낌은 썩 좋지 않았다. 듣기론 파견직 비스무레한 한국인들이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라는데 들어가는 입구에서 온 몸을 수색당하고 가방마저 이 잡듯 수색을 당하고 나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일본 들어갈 때 지문 찍은 것처럼,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웬만큼 모른 척 지나가야지 하는데 내 가방을 하나하나 거칠게 뒤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곱씹을수록 아니꼬왔다. 소지품 검사의 법적근거가 뭐냐고 말한마디 해볼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지만 내 소심함에 쉽게 말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혼자 끙끙 앓거나 다른 사람에게 한풀이 하거나. 쨌든 비자 신청까지 하고 나니 요 며칠은 그냥 부웅 뜬 기분이었다.

 

영국가서 생활할 때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인터넷으로 뒤지며 살까말까를 고민하는 중이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가격 비교도 해보고. 그러다보면 시간이 어느 새 훌쩍. 눈도 침침해진다. 이민가방을 뭘로 살지, 옷 신발은 뭘 들고 갈지, 머리는 어떡할지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하면 할수록 피곤해진다. 아무래도 혼자 어딘가로 훌쩍 옮겨지는게 불안하긴 한가보다.

 

며칠 전에 천하장사 마돈나를 봤다. 이 역시 한참 쇼핑도 아닌 서핑도 아닌 것을 하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요즘 읽히는 책도 별로 없고, 예전에 다운 받아 놨던 영화 중에 골라서 보게 되었다. 효웅이 생각이 많이 났다. 떠나기 전에 여주에 한번 더 들러야겠다.

 

이번 주부터 일정이 약간씩 바빠질 듯 싶다. ㅁㅅ도 만나고 지영이랑 여행도 갔다오고 전없세 엠티도 가자면 가야하고 계속 만나자 만나자 못 만난 사람들도 봐야하고. 허허. 혼자 있으면 심심하고 바쁘면 또 뭔가 불안해지고. 이 상반된 감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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