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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내 발바닥

"저는 대안을 말하지 않아요. 아니 못합니다. 왜냐면... 천성산을 뚫는다는 말에 이미 너무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대안이라는 건 결국 천성산 대신 다른 데를 뚫거나 다른 곳을 지나가라는 소리잖아요. 제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에 그 상처를 다른 누군가한테 안길 수가 없어요."

스님이 계속 말씀하신다.

"천성산은 정말 아름다워요. 고속철도 분들도 막상 오셔가지곤 '이 산을 뚫어야 하나' 하고 영 못 내켜 하세요. 그런데, 간혹 도로나 철도의 경제적 가치를 말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것과 산과 늪의 가치를 비교하시는데요, 저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천성산이나 천성산 속의 늪만이 귀한 게 아니고, 산이든 늪이든 들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우리 주위에 있는 무수한 존재들이 다 귀해요. 그런데, 어떤 한 존재의 가치는, 단 한사람이라도 이게 정말 귀하구나, 하고 그 숨은 가치를 알아본다면, 그 한사람이 알아본 가치를 어느 누구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또 그 어떤 존재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그런 한 사람이 나타나기 전에는 어떤 사소한 존재라 해도 우리가 그 숨은 가치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해요. 그러니 사소한 존재라고 할 게 아니라, 그 숨은 가치가 드러날 때까지, 아니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죠. 저는 고속철도가 천성산을 뚫지 말고 우회하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천성산이 살겠다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면, 어느 누군가에게 너무도 귀할수 있는 어떤 숨은 가치를 훼손시키라는 말이잖아요."

-김곰치, <발바닥 내 발바닥>, "생명의 대안은 없다" 中, 53-53쪽.

 

 

* 주로 녹색평론에 그간 실린 글들의 모음집인데, 문장이 길단 생각이 들면서도 읽는데에 이상하게 읽는 호흡이 끊기진 않는다. 문장을 길게 쓰면서도 쉬 읽히도록 만드는 것도 하나의 능력인 것 같다. 난 그래도 짧은 문장을 써버릇하며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한동안 기억에서 잊혀져가던 새만금과 천성산 얘기를 다시 읽게 되니 좀 부끄럽기도 하고 내 삶의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반추해보는 계기도 되는 것 같다.  KTX는 정말 타지 말아야겠단 생각.

 

*바이오리듬이란 것이 진짜로 존재하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몸상태가 차분하지 못하고 뭔가 불안하며 부웅 떠있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약속이 많아질 때,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거나 교류가 뜸하던 사람들의 연락이 공교롭게 몰릴 때, 제대로 쉬지 못하고 무리를 좀 했을 때 그런 느낌들이 찾아든다. 좀 쉬려면 주말까지 버텨야 할텐데, 내일 연습모임에 참석해서 기운도 받고 차분함을 찾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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