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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mperial War Museum

오랜만에 올리는 사진들인 것 같다. 금요일 밤 안드레아스, 안드레아스 남친 안센, 하비엘 그리고 쥴리앙과 예정에 없던 술자리를 가지고 나서 토요일 하루 종일 뻗어버렸다. 원래는 토요일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하는 계획들이 있었는데 침대에 누워있다보니 온갖 핑계들로 애초의 계획들은 그냥 다음 토요일로 미루어버렸다.-_- 금요일 밤 마지막으로 들른 펍은 내 기억이 맞다면  st peters 라는 오르가닉 펍이었는데 메뉴판에 자신들이 어떠한 점에서 언제부터 오르가닉 정책을 펴왔는지를 자잘하게 설명해놓은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허나 그 중에 자신들이 동물의 모든 부위를 낭비하지 않고 소비한다는 멘트에는 약간의 메스꺼움도 들었다. 암튼 금요일 밤의 마지막 잔은 데낄라로 마무리를.. 안주 없이 먹는 이 동네 술값이 먹다보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불어나곤 하는데 요즘은 보통 한번 펍에 가면 10파운드씩은 꼭 쓰게 되는 것 같다.





토요일 오후, 이스라엘 전쟁에 반대하는 데모가 트라팔가 광장에서 있었는데 갈거냐는 안센의 문자를 받고나서 좀 고민하다가 그냥 집에 있겠다고 했다. 후회가 살짝 되기도 하지만 대신에 친구들하고 통화를 많이 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시차때문에 친구들하고 맘놓고 편히 통화를 하려면 여기선 오후 한나절을 그냥 포기해야하는 것 같다.

암튼 일요일인 오늘은 미리 약속이 되어있던 이 동네 전쟁박물관으로 향했다. 위 사진은 뮤지엄 앞에 놓여있는 영국 해군 미사일을 옮겨다 놓은 모습. 날씨가 참 좋았다~





해군 미사일 세워진 곳에 써있는 문구. 뭔가 코믹해보인다. '신성한' 전쟁의 도구에 붙어있는 '올라타지 마시오'라는 문구라니. 함께 있던 마틴 아저씨가 연신 웃어제끼며 이거 사진찍어서 5.15에 어떻게든 써먹으라고 하길래 한컷..ㅎㅎ





시내 한복판이더라도 어딜가나 녹지가 있는 런던의 풍경이 나중엔 살짝 그리워질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뮤지엄 앞 정원의 모습들,,





1차 대전 즈음에 런던에 다니던 버스의 모습이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버스가 프랑스로 군인을 수송하는 데에 쓰여서 여기 박물관에 있는 거라고..





내가 맞게 들었다면, 영국은 다른 나라보다 늦은 시점인 1차대전 도중에 징병제가 도입됐는데, 징병제가 시작되기 직전인 1차대전 중 영국 전역에 뿌려지던 모병 포스터들이 많이 전시되어있었다. 이러한 모병광고에 대한 호응이 높은 편이었다는데, 나중에 징집된 군인까지 해서 총 1차 대전에 참여(혹은 동원)된 군인이 무려 370만명이란다..





딱 보고 반가웠던 섹션.. 1차 대전 중의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설명도 되어 있었다. 이걸 보고 나니 괜히,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엔 가보지 못했지만, 왠지 한국보단 전쟁에 대한 기억 방식이 그래도 여기가 조금은 더 객관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_- 총 16,000 쯤이었나, 그 중의 병역거부자중에 대부분은 비전투 부대에서 종사를 했고, 'absolute objectors' 1500여명 정도는 결국 다 감옥에 보내졌다고.. 병역거부자들의 편지나 친필로 남아있는 주장 혹은 병역거부 신청서들이 같이 전시 되어있었는데, 그 중에는 WRI 초창기 멤버의 편지도 있었다. 4.3이나 5.18의 기억이 국가에 의해 전유되는 부작용도 크지만, 한국의 평화운동이 역사가 쌓이면 언젠가는 이처럼 대중에게도 기억될 수 있는 날이 오려나 싶었다.. 바로 엊그제 군의문사위에서 발표한, 70년대 국가폭력에 의한 여호와의 증인들의 사례가 나오던데 그들의 이야기도 언젠가는 국가에 의해 오히려 추앙 혹은 기억이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아직은 너무나 먼 얘기같지만..





2차 대전 종료 후 냉전 시대 펼쳐졌던 반전운동에 대한 소개들도 있었다. 핵무기 반대 운동들이 많이 보였다.한국은 한국수자력원자력과 같은 기관이 앞장서서 핵발전소 캠페인을 하고 그에 대한 시민 사회의 반응은 거의 없는 편인데, 예컨대 여기서 핵발전소의 경우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는 듯하다. 그래서 여기가 '선진국'인건가..





예전에 헤이스팅스에 있던 어학원 선생 한분에게 들을 얘기였지만 2차 대전 이후 공식적으로 영국 군인이 각종 분쟁에 연루 되지 않은 적이 단 1년에 불과하단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박물관에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에 참여했던 영국군의 역사가 쭈욱 자열이 되어있다. 그 중에는 한국전에 대한 파트도 있었다.





안드레아스는 박물관 미술관 이런 걸 질색을 해서 오늘 함깨 하지 않았다. 2시간 생각하고 둘러봤는데 공습 체험도 해보고 여기 저기 보다 보니 둘러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예전에 '메리크리스마스'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영화의 소재였던,  1차 대전 중 첫번째 크리스마스 기간중에 있었던 영국 독일 군인 사이의 비공식적인 휴전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어서 재밌게 보았다. 박물관을 돌아보고 워털루역 철로 아래 있는 펍으로 갔다. 예전에 소방서였던 자리인데 지금은 펍 겸 레스토랑겸 쓰이는 곳이라고. 분위기도 좋고 괜찮았다.^^ 다음 주엔 마틴 아저씨가 런던 브리지를 보며 술한잔 할수 있는 펍에 데려가준다고,,ㅎㅎ





오늘 함께한 마틴 아저씨, 하비엘, 쥴리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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