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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실까 말까 한 50번 정도 고민하다가 결국 냉장고에서 캔 하나를 꺼내오다. 오늘 저녁은 감자전에 다시 도전, 이 정도 맛이면 저번보다 훨씬 더 나아진 것 같다. 감자를 강판에 열심히 갈다가 막판에는 팔이 너무 아파서 부엌 어딘가에 믹서기가 숨겨져 있는데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어쨌든 이 동네에서 파는 빵 만들 때 쓰는 밀가루로도 맛이 괜찮게 나와서, 앞으로 종종 붙여먹게 될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산책 삼아 놀러간 모리슨에서 인도 난을 보았다. 큰 거 두 장 한세트에 1.19파운드, 두 세트 사면 1.5파운드. 그 주변에서 잠시 서성이며 살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다음에 사기로 결정. 8월 초까지는 그 가격에 판다고 하니 끝나기 전에 한번쯤 사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올 봄이었던가, 오리랑 함께 노춘기 쌤 일로 고대병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인도 레스토랑 생각이 났다. 비가 주적주적 내리던 날이었는데.
저녁 먹고 8시쯤 모리슨에 가면 사람도 별로 없고 슬렁슬렁 돌아볼 수가 있다. 학교 끝나고 4시 5시 이때쯤 가면 저녁 먹기 전에 장보러 온 사람들로 무척이나 붐비는데, 저녁 먹고 나서는 그러지 않아서 맘에 든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임박해서 싸게 나온 것들 중에 괜찮은 간식 거리들을 건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고른 건 ‘pecan plait’이라고 적힌 파이였다. 사전을 찾아보니 무슨 미국 땅콩 종류인 것 같은데, 씹히는 맛도 있고 달달하니 맥주 안주로 딱인 것 같다.
오늘 아침엔 무려 5분정도나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이 지역 도서관에서 빌린 멋진 책을 방에 모셔만 놓곤 읽을 시간을 못 찾고 있는데, 아침에 해도 일찍 뜨고, 그 전날 늦게까지 노느라 못 자는 일도 없으니 아침에 약간만 더 일찍 일어나서 책을 보고 여유있게 점심 도시락도 만들면서 학교에 여유롭게 걸어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거 원 아침마다 종종 걸음으로 걷다보면 서울 살 때 바삐 전철타러 걸어가던 거랑 별 다를바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머쓱해진다.
상쾌하게 도착한 월요일 아침, Ian 이라는 동네 할아버지처럼 구수한 선생님이 날 보더니 반이 옮겨졌다고 다른 교실로 들어가라고 말해줬다. inter에서 upper-inter로 옮겨진건데, 나름 레벨업이어서 내심 긴장을 했는데, 생각처럼 수준이 확 높거나 한 것 같진 않았다. 전에 같이 살던 하우스메이트가 얼핏 봐도 나보다 영어가 서툰데 레벨은 나보다 높은 반에 있던 걸 경험해서 그런지 이 학원에서의 레벨이 크게 의미있게 다가오진 않는다. 다만 느낌에 왠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전처럼 편하게 물어보기 약간 뻘줌한 느낌은 있는 듯 하다. 물론 내가 모르는 단어는 다른 학생들도 다 모를 거라는 이유없는 자신감이 있긴 하지만.-_-;;
하루에 한번씩은 꼭 불쑥불쑥 찾아드는 외로운 감정들을 어떻게 대면할 것인지, 지금 여기서의 가장 큰 화두인 것 같다. 외로움, 한편으론 지금 내가 왜 여기 있는가에 대한 질문들.
일요일 아침 7시. 아래층에 살던 한국 분이 히드로로 떠나다. 너무 쉽게 정을 준건가 후회가 찾아온다. 아니야. 그래도 좋은 사람 만났던 거지. 헤어질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더 쉽게 친해졌는지도 모르겠고. 새벽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 물건을 전달받고, 급 센티해져서 타이핑을 시작하다. 벌써 내가 여기서 한달 반 정도 있었고 앞으로 있을 날이 5달이 채 안 남았으니, 나에게 남은 시간도 왠지 쏜살처럼 가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불쑥 들면서 그 때 되면 아쉬워서 홈스맘과 어떻게 헤어지나 싶은 느낌도 잠시 찾아든다. 여기서 떠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내가 여기서 머물 시간도 빨리 지나가버릴 것을 미리 아쉬워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여튼 여기와서 그나마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사람이 가버리고 나니 급 허전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부터 또 다시 학교에 오는 새로운 사람들과 좋든 싫든 만남을 시작해야겠지. That’s life.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금세 또 헤어지고.. 여전히 사람을 만나는 방식에 관한 모드 전환이 잘 안 된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의외로 쿨하지 않은 모습을 발견했을 때, 퍽이나 당황스럽다.
7월 10일
플랏으로 옮긴지 2주가 다 되어가나보다. 아침마다 일어나는게 정말 고역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학교 수업에서 건질게 많구나 생각이 드는건 다행인데,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는 건 너무너무 힘들다. 고3 수험생때도 아니고, 이미 내 몸은 자유를 맛본지 오래라 쳇바퀴 돌 듯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비슷한 패턴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것을 버거워하고 있다. 자꾸 교실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고 지각도 여러 번 했더니 결국 며칠 전에는 헤드티처의 호출을 받았다. 내가 내 돈 내고 다니는 곳인데, 마치 어린애 혼나듯 취급을 받는게 썩 유쾌하진 않았다.
올드타운에 조그만 카페에서 아침부터 오후 5시정도까지 일할 사람을 찾는다던데, 솔깃했다. 아무래도 돈 버는 일은 절대로 늦거나 빠지진 않을 테니 말이다. 주말만 목빠지게 기다리는 일상을 살고 있으려니 적잖이 답답해진다. 그렇다고 주말에 딱히 즐거운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오후 클라스 선생 파블로가 오늘 수업 시간에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일주일에 3일만 일하게 하고 일요일엔 자동차 운행을 금지시킬 거고 전기도 없이 생활하도록 만들거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너무나 공감을 해버렸다. 러블리 파블로. 지난 주에 시작한 투어 드 프랑스 자전거 대회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고 한다. 내가 관심을 보였더니 가디언 스포츠 지면을 통째로 보라고 주더라.
수업시간에 공손하게 편지쓰는 법 이런 걸 배웠는데 홈스맘한테 그걸 써먹어서 메일을 띄웠더니 답장이 왔다. 이번 주말에 밥먹으러 놀러오라고 한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캠브리지에 결혼해서 살고 있는 딸인 안젤리가 이번 주말에 놀러온다고 겸사겸사 얼굴을 보잔다. 결정적으로 놀러왔다가 내가 돌아갈 때 들고갈 케익을 만들어 놓겠다고 하니 감동을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가 없다. 생각만해도 기대된다.
Thanx god it’s Friday tomorrow. 하루만 더 참으면 주말이니 내일 아침은 꾹 참고 제때 일어나보자, 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7월 4일 불쑥 나온 배
오늘 샤워하고 거울을 보다가 멈칫했다. 늘상 봐오던 내 체형과는 어딘지 모르게 달라보이는 거다. 갈비뼈 아래 부분으로 늘 쏘옥 들어가 있던 뱃살이 오늘 보니 예전보다 앞으로 더 도톰하게 나와있는 거다. 홈스테이 살면서 저녁마다 워낙 잘 먹고 많이 먹어서 위장이 퍽이나 많이 늘었다는 건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살은 쉽사리 안 찌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쑥 나와버린 것만 같은 배를 보고 나니 살짝 아니 급 당황..
여기 와서 버터를 너무 먹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많은 칼로리를 다 소비할 만큼 운동을 하지 않아서일까. 자전거 타고 여행 다닐 땐 그렇게 먹어대도 오히려 군살이 빠지는데, 여기서도 하루에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다닌다고 자전거만큼은 못 미치나보다. 찌려면 볼 살이나 좀 쪘으면 좋겠는데. 여기 플랏에 몸무게 재는 게 있긴 있는데, 단위가 달라서 내가 지금 얼마나 나가는지 종 잡을 수가 없다. 대충 짐작되는 단위를 찾아서 곱해봤지만, 다 너무 터무니 없는 숫자들이었다.
오늘 저녁은 또띠야를 사와서 싸먹었다. 이쯤 되니 자전거 타고 유럽 캠핑장을 돌면서 해먹던 식단들을 거의 다 재현하고 있는 듯싶다. 쌀만 있으면 좀 더 후딱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여기 쌀은 먹어볼 엄두가 안 난다. 이 작은 도시에도 한국 쌀이랑 비슷한 쌀을 살 수 있는 곳이 어딘가에 붙어있다고 하는데 거기까지 몸소 찾아갈 만큼 밥이 간절하진 않은 것 같다, 아직은.
인터넷을 쓰려면 큰 맘 먹고 도서관으로 걸어 나가거나 노트북을 낑낑대고 들고 가야하니,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금쯤 되니 역시나 또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까짓거 나중에 쓰지 뭐 하는 심리에 압도되고 있다. 인터넷이 안 되니 티비도 없고 완전히 세상 소식과 단절된 채로, 혼자 세월아 네월아 장도 보고 저녁을 해먹고 맥주도 홀짝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또 이렇게 자판을 여유롭게 두드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한국에선 퍼뜩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떠올리면 바로 문자를 찍어 보낼 수 있었는데, 여기선 그게 불가능하니 그 점은 가끔 좀 많이 아쉽다. 음.
7월 2일
- 세탁기가 너무 사랑스럽다. 이 동네는 세탁기가 부엌에 딸려 있는데, 지금 사는 집은 건조대도 천장 높은데다가 리프트처럼 올릴 수가 있어서 저녁 먹고 설거지 하기 전에 세탁기를 돌렸다가 대충 씻고 정리하는 동안에 끝난 빨래들을 바로 천장으로 올려보낼 수가 있다. 한국에선 드럼(트롬?)세탁기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여기는 모든 세탁기가 드럼 세탁기이다. 싱크대 찬장 밑에 살포시 들어 앉아 열심히 작업을 수행하는 세탁기. 옵션도 다양해서 이것 저것 실험(?)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버튼을 누르면 뚝딱 군말없이 돌아가는 세탁기. 이렇게 말하고 나니 문득 박민규의 어느 소설이 생각날 것만 같다. 불쑥, 나동과 용석이 추천해주는 소설들이 그리워진다.
- 오늘 점심은 여기 한국 학생들 몇몇과 함께 내 플랏에서 카레를 해먹는 것으로 때웠다. 오뚜기 카레 가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밥이 에러긴 했지만 아무튼 맛있게 냠냠 헤치워버렸다. 음식을 해먹으면서 나날이 이 곳의 살림용품들 특히나 주방용품들의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 적응이 되고 있다. 처음엔 낯설던 것들도 이제는 그것들의 배치 하나하나가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묘한 짜릿함마저 든다. 허허
- 매번 장보는 비용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걸, 오늘 가계부(!)를 쓰면서 깨달았다. 처음엔 초기 정착비용이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또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홈스테이 하면서 홈스맘의 영향을 받아 시나브로 좀 더 푸짐하고 그럴듯한 음식들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서 그런 것 같다. 쑥쑥 줄어들어가는 지갑을 보면서 가슴 한구석이 에려 오지만, 잘 챙겨먹어야 한다는 욕구가 아직은 워낙 압도적인 것 같다. 사실 집에서 엄마가 살림하는 것에 비하면 난 발톱 떼에도 못 미치겠지만, 스스로 잘 살고 있다는 생각에 므흣해진다. 좀 더 너스레를 떨자면,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지 않고도 스스로 내 먹을거리를 요리한다는 생각에 또 한번 므흣. 모리슨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마트에서 수천가지 물건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개인이 되는 듯한 착각이 허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듯한 경험은 꽤나 달콤한 맛을 선사한다.
- 어제는 홈스맘 아들 조나단의 노래를 들으러 올드 타운의 한 펍에 찾아갔다. 기네스 한 병과 라거 파인트 하나 밖에 안 마셨는데 그걸로만 도합 6파운드. 한국에서 맥주 500cc 가격을 생각하면 속상하지만, 러블리 조나단의 노래를 지칠만큼 오래 들을 수 있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지난 일요일에 가든에서 놀면서 어느 순간에 조나단이 기타를 들고 노래를 몇 곡 부르고 나서는 지금은 술을 마셔서 제 실력이 아니니 펍에서 자기 노래를 들으면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상 가서 보니 조나단의 모습은 프로페셔널의 모습을 넘어 어느 순간엔 에너지를 몽땅 다 써버리고 쓰러질 것처럼만 보여서 보기 안쓰러운 감정마저 들었다. 그러면서 든 상반된 생각 두 가지. 세상 어느 일이나 돈 버는 일은 쉬운 게 없구나. 한편으론, 회사를 다닌다거나 어딘가에 직접적으로 고용되지 않고도 좀 더 자유롭게 돈을 버는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 홈스맘의 말에 의하면 조나단은 어려서부터 기타치고 피아노치고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했단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다.
- 한편으론 얼른 알바를 구해서 돈도 벌고 영어도 더 자주 듣고 말하고 싶은 생각도 크지만 다른 한편으론 매일 무언가 스스로에게 핑계를 만들어 가면서 알바 찾는 것을 게을리 하고 있다. 이러다 정말 잔고가 엥꼬에 좀 더 가까워지면 좀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게 될까…?
6월의 마지막 밤
어제는 일요일. 홈스테이에서의 마지막 날. 조나단과 조나단의 10년지기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가든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다. 나를 위해 특별히 베지테리안 소시지도 준비해주시고, 정말 화창한 날씨에 맛있는 음식,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오후 5시쯤부터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해서 밥을 먹으면서는 와인으로 전환, 몇 병을 비웠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아무튼 제대로 취해서 새 플랏으로 어떻게 들어와서 어떻게 누워 잤는지도 가물가물하다. 홈스맘은 그냥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는데, 마음이 살짝 흔들렸지만 꾹 누르고 플랏에서 얼른 또 새로 정을 붙이기로 마음 먹었다.
어제는 기분 좋게 적당히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아침에 어찌나 머리가 아프던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숙취였다. 덕분에 또 학교를 빠졌다. 지난 목요일 빠지고 금요일 나가고 다시 월요일 오전 수업을 빠지고. 이거 원 참. 지금 여기가 얼마짜리 학굔데 하는 생각은 항상 나중에 든다. 이번 주 다음 주는 결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착실한 자취생이 되려고 나름 열심히 노력중이다. 거의 혼자 사는 거나 다름 없어서 편하긴 하지만 사람이 조금 그립기도 하다. 울컥 울컥 올라와서 나 몰라라 밥도 안 챙겨먹을까봐 스스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오늘 처음 혼자 저녁을 만들어 먹고 나니 맘이 조금 놓이는 기분이다. 세탁기도 처음 돌려봤는데, 어떻게 다루는지 대충 파악이 된 것 같다.
월요일 저녁엔 항상 웰커밍 파티가 있는데, 하필 ‘프렌치’라는 펍에서 늘 하기 때문에 가기가 망설여진다. 알바 지원 폼을 작성해서 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인걸 보면 얘네 문화로 보건데 나를 고용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지. 꼭 게이처럼 보이는, 때로는 인상 좋아 보이지만 때로는 차가워 보이는 알바생이 날 알아보면 어쩔까 싶어서 프렌치에 갈 엄두가 안 난다.
내일 저녁은 나의 러블리 조나단이 올드타운에 있는 한 펍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만만한 사람 좀 꼬셔서 그 펍에 같이 가볼 생각이다. 겸사겸사 올드타운 분위기도 파악을 해서 만만한 알바 자리 좀 물색해봐야겠다. 올드타운에 있는 어느 가게에서 한국 여자분이 알바를 하는 곳이 있다던데, 그런 가게는 유색인종에 좀 더 관대할 듯 하니 더 알아봐야겠다.
플랏에 인터넷을 깔아달라고, 돈을 따로 낼 의사가 있다고 랜드로드한테 말했더니 오늘 랜드로드가 가격을 문자로 보내주었다. 초기 설치비가 한국돈으로 약 22만원, 그리고 나선 월정액이 4만원 돈이 약간 넘는단다. ‘split’ 하기로 했으니 한달에 2만원 정도씩 내면 되는 셈이다. 설치비가 문젠데, 내 상식으론 설치비는 집주인이 내야 맞지만, 눈치가 설치비도 내가 절반을 부담해얄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돈 생각만 하면 골치가 아파온다.
정말 하루하루 사는 게 일이다 일. 당장 내일은 뭘 하게 되고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꽉 찬다. 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것, 어쩌면 이게 내가 원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너무 또 하루하루 치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새로 정착한 플랏에서 일주일 이주일을 살다보면 조금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라고 기대해본다. 그때쯤 되면 인터넷도 설치가 되있을 거고 그럼 생각나는 한국 친구들한테도 연락을 해볼 수가 있겠지.
헤이스팅스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한 책. 피스라고 선명하게 쓰여진. 올해 출판된 책인데 피스마크의 기원과 그 동안의 역사를 많은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책이다. 이제 서문밖에 못 읽었지만, 암튼 읽을 거리를 찾았는데 잘 된 것 같다. 생각보다 인문학, 사회과학 서적이 많은 것 같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하 1층에 따로 이쪽 방이 마련 되어있는데 한 사람도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이 동네도 인문학의 위기인걸까? 살짝 짐작해본다. 물론 지역 도서관의 접근성은 최고이다. 사람들도 책 정말 많이 읽고. 소설 쪽은 친숙한게 안 보여서 그런지 선뜻 손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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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위에 있는 기린 참 인상적이군! 난 그런것만 보여~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