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주)그린비출판사 분회는 지난 4월 27일, 노동조합 설립 이후 1년 여간 사측이 보였던 억압적 태도와 노동조건 저하, 부당징계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그 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대내외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사측의 시정을 요구하며 여러 활동을 벌였고, 많은 분들이 이에 지지와 연대 의사를 보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얻어낸 것들도 있고, 반대로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은 문제도 있습니다.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금까지 그린비출판사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여러 문제가 되었던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봅니다. 저희 역시도 여러분들과 그간의 일들을 공유하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
1. 편집프로세스
많은 분들의 지지와 연대 덕분에 사측은 편집 프로세스 문제에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하루에 보아야 하는 교정지 쪽수를 지정해 관리하고, 무리한 일정을 강요하며 노동자를 기계화하던 편집 프로세스는 이제 철회되었습니다. 또한 노동자들 간의 논의를 통해 편집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기로 했습니다. 노동자들 간의 논의 결과는 이후 사측에서도 받아들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편집 프로세스 개정 과정에서 편집장과 대표가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표는 분회의 <성명서>에 대한 사측의 <호소문>을 내보낸 이후 출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편집 프로세스 개정은 노사가 함께 시스템을 정비하고 책임을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편집 프로세스 개정은 단순히 분회만의 고민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앞으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사측 또한 합리적인 편집 프로세스 재정비에 지속적으로 힘써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표가 조속히 출근을 재개하여 경영에 관하여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2. 징계
해당 징계당사자는 관련 사건에 대해 자신에게 큰 책임이 있음을 명백히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징계 조치 역시 그 편집상 문제들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로 고안되고 실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측은 대책을 마련하여 차후를 대비하기보다 관행적으로 용인되던 수준까지 오류라고 지적하며, 모욕적인 언사를 했습니다. 사측은 해당 조합원이 이러한 업무지적에 반박하고, '전체회의 요청'에 성실히 답하지 않은 편집장에게 문제제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언쟁을 두고 "직장질서 문란"이라는 사유까지 덧붙여 징계를 내렸습니다. 또한 언쟁에 참여한 모두가 '고성과 불손한 태도'로 구성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당시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징계당사자만의 것으로 환원하며, '직장질서 문란'이라는 사유를 철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징계와 관련한 주된 쟁점과 이후 분회의 대응 등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징계 과정
징계 과정에 대해서는 이미 분회 블로그에 자세히 설명된 글이 있어, 그 글의 링크로 대체하겠습니다.
2) 징계에 대한 분회의 입장
사측 징계당사자의 행위를 "직장 질서 문란"으로 몰아가고 있으나, 당시에는 업무 진행 과정에서 있을 법한 수준의 언쟁이 있었을 뿐입니다. 언쟁 당시 징계당사자가 유독 과격한 행동이나 발언을 한 것도 아닙니다. 함께 자리에 있던 편집장, 편집팀장, 디자인팀장 모두 언쟁을 했으며, 그 언쟁의 수준에 있어 차이가 있지 않았습니다. 모두 언쟁에 관한 ‘동등한 책임’이 있습니다. 모든 권력은 책임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편집장, 편집팀장, 디자인팀장은 징계 책임에서 제외되고, 해당 조합원에게만 징계를 내리는 것은 부당합니다.
더 보태면 출판이라는 일의 특성상 편집 과정에서의 실수로 인해 다시 인쇄하는 책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실제로 ‘징계’가 내려진 적은 없습니다. 이번 징계 문제 또한 그간의 관행에 비추어 보았을 때 부당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3) 분회의 문제제기에 대한 사측의 입장
사측은 징계당사자가 업무상 실수에 관해서는 인정하지만, "직장 질서 문란"이라는 징계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을 때도, 재심을 청구했을 때도, 한결같이 "직장 질서 문란"은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심 이후 분회는 그린비 내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 징계가 부당하다는 것에 대해 과반수 이상의 서명(9명 서명, 전체17명/분회 8명)을 받았습니다. 그 서명을 제출하며 분회는 6월 5일까지 "직장 질서 문란" 사유를 재고해 달라고 말했지만, 이전과 똑같이 "직장 질서 문란"이라는 징계 사유를 철회할 수 없다는 내용의 답신을 사측은 보내왔습니다.
4) 분회의 그간 대응 보고
현재 분회는 파주의 출판노동자들과 합정역을 오고가는 출판노동자들에게 사측이 주장하는 징계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평일 오전 8시부터 8시 30분 사이에 피케팅 진행 중입니다(6월 11일 현재 26일째).
또한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백책백강'(http://sbin.or.kr/popup/popup_20130514.htm)이 열리는 한국출판인회의 부설 서울북인스티튜드(SBI) 앞에서도 피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6월 12일 피케팅은 연대 피케팅으로 진행을 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그린비분회에 무한한 응원을 보내 주셨던 고마운 분들께서 많이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5) 함께 연대하고 있는 분들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협의회(준) 소속 출판노조 동지들
서울일반노동조합 함께일하는재단 분회 동지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해고노동자 동지들
평화활동 단체 <전쟁없는세상>
진보신당 서울시당
땡땡책협동조합 조합원분들
블로그 등을 통해 지지 메시지를 보내 주신 많은 저자분들
그리고 페북 언론노조 그린비출판사 분회 계정에 '좋아요'를 누르신 200여 분의 페친 여러분~. chu♡!
6) 그린비 문제를 바라보는 미디어의 시선
[그린비출판사, 업무상 과실 빌미로 노조원 '보복 징계'?: 그린비출판사 노사, 노조원 징계·업무 환경 둘러싸고 마찰](2013년 5월 3일자 『미디어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924
[그린비 경영진에게 드리는 어느 출판노동자의 충고](2013년 5월 3일자 『미디어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928
[그린비출판사 노사,조합원 징계 놓고 갈등](2013년 5월 22일자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466
[더 좋은 책을 위해 출판 노동자의 권리를 돌아볼 때](2013년 5월 29일자 『고함20』)
※ 이번 시사인 300호에 [공동체와 회사]라는 제목으로 평화연구자이자 그린비출판사의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의 저자이기도 한 임재성 님께서 칼럼을 써 주셨습니다. 시사인 300호 칼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3. 노동조합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그린비 사측의 <호소문>에는 허위사실을 근거로 노동조합을 비방하는 내용이 적지 않게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사측과의 공방 과정에서 밝혀졌듯, 분회는 “정상적인 업무절차에 부당한 비난을 일삼아” 오지 않았습니다. 지각 시 분급삭감 시행, 노동강도 강화를 골자로 한 편집 프로세스 변경 등 일방적으로 노동을 통제하려는 사측의 태도에 문제 제기하고 이를 시정하려 했을 뿐이었습니다. 지난 5월 1일, 분회는 “비상식적이고 억압적”이라며 분회를 비난했던 사측에 세 가지 사항을 요구하며, 그 중 하나로 ‘허위사실 유포 및 분회 비방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http://blog.jinbo.net/gblu/8).
사측은 “편집 프로세스 정비 권한 등을 노측에 일임했고, 엄격한 근태 통제도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것으로 어느 정도 분회의 요구를 들어 준 것이 아니냐. 비방에 대한 사과는 하지 못하겠다”고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끝까지 사과는 못하겠다는 사측의 입장은, 이 문제를 ‘노동 통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문제제기 과정’으로 보지 못한 채, 단지 ‘자존심의 문제’로만 환원시켜 보는 것 같아 분회는 안타까움을 느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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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은 그린비출판사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기보다는 사측의 고유한 '경영권', '인사권'을 침범하지 말라는 태도를 보여 왔으며, 현재 진행 중인 교섭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 때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편집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징계 문제 역시, 노사가 대화로 풀어야 이 문제들이 순조롭게 풀리고 또 앞으로도 갈등할 일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이번 징계 건을 다시 생각하면서 사측은 분회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 그리고 서로 함께 발맞추어 가는 동반자로서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분회는 사측을 망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노동, 행복한 노동을 위해 그리고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분회는 무엇보다 사측과의 대화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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