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협의회(준) 소속의 8개 분회(나라말분회, 돌베개분회, 보리분회, 사계절출판분회, 서울경기지역출판분회, 작은책분회, 창비분회, 한겨레출판분회)에서 그린비 분회를 지지하는 의미로 그린비 징계 사태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린비 징계 사태에 관한 언론노조 출판협의회 성명-

회사가 공손하지 않은 노동자를 징계로 다루는 방식에 대하여

 

 

전국언론노동조합 ㈜그린비출판사분회(이하 분회)는 그린비 사측(이하 회사)이 “업무상 부주의”와 “직장 질서 문란”의 이유로 분회 조합원에게 징계를 내린 후, 그 철회를 요구하며 20여 일 넘게 피켓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분회는 “제작 사고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인정하나 직장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없으며 이는 부당한 징계로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시스템의 문제를 노동자에게만 책임 묻지 말라

최근까지 회사가 직원들에게 요구했던 ‘편집 프로세스’는 출판노동자 일반의 시각으로 볼 때 도저히 정상적으로 책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속도 위주의 작업 방식이었다. 분회원들이 수차례 사고 위험을 제기했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작업 방식 재검토를 공식 요구했을 때 회사는 고압적인 태도로 묵살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작업 일정 하에 편집상의 실수로 사고가 나자 그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지웠다. 그 ‘편집 프로세스’는 현재 회사 스스로 문제점을 인정하고 직원들의 의견대로 고쳐나갈 예정이다. 회사가 작업 방식의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그런 환경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채, 어떻게든 일정을 맞추려고 애쓴 노동자에게만, 감봉이라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징계가 내려진 과정을 보면 이 징계가 인정될 경우 앞으로 출판노동자들이 제작사고 수습 과정에서 어떠한 항변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상급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징계가 일어날 수 있기에 우리는 이번 징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 과도한 업무 지시에 대한 노동자 방어권도 존중되어야 한다

해당 분회원은 이유를 불문하고 자기가 편집을 담당한 책이 잘못되었으니, 제작사고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징계 사유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출판사에서는 종종 크고 작은 제작사고가 나고 그때마다 관련 작업자들이 함께 책임의 범위를 다투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한정짓고, 그 외의 일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일에 문제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과정은 직장에서 하나의 엄연한 이해관계자인 노동자 개인의 방어권을 위해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 누구를 위한 ‘직장 질서’인가?

회사는 “고성과 불손한 언사로 정당한 업무지시를 불이행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다. 일단 회사는 과연 얼마만한 ‘고성과 불손한 언사’가 있었는지 주관적으로만 주장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바란다.
출판협의회는 회사의 부당한 책임 전가에 노동자들이 항상 작은 목소리로 공손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이렇게 징계를 받는 현실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노동자의 목소리는 항상 크고 거칠게 들리기 마련이다. 그것이 우리 귀에 들릴 때쯤이면 그 이전에는 누구도 잘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분회원의 목소리가 회사가 듣기에 그렇게도 크고 거칠었다면, 그 전부터 해 온 문제 제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기 때문은 아닌지 돌이켜 보길 바란다.

 

  • 민주적 직장 질서가 필요하다

지금도 제작사고가 나면 담당자가 돈을 물어내는 출판사가 있다. 그리고 매출이 떨어지면 영업자의 월급이 깎이는 곳도 있다. 이런 약탈적이고 비상식적인 징벌 행위가 아니라도 출판계에서는 노동자가 자기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한 상황에서 흔히 시스템의 문제나 상사의 잘못까지 함께 덮어쓰기 쉽다. 출판이 미디어 산업으로서 앞으로 발전하려면 상명하복의 일방적인 질서가 아닌 노 사가 서로 상대방의 이해관계를 존중하는 민주적 직장 질서를 세워야 한다. 그린비 징계 사태 해결은 그러한 민주적 직장 질서 정착의 시작이다. 따라서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분회의 피켓 시위는 정당한 노동권의 행사이며, 출판협의회는 이러한 분회의 입장과 행동을 지지하고 함께할 것이다. 덧붙여 현재 진행 중인 그린비의 단체협약이 빠른 시일 내에 성공리에 마무리되어 노사화합과 그린비출판사의 발전에 새 기틀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2013년 6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협의회(준)

(나라말분회, 돌베개분회, 보리분회, 사계절출판분회,

서울경기지역출판분회, 작은책분회, 창비분회, 한겨레출판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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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14:58 2013/06/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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