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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자격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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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자격미달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11월 17일 유엔총회를 통과한 북한인권결의안,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인권정신에 입각해서 결의안을 비판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온다.

사실확인 안된 ‘추측성 결의안’

UNPhoto /Paulo Filgueiras

북한인권결의안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여러 인권침해사례를 들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정치범 수용소와 광범위한 강제노역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구금, 고문, 비인간적 대우, 사형 △매춘이나 강제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 인신매매, 강제유산 △임산부의 아이에 대한 영아살해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들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는 사안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추측보도’를 통해 ‘주장’을 ‘기정사실’로 둔갑시켰다”며 “명확한 근거는 없고 2차증거만 있는 ‘카더라 통신’”이라고 결의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설령 그런 사례가 있었거나 들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던 90년대 중후반 얘기”라며 “그때 사례에 대한 ‘주장’을 근거로 지금도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사례들을 북한 인권 전체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강제적 실종 형태의 미해결된 외국인 납치 문제”라는 대목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간 납치문제는 지금까지 물밑에서 정부가 노력 많이 했고 근래 남북대화에서 전쟁기간 이후 행방불명자 표현으로 공식 회담의제로까지 올라갔다. 남북간 해결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인 납치문제도 사실 북일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하고 있었던 사안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사과하고 인정하고 생존자를 돌려보냈던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전문가들은 그 조항이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납치문제 해결하는데 적절한 언급인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일본이 식민지시기 민간인납치한 것은 왜 얘기 안하느냐”는 비아냥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종합적 분석 없이 균형 잃은 접근

인권을 침해하는 가장 큰 폭력은 사실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자체가 폭력을 기초로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권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가장 큰 주체도 국가다. 북한정권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1차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긴 하지만 이번 결의안 같은 접근법은 인권침해자로서의 국가는 부각시키는 반면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의 역할은 무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균형을 잃은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악화된 데는 내부요인 못지않게 남북한 분단, 대북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 북핵갈등 등 외부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인권결의안은 모든 책임을 북한정권에게만 돌려버림으로써 ‘보편성, 총체성, 상호의존성’이라는 인권의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세계식량계획(WFP)와 비정부기구 등 인도적 지원기구에게 현장접근을 보장하라고 요구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겨레 9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월 9일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이 올해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목표치는 50만4천톤이지만 9월까지 북한에 인도된 것은 17만톤 뿐이었고 이중 10만톤은 한국정부가 제공했다. 게다가 지난해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면서 분배감시 요구는 더 까다로워졌다. 북한으로서는 실속도 없이 인권개입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인도적’ 지원이 달가울 리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평화네트워크는 지난 11월 18일 성명에서 “세번에 걸친 유엔인권위 결의안과 이번 유엔총회 결의안은 유엔조차 미국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대북인권정책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강한 우려를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엔이 미국 등 강대국의 정치적 의도와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균형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정성과 선의를 갖춘 정당한 개입주체로 거듭나라”고 촉구했다.

자유권에만 초점 맞춰

한 사회의 인권문제를 볼 때는 보편성 뿐 아니라 총체성, 상호의존성을 봐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이번 결의안은 정치적·시민적 권리, 즉 B규약을 위주로 했다. 사회적·경제적·문화적 권리, 즉 A규약과 관련한 사회권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1993년 비엔나에서 열린 세계인권특별총회는 “A규약과 B규약은 상호보완적이며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상호종속되며 포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선언했는데 그 정신을 살리지 못한 것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한반도 평화권이라는 큰 틀 속에서 북한의 생존권, 생명권, 생활권, 시민적 정치적 자유가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살피면서 동시에 다루어야 함에도 전혀 그러지 못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2월 5일 오전 7시 5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6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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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인권대사가 말하는 북한인권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을 구석에 몰아넣고 다그치기 위한 것이었다. 인권을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인권이 정치의 도구가 돼선 안된다. 인권이 어느 정권이나 집단을 압박하는 도구가 되거나 자기 정치적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되면 결국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인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명백히 북한 인민들이고 다른 이들은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언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지난 11월 17일 유엔 총회는 사상 최초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찬성 84표, 반대 22표, 기권 62표 결과로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우리의 노력도 대북정책의 전반적 틀 속에서 여타 주요 우선순위와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기권했다. 표결 결과는 절묘하다.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가결됐다는 점이 고무적이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반대와 기권이 찬성과 동수라는 점에서 할 말이 있다.

박경서 인권대사는 1982년 3월 1일부터 1999년 12월 31일까지 18년간 스위스 제네바 소재 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아시아 총무와 아시아 정책위 의장을 역임했으며 2001년 인권대사에 임명받은 이후 현재까지 인권대사로 일하고 있다.
양계탁 기자

박경서 인권대사는 1982년 3월 1일부터 1999년 12월 31일까지 18년간 스위스 제네바 소재 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아시아 총무와 아시아 정책위 의장을 역임했으며 2001년 인권대사에 임명받은 이후 현재까지 인권대사로 일하고 있다.

박경서 인권대사는 인권결의안 기권 배경과 이유에 대해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큰 목표와 명제 속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박 대사는 지난달 29일 인터뷰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입장을 설명하고 결의안 통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사는 “유엔마저 인권이라는 주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구나 하는 서글픔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해당국의 인권을 고양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건설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는 핵심은 빠진 채 ‘우리는 잘났고 너는 못났다’는 공격적인 장면만을 목격하면서 인권마저도 국가간 이해관계에 종속되는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객전도된 대북 인권공세

박 대사는 무엇보다도 대북인권결의안이 자유권에만 초점을 맞춘 채 다양한 요인들을 무시했다는 점을 꼽았다. 인권을 다룰 때, 특히 북한의 경우는 한반도 평화권이라는 큰 틀 속에서 북한의 생존권, 생명권, 생활권,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가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살피면서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확인이 안된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문제로 지목했다. “식량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들에게 정치적·시민적 권리만 일방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은 북한 생명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균형을 잃은 태도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엔에서 북한 인권을 다루는 장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유엔총회나 유엔인권위원회 등 ‘유엔헌장기구’에서 이뤄지는 인권, 곧 ‘인권정치’가 이뤄지는 장이다. 이곳에선 이해관계에 따라 그리고 정치적 타협에 따라 인권을 다룬다. 로비도 치열하다.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번번이 부결된 것은 중국이 벌인 로비와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결과였다.

다른 하나는 기술적 전문적 실용적 접근이 이뤄지는 ‘유엔조약기구’에서 이뤄지는 인권이다. 바로 유엔이 체결한 여러 인권 협약의 이행을 위한 각종 위원회들이다. 여기서는 구체적인 특정분야 인권문제를 다루고 해당국은 보고서를 제출한다. 해당 국가 책임자들이 설명을 하고. 세계적 전문가들이 질문하고 보고서를 낸다. 북한은 전자에 대해서는 ‘무성의’하게 나오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비교적 협력을 잘 하는 편이다. 보고서도 내고 적극적으로 해명도 한다. 아동권리위원회 위원들 평양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박 대사는 북한이 유엔인권위원회 등 ‘유엔헌장기구’에 대응을 안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보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강압적으로 하니까 북한은 구석에 몰린 것”이라며 “누구든지 구석에 몰아놓고 들이치면 거부반응을 보이게 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한 인권개선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며 “그러려면 북한이 국제무대 나와서 대화하고 국제적 기준에 맞춰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북한은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 특별 보고관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인권 주체는 북한인민

양계탁기자

그는 “한국이 기권한 것은 북한인권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북한이 인권선진국이어서가 아니다”며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우선 보장한 다음에 북한의 인권을 총체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인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인권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건설적으로 주위에서 북돋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문제 해결의 주체는 북한인민 자신”이라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입장은 자연스레 반북성향을 가진 인권단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는 프리덤하우스 등에서 주도하는 북한인권주간에 대해 “의도가 무엇이고 방법이 뭔가를 봐야 한다”며 “대화를 통해 진짜 조언자, 협조자로서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모르지만 이벤트 중심으로 인권을 이용해 ‘누구누구 때려죽이자’고 외치는 것은 인권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우려했다.

“불행하게도 현재 북한인권 담론은 자유권(시민적·정치적 권리)만 중심으로 해서 일방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인권문제를 다룰 때 북한 같은 경우는 특히나 ‘평화권’이라는 큰 틀 속에서 북한의 생존권, 생명권, 생활권, 시민적·정치적 자유가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살피면서 동시에 다루어야 합니다. 특히 ‘북한인권문제의 주체는 북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어느 인권이든 인권은 당사자들이 고양시키는 것입니다. 아동인권조차도 어린이가 주체가 되야 완결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제3자가 해야 할 일은 평화와 대화에 근거해서 당사자가 인권에 눈 뜨고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주선해 주는 사람,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진심어린 인권고민이 결국 승리할 것

생각해보면 인권만큼 급진적인게 있을까. 한 명이라도 더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고자 하는 자본가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한 세계인권선언 제23조는 지금도 ‘가장 과격한 주장’일 수 있다. 또한 어제 인권명제가 오늘은 상식이 되고 내일은 반동이 될 정도로 항상 새롭게 바뀌는 것이 인권담론이다. 박 대사는 환경권과 함께 ‘21세기 인권’으로 평가받는 ‘평화권’을 강조하는 것으로 자신의 말을 끝맺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3년간 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개인의 인권보다는 집단의 인권이 우선하기 때문이지요. 한반도 평화정착을 먼저 성취하고 그 다음에 자유권과 사회권을을 균형있게 총체적으로 발전시키여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박 대사는 진보개혁 진영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고 했다. “여러분이 고민하고 내놓는 대안과 정보를 외국에 많이 알려야 합니다. 길게 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인권 생각하는 사람들이 승리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사진=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2005년 12월 5일 오전 8시 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6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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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담론경쟁 '후꾼'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국내 진보와 보수단체 간에 ‘담론경쟁’이 치열하다. 보수진영의 전유물이던 북한인권담론에 진보진영이 적극 대응하면서 보수 독주체제에서 경쟁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담론경쟁은 북한인권문제의 원인과 진단, 해법을 둘러싼 ‘노선 차이’와 ‘1세대 인권론’인 자유권만 기준으로 삼아 북한인권을 보는 관점과 ‘3세대 인권론’인 발전권·평화권을 중심으로 북한인권을 보는 관점 등 2가지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보수단체는 진보단체에게 “북한인권문제에 눈을 돌리고 모른체한다”고 비판하고 진보단체는 보수단체에게 “북한정권붕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한인권문제를 이용한다”고 질타하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는 이른바 ‘반북단체’들이 주도해왔다. 이들은 크게 한기총 등을 중심으로 한 보수기독교 세력,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과거 민족해방(NL)노선에 입각한 운동을 하다가 ‘전향’해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세력, 북한인권시민연합처럼 별다른 정치적 지향 없이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세력들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북한인권문제의 원인을 김정일 체제의 문제로, 북한인권문제의 해법을 김정일 정권 교체에서 구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는다. 미국 보수주의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것도 한 특징이다. 이들이 주목하는 북한인권문제는 자유권 측면이다. 시민적·정치적 권리(B규약)로도 부르는 자유권은 개인의 자유를 중심에 놓으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을 강조한다. 세계인권선언을 기준으로 보면 3조에서 19조까지가 자유권에 해당한다. 혹자는 20조와 21조도 자유권으로 본다.

진보·개혁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불과 1~2년 전만 해도 북한인권문제 논의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짙었다. 보수단체들이 주도하는 북한인권담론을 정치적 목적을 가진 불순한 움직임으로 보기 때문에 북한인권문제를 꺼내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런 경향은 최근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참여연대·인권운동사랑방·좋은벗들 등은 한반도인권회의를 구성해 북한인권문제를 연구하고 토론하며 의견 차이를 좁혀 나갔다. 비록 상시적 연대체를 구성하자는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들이 벌인 논의는 진보개혁적 시민사회단체가 북한인권담론에 적극 참여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 특히 이들이 발전권과 평화권 등 ‘제3세대 인권론’을 북한인권담론에서 주요하게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보수진영과 차별성을 가지면서 북한인권문제를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세대 인권론’인 사회권은 사회적·경제적·문화적 권리(A규약)로 불리며 정치·사회·경제적 평등을 강조한다. 노동권, 교육권, 의료권, 복지권 등으로 대변된다. 이런 인권담론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 바로 발전권이다. 제1세계에 대해 제3세계가 요구하는 정치·사회·경제적 권리인 셈이다. 평화권은 공동체가 평화롭게 살 권리를 인권화두로 내세운다.
 
인권운동사랑방과 KNCC 등 진보 인권단체들은 “미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인권주의를 내세워 자신들의 대북적대정책을 합리화하려는 위선적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최우선의 목표로 두고 남북 관계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양국 협력관계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강국진 김춘효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2월 6일 오전 10시 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6호 1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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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활동가 국제회의 24일부터 열려

ARC(Allied Rainbow Communities)인터내셔널과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젠더, 섹슈얼리티, HIV/AIDS와 인권’라는 주제로 인권활동가 국제회의를 서울 잠실 올림픽 파크텔에서 개최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성적소수자와 관련해 열리는 이번 국제회의는 국내 성적소수자 인권운동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제회의는 성적소수자, HIV/AIDS 감염인의 인권 증진을 위해 정보를 나누고 운동방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전략수립 회의이다. 지난 2003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2004년 스위스 제네바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국제회의는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2005년 유엔 인권위원회의 ‘성적 지향에 대한 성명서’에 서명한 한국의 결정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성적 지향에 따른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는 2003년 브라질이 처음 제출했지만 바티칸과 이슬람은 계속해서 반대해 표류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2003년 유엔인권위원회 59번째 회기에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에 대응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동안 HIV/AIDS 관련 운동가들은 유엔인권위원회가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에 기반한 차별에 대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해 왔으며 이런 노력으로 올해 32개 나라가 지지서명에 공식 연명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21일 오전 8시 5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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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하이스코 점거농성, 긴박했던 11일

지난 10월 24일 새벽 1시 30분. 비정규직 노동자 61명이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B동과 Q동 크레인을 점거했다. 이들은 위장폐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120여명을 현대하이스코가 복직시켜 줄 것과 비정규직노조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11일 동안 전국적인 쟁점으로 떠오른 크레인농성이 시작된 것이다.

강국진기자

공장을 점거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건 이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현대하이스코가 한번이라도 대화에 나섰다면 그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점거농성은 결국 현대하이스코를 대화 자리로 불러내고 언론과 정치권에 자신들의 “억울한 처지”를 알리고 도움을 호소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이었고 정당한 투쟁이었다”고 주장한다.

강국진기자

현대하이스코와 경찰은 즉각 농성장 주변을 봉쇄했다. 음식물 반입을 막은 현대하이스코는 심지어 순천시장, 국가인권위원회, 국회의원까지 막았다. 농성 노동자들은 철저히 고립된 상태에서 강제진압과 추위· 배고픔과 맞서 싸워야 했다.

농성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배고픔과 추위였다. 점거농성을 하면서 가지고 갔던 라면과 물로 이틀을 견뎠다. 그 다음부터 1일까지는 먹을 게 없어 배고픔과 싸워야 했다. Q동을 점거한 31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흥주씨는 “크레인에서 내려와 공장 안에 있는 화장실 물을 떠다가 한두모금씩 나눠 마시며 버텼다”며 “그마저도 경찰과 구사대 때문에 군사작전하듯이 서둘러서 해야 했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정말 견디기 힘든 건 추위였다. 사측이 전기를 끊어서 해가 지면 깜깜해지는 크레인에서 해가 지면 잠을 잤지만 자정쯤 되면 추위 때문에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발이 시려워서 하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체조도 하고 얘기도 하면서 해가 뜰 때까지 버틴다. 낮에는 교대로 경계근무를 하면서 두세시간 잠을 잘 수 있는게 전부였다. 추위가 아니더라도 언제 강제진압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B동은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정비 쪽 크레인이라서 크레인 바닥이 기름범벅”이었다. 한 노동자는 일부 언론에서는 점거농성을 시작하면서 구리스 같은 기름을 뿌려놓았다고 쓴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계속해서 강제진압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며 농성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10월 28일 경찰과 현대하이스코측 구사대가 진압을 시도했고 10월 30일에는 경찰특공대 50명이 B동을 진압하려다 실패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10월 31일 농성 현장을 방문해 “대화를 통해 자진해산을 촉구하겠지만 설득이 안되면 강제진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농성장 주변에 배치된 전투경찰들은 아침이면 농성장 주위에서 체조와 구보를 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강국진기자

11월 1일부터 강제진압 조짐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엠블런스와 소방차를 배치하고 경찰특공대가 지붕을 뜯어냈다.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2일 오후 5시부터 광주지방노동청장 중재로 순천고용안정센터에서 금속노조와 현대하이스코는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문구 하나하나에 이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마라톤회의 끝에 3일 새벽3시가 돼서야 노사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잠정합의안은 △하청업체 결원시 해고자 우선 채용 △노조활동 보장 △농성 사태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 노력 등을 담았다.

김창한 위원장은 새벽 4시 20분 이 내용을 농성 노동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공장으로 출발했다. 농성 노동자들 중에서는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확약서에서 원직복직 시한을 못박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격렬한 토론 끝에 농성 노동자들은 크레인에서 내려오기로 결정했고 아침 9시 농성을 끝냈다. 농성 노동자들은 전원 경찰에 연행됐고 61명 가운데 박정훈 지회장 등 11명이 구속됐으며 나머지는 풀려났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14일 오전 9시 5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3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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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넘기 위한 과정"

“농성에 참여했던 61명 가운데 11명이 구속됐습니다.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석방되도록 해야지요. 노사가 체결한 확약서를 이행하는 운동도 중요하구요. 무엇보다도 해고자들이 복직돼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조합원들이 동지애로 똘똘 뭉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지난 9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임시 사무실에서 만난 조합원 김흥주씨는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고 점거농성을 했다”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싸워야 할 일이 많다”는 결의를 내비쳤다.

김흥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시민의신문 

김흥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김씨는 노사가 체결한 ‘확약서’에 대해 “많이 아쉽다”고 털어놓는다. “원직복직 기한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민형사상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건의한다’는 것도 너무 모호합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점거농성을 시작한 건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대하이스코가 대화에 나서게 만들었고 노조활동을 인정한다는 약속도 받아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라며 “확약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크게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들려주는 비정규직의 현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은 똑같이 하는데 정규직은 4조3교대로 일하면서 한달에 7~8일을 쉬지만 비정규직은 한달에 두 번만 쉴 수 있다. 임금도 정규직의 절반 밖에 안된다. 기본급 70여만원에 수당 더해서 그가 받은 돈은 110만원에 불과했다. 원청과 하청업체라고 하지만 실상 작업지시는 원청에서 한다.

특히 가장 충격적인 증언은 “위장폐업” 부분이었다. “7월 17일 밤에 출근해 18일 아침 6시까지 일했습니다. 유난히 더워서 옷을 짜면 물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교대시간이 됐는데도 교대조가 안보이더라구요. 알아보니 ‘비조합원 6명만 출근하고 노조원은 출근하지 말라’고 차장이 반장에게 전화했다고 하더라구요. 집에 돌아와 자려고 하는데 ‘주 금산은 경영상의 이유로 폐업을 공고함’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그날 바로 ‘금산’ 대신 ‘지산’이라는 간판이 걸리고 새로운 회사가 들어섰습니다. 다른 하청업체인 유성TNS 소장이 ‘지산’ 사장으로 취임했어요.”

7월 19일에 동료들과 함께 회사 정문에 갔던 김씨는 못보던 사람 12명이 어디선가 지급받은 깨끗한 작업도구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면접보러 왔느냐’고 물어보니까 모두들 ‘오늘 출근하라고 해서 왔다’고 하는 겁니다. 그 말 듣는 우리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18일 하루만 기계 멈추고 19일부터는 기계를 다시 돌렸습니다.” 7월 29일 ‘한일’, 8월 11일 ‘우성산업’도 같은 방식으로 폐업했다.

원래 ‘금산’은 직원이 50명 가운데 34명이 노조원이었다. 김씨에 따르면 반장은 비조합원들에게만 전화해서 19일 밤에 이력서를 가지고 출근하라고 했고 16명이 ‘지산’에 복직했다. “밤 10시에 면접보는 곳은 이곳밖에 없을 겁니다.” 노조원 34명 가운데 노조를 탈퇴하고 복직한 2명을 뺀 32명은 “위장폐업에 따른 해고”를 당했다. ‘지산’은 12명을 새로 채용한 이후에도 신입직원을 계속 뽑았다. ‘경영상의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씨는 특히 “원청과 하청은 라인이 이어져 있어 하청에서 폐업을 하면서 기계를 멈춰 버리면 원청도 일을 못하게 된다”며 “하청 폐업이 원청과 사전교감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3년 동안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김씨는 자신이 “얼마나 차별받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지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고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지회에 가입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원이라는 것 자체가 김씨에게 많은 고난을 강요했다.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었고 열흘 동안 목숨을 건 농성투쟁을 해야 했던 것 뿐이 아니다. 회사가 폐업해 일자리를 잃게 되자 그의 아내는 충격과 스트레스로 인해 뱃속에 있던 둘째 아이를 유산한 것. 당시 그의 아내는 임시 5주였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14일 오전 9시 5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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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하이스코 투쟁이 남긴 과제와 전망

10월 24일부터 11월 3일까지 11일 동안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점거농성은 노사간 확약서 체결로 일단 막을 내렸다. 하지만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위기다. 그 ‘시작’은 민형사상 문제 최소화, 해고자 복직을 둘러싼 노사간 줄다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크레인 점거농성 첫날인 지난 10월 24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라면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있다. 점거농성 동안 농성 노동자들은 사측이 음식물 반입을 막는 바람에 큰 고통을 겪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조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크레인 점거농성 첫날인 지난 10월 24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라면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있다. 점거농성 동안 농성 노동자들은 사측이 음식물 반입을 막는 바람에 큰 고통을 겪었다.

지난 9일 아침 비정규직지회가 임시사무실로 쓰고 있는 민주노총 동부지구협의회 사무실로 조합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9시 30분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조대익 비정규직지회 사무차장은 조직력을 다지고 점거농성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아침마다 전체회의를 통해 노조원교육과 토론을 하는 자리라고 설명한다.

50여명의 노조원들이 회의실을 가득 채운 가운데 김선동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 조직국장이 강사로 나섰다. 김 국장은 “승리”와 “단결”을 유난히 강조했다. 투쟁에 비해 확약서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실망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1단계 투쟁은 완벽한 승리였다”며 “이제는 2단계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1단계 투쟁은 노조의 실체를 인정하라는 투쟁이었고 2단계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우리 성과를 실질적으로 챙기는 것이다. 궁극적인 3단계 목표는 ‘정규직화’다.

그는 “교섭이 만족스럽게 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협상이 결렬될 경우 경찰이 곧바로 강제진압에 나설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인명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이제부터는 확약서 종이 한 장으로 남아 있는 것을 우리 주머니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앞으로 단체협약 교섭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쟁취해야 한다”며 “노조를 확대 강화하고 합법투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크레인을 점거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내건 핵심 요구는 해고자복직, 노조인정이었다. 사진은 Q동을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노조

크레인을 점거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내건 핵심 요구는 해고자복직, 노조인정이었다. 사진은 Q동을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

2단계 승리를 위한 시험대는 노사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행태 부지회장 등 7명으로 노조측 교섭위원을 선임한 비정규직지회는 이번주에 하청업체 대표들과 단체협상을 위한 상견례를 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차 부지회장은 “근로조건보다는 복직 문제에 최대한 중점을 둘 것”이라며 “복직이 우선이며 임금문제는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조에서는 현대하이스코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확약서를 체결할 당시 현대자동차 노무담당 이사는 ‘현대그룹 자체에서도 협의서 체결 이후 손배소를 제기한 적은 없다’며 손배소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구두로 약속했다.

차 부지회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조직력 회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통로를 마련하면 해고자 가운데 42명은 재심을 통해서 복직이 가능할 것 같다”며 “4조3교대로 근무형태를 바꾸거나 일자리를 새로 만들면 새로 70명 정도를 복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현재 최대로 복직할 수 있는 자리가 얼마나 되는지 하청업체들에 파악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노조원은 115명이며 이들은 모두 해고자 신분이다.

비정규직노동자와 정규직노동자 사이에 생긴 앙금을 푸는 것도 숙제로 남았다. 이성수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 조직부장에 따르면 올해 2월 현대하이스코 울산공장은 정규직 800명을 다 정리했다. 500명은 하청노동자가 되고 300명은 순천공장으로 오게 됐다. 현실적으로 정규직노조가 연대투쟁에 나서기엔 객관적 조건이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원청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며 “정규직노조가 구사대로 나서지 않은 것만도 높이 사야 한다”고 평가했다.

차 부지회장은 “서운하긴 하지만 정규직노조가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건 인정한다”며 “원청 노동자와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자본이지 원청 노동자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 사무차장도 “점거농성 당시 사측에서 원청노동자들을 구사대로 조직하려고 노력했지만 정규직노조에서 잘 막아줬다”며 “그 결과 노노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14일 오전 9시 5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3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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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탄압을 탄압이라 말하면 벌금

지난 9월 1일 수원지방법원 제30민사부(재판장 길기봉, 최기영, 김강대)는 민주노총 등이 제기한 ‘신세계 이마트 가처분 이의신청’ 재판에서 종전 가처분 결정내용의 상당부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선고 2005카합564 가처분이의) 광범위하게 노조의 활동을 금지했던 가처분결정을 수원지법 동일 재판부가 결정한지 반년 만이다.

재판부는 지난 3월 신세계 이마트가 신세계 이마트 노조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노동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대부분 수용했다. 당시 법원이 사용금지한 표현은 △노동자 감금과 미행 △살인적인 인권유린 △악덕기업 △무노조 경영이념 등이었다. 이런 내용을 언론매체 등을 통해 알리는 행위와 매장 100미터 이내에서 소란스러운 집회를 여는 것도 금지시켰다. 가처분 결정내용을 위반할 때마다 5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종전 가처분 결정내용의 상당부분을 취소한 ‘신세계 이마트 가처분 이의신청’ 재판은 법원의 무분별한 노동가처분 결정에 제동을 건 판결일까. 아니면 노동자들에게 ‘병 주고 약 주는’ 판결이자 사후약방문일까. 노조의 활동이 가장 필요했던 시기에 노조의 활동을 광범위하게 금지했던 종전 가처분 결정을 좀 더 신중하게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하는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네 번째 주제는 ‘병 주고 약 주는 재판부, 이마트 노조 가처분 사건과 이의신청 인용’이다. <편집자주>

일시: 10월 12일 오후 2시
장소: 참여연대 2층 강당

사회자: 김민영

참석자: 김제완 고려대 법학과 교수, 이종란 이마트 노동조합 조합원, 이정희 매일노동뉴스 기자.
△김민영: 지난 10일 퇴임한 유지담 대법관이 퇴임사에서 과거 법원의 모습을 반성하는  발언을 했다. 그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신세계 이마트 노조는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심대한 타격과 피해를 입었다. 과연 법원의 애초 판결에 문제는 없었는지, 노동문제 판결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문제는 없는지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제완: 재판부는 처음 3월에는 회사측 가처분신청 내용을 대부분 받아들였다가 9월 이의신청에서는 대부분 취소해 버렸다. 어떻게 보면 노조에 유리한 판결인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처분 제도의 특수성을 따져 보면 사실상 노조를 극심하게 탄압한 판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피케팅을 사전금지시킨 점이다. 사전금지는 표현의 자유와 노동3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해야 하는 사항이다. 재판부조차 이의결정문에서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애초 사전금지한 표현들을 살펴보면 재판부가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처분이의 판결에서는 ‘이마트 수지점이 노동자를 감금하고 미행하고 있다, 살인적인 인권유린을 하고 있다’는 표현에 대해 ‘중대하고도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보다 더 신중해야 하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계속 금지시켰다. 하지만 그 표현들이 그런 요건을 충족하고 있을까.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

이마트가 속해 있는 그룹이 대표적으로, 또는 거의 유일하게, 무노조이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왠만한 국민들에겐 상식에 속한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는 점을 변론절차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일까.

6개월 동안 노조의 활동이 심각하게 제약받았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잘못된 판결로 인해 올해 3월 24일 가처분결정일부터 9월 1일 가처분이의 판결까지 약 6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노조원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피켓도 들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결국 이 사건 재판부는 노조원들에게 ‘병 주고 약 준’ 셈이며 노조활동이 가장 필요했던 시기가 지난 후 노조원들이 받은 ‘승소판결문’으로서의 가처분이의 판결문은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이 사건 가처분 절차를 통해 정작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당사자는 가처분 채권자인 회사가 아니라 오히려 노조원들이었다고 본다.

△김민영: 이마트 노조가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입은 실질적 피해가 무엇인지 노조원의 말을 듣고 싶다.

△이종란: 경기지역일반노동조합 신세계이마트분회 창립총회를 열고 노조를 처음 만든 것은 지난해 12월 21일이었다. 노조탈퇴공작으로 인해 조합원 23명 가운데 19명이 무더기 탈퇴하고 4명만 남았다. 그나마 나는 해고당했고 3명은 3개월 정직을 당했다. 다시 정직기간이 끝나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그나마 일주일만에 또 자택대기명령을 받았고 5월 9일자로 해고통보를 내렸다. 그 사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정직과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해 구제명령을 내렸고 검찰에 기소의견을 송치했다. 그러자 신세계 이마트는 해고시킨 조합원들을 지난 7월 5일 갑작스레 복직시켰다가 7월 10일 모두 계약해지통보를 했다.

정말이지 탄압이 너무나 극심해 노조활동이 굉장히 위축됐다. 복직한지 일주일도 안돼 해고당하는 상황인데도 노조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선전을 하려면 무노조경영 얘기를 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검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알릴 일이 있어도 인터넷이든 언론이든 제대로 알릴 수가 없어 알리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게 돼 버렸다. 알리더라도 스스로 검열을 해서 ‘이마트는 노조탄압 중단하고 노조를 인정하라’가 아니라 ‘이마트는 노조를 인정하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유인물 한 장 제대로 낼 수 없었다.

무노조경영이념을 신세계가 갖고 있다는 것은 지점장이 ‘오너가 생각하는 경영 최우선 방침이 무노조’라고 말했던 것에서 나온 말이다. 그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사용자측에 기울어진 입장이었다.

△김민영: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한다’는 홍길동의 말이 생각난다. 노조에 불리한 판결이 이뿐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처분 판결 현황이 어떤지 묻고 싶다.

△이정희: 2003년 배달호씨가 자살하면서 대두된 손배가압류부터 얘기하고 싶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정당성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가 되고 그에 따른 손배가압류가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노조활동이 위축되고 탄압받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처분을 통해 노조활동을 사전에 제약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한 레미콘업체는 레미콘 노동자 파업에 대해 ‘레미콘 노동자는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농성에 대해서도 ‘이미 해고된 이들이 농성을 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노동계는 계속해서 쟁의행위에 대해 가처분을 가하는 조항을 법원이 너무 확대해석해 결과적으로 노동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물론 가처분이 무조건 나쁜 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 2001년에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문제가 있을 당시 회사가 노조원 출입을 막자 노조는 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가처분 자체보다는 가처분신청 남용을 막는 방안, 법원의 자의적 판단을 규제할 방안이 필요하다. 가처분 요건에 대해 법원이 충분히 심리를 해야 한다. 가처분 결정 과정에서 법원의 과정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민영: 의문스러운 것은 한국 법원이 과연 사측 요구를 손쉽게 받아들이는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김제완: 법원이 사측의 손을 잘 들어준다고 딱 잘라서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다루는 사건 재판관들은 노동사건이 갖는 특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본다. 사실 많은 국민들도 노동쟁의가 정당하고 ‘합법적’인 활동이라는 ‘상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피켓 시위’가 정당한 행위라는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생긴다. 쟁의행위는 결국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쟁의를 하면 업무를 방해받지 않느냐며 쟁의를 비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비난에 불과하다.

△이종란: 가처분을 당하고 노조활동 자체가 제약당하는 경험을 하면서 재판부가 노동문제를 제대로 모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심지어 헌법에서 밝힌 노동3권이라도 깜깜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쟁의행위는 분명 노동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에 속한다. 노조를 만들고 1주일도 되지 않아 노조와해공작으로 노조가 초토화됐다. 그런 상황에서 피켓 시위를 통한 선전활동은 노조가 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행동이었다. 법원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았다. 우리가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법원은 재갈을 물린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 때문에 언론과 인터뷰 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재판부와 국민들 모두 노동문제를 깊이 인식해 줬으면 한다.

△김민영: 내가 아는 한 변호사는 판사들이 주로 누구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지를 잘 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른바 잘나간다는 사람들과 술 마시고 주말에는 같이 골프를 친다. 그들이 사용자들의 상황이야 잘 알겠지만 노동자의 애환을 과연 얼마나 이해하겠느냐는 것이다. 거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안을 얘기해보자. 재판부에게 합리적인 판결을 하라고 요청하는 것 말고 다른 방안은 없을까.

△이종란: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조와 시민단체가 더 많은 일을 함께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여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민영: 노동분야를 전담하는 재판부를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정희: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도 그런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부는 노동청에서 승격한 1987년 이후 집단행동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제는 노동문제를 예방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가진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말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가지기 위해 생기는 분쟁과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더 가지려고 하다가 생기는 분쟁은 판결기준이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종란: 7월 28일 부당해고구제신청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냈다. 오는 28일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어제도 신세계 이마트 수지점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이마트의 노조탄압이 국감 받는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꾸준히 알리고 있다. 현행 집시법은 소음기준이 80데시벨을 넘으면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엠프만 켜도 80데시벨은 넘는다. 말도 안되는 가처분 결정은 철회시켰지만 이제는 집시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 우리 활동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판사도 국가의 녹을 먹는 노동자들이란 걸 판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판사들도 자신들이 노동자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김제완: 지금까지는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법원 입장을 주목했다. 앞으로는 하급심과 가처분신청 등을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김민영: 오늘 우리가 나눈 얘기는 법원이 누구의 편에 서 달라는 것이 아니라 판결로 인해 부당하게 고통받는 사람은 없는지 한번이라고 더 되돌아보라는 것이었다. 오늘 자리가 법원과 재판관들의 책임감을 높이는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했으면 한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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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북한인권위 국정감사하나?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인지 북한인권위원회 국정감사인지 모르겠다.”

지난 5일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하나같이 북한인권을 들어 국가인권위를 맹렬하게 비난한 것을 두고 인권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에서는 북한인권문제를 북한정권공격과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한나라당의 태도야말로 북한인권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곽노현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대신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곽노현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대신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연희 위원장까지 모두 6명. 국감에 출석하지 않은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을 뺀 5명은 질의시간 대부분을 북한인권에 할애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가 왜 북한인권에 대해 의견표명을 하지 않느냐는 것을 문제삼으며 국가인권위의 정체성을 문제삼았다.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은 “기본이 안 된 인권위”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국가인권위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인권위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실태파악을 지속해 나가면서 연내에 북한인권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현 정부에서는 실현불가능한 이상이며 국민적 비판을 피해가려는 ‘시간끌기용 화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위가 인권이 아니라 정치를 우선에 두고 기관위상을 먼저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은 “공개총살 동영상이나 임산부 구타 동영상 등이 나왔는데도 인권위는 아무런 입장표명이 없다”며 “인권위의 ‘우군’인 시민단체가 반발할까봐 그렇게 소극적인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조영황 인권위원장이 “대외적인 문제라 조심스럽다”고 답하자 “북한 인권 문제가 왜 대외적이냐”며 “역사에 죄를 짓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은 “인권위가 북한인권실태조사를 위한 예산을 단 1원도 투입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가 북한인권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위가 주최한 북한인권관련 간담회 참가자를 보면 ‘북한인권은 남북협력관계에 비추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게 낫다’고 보는 사람들 뿐”이라며 “북한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제기하는 단체나 개인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에 지대한 관심을 갖기는 최연희 법제사법위원장(한나라당 소속)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국감 마무리 발언을 통해 “어떻게 다른 나라 인권은 거론하면서 한반도 내 인권은 거론 못하겠느냐”며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북한인민의 자기결정권 존중이 먼저”

국가인권위 국정감사를 모니터했던 김정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북한인권에 대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나라당은 ‘북한인권이 심각하다,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정권의 문제다’라는 식으로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북한 인민의 자기결정권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민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개입은 이라크에서 보듯 오히려 더 큰 인권침해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인권문제가 보편적인 것은 명확하지만 인권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정치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선정적인 의제를 중심으로 의제화하려 하고 국가인권위를 다그치는 것은 북한인권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인권위가 하는 수많은 일이 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은 질의시간의 대부분을 새로울 것도 없는 북한인권주장으로 채웠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가인권위 업무를 얼마나 이해하는지 얼마나 조사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도 “인권문제가 북한 인권 하나 뿐이냐”며 “숱한 인권문제를 놔두고 북한인권문제만 거론하는 것은 북한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것보다도 극단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며 “정략적인 태도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 적극적 자세 아쉬워

이날 국감에서 조 위원장과 곽노현 사무총장은 북한인권공세에 대해 소극적이고 수세적인 자세로 일관해 적극적 자세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유권 문제, 교류협력문제, 통일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이론적으로 잘 정리해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입장표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국가인권위가 너무 소극적이고 수세적으로 밀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주문했다. 김정아 활동가도 “국가인권위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깊이 논의하고 자신있게 발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공격을 당하는 모습으로만 남아있었던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유권과 사회권을 균형있게 봐야 하는데 국가인권위 위원들조차 북한인권문제를 체제경쟁 수단으로 보는 편향에 빠져 있다”고 다른 차원에서 국가인권위를 비판했다.

북한인권문제 거론위해 유도심문까지 등장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려는 집요함은 유도심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성조 의원은 추가질의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권고처럼 해당 부처가 수용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권고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은 다음 조 위원장이 “그게 원칙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하자마자 “원칙에 따라 했다면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왜 권고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유도심문’을 하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

김정아 활동가는 이에 대해 “치졸한 방식”이라며 “수준이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김 의원이 예로 든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권고’ 주장은 인권이 무엇인지 국가인권위가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얘기”라며 “국가인권위가 노동자 인권을 위해 정책권고한 사안을 두고 현실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5일 오후 19시 1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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