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의 파산??

필리핀, 고리를 끊다

 

아로요가 철군을 명령하고 이라크에서 필리핀 군대가 철군을 하면서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되어 있던 인질이 석방되었다고 한다. 사실 철군이라고 하기에도 머쓱하게 필리핀이 이라크에 보낸 군인의 수는 기껏해야 자이툰의 1/60 규모다. 하지만 철군은 이루어졌고, 인질은 석방되었다. 그렇다. 철군이다.

 

필리핀, 이 나라는 미국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를 가지고 있다.

마르코스가 독재를 하던 그 때로부터 필리핀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미국에 종속되었었고, 마르코스가 민중의 힘에 의해 실각한 후에도 미군부대를 비롯하여 미국의 힘은 그 땅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미국 없는 필리핀은 참으로 요원했던 것이다.

 

이라크에서 철군을 단행한 필리핀은 사실 한 명의 인질을 살린다는 대의명분보다는 미국과의 연결고리를 과감히 단절했다는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철저한 미국의 안방으로 인정되어왔던 동남아가 이제는 미국 없는 세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로요 역시 필리핀의 "국익"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리가 없다. 그런데 아로요가 생각했던 국익은 무엇보다도 자국 국민의 안전이었다. 철군발표를 하자 미국이 보여줬던 오만가지 설레발이는 미국이 과연 국제사회의 경찰노릇을 할만한 대국인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테러집단에게 부적절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는 논평은 그나마 양반이었고, 앞으로 필리핀의 국익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협박까지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필리핀이라고 해서 미국의 이러한 협박질에 마냥 배짱 튕기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필리핀이 그저 배 째라 하고 앉아있었겠는가? 그러나 필리핀은 결단했고, 그 결단을 진행하였으며, 인질을 구출했고, 명분 없는 전쟁에서 완전히 발을 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를 바라본 세계는 필리핀의 전혀 다른 모습에 놀랐고, 미국과의 단절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필리핀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체 없는 국익론, 그리고 한 한국인의 참수

 

극동아시아에 붙어 있는 반도국가의 남단에서 정권을 잡고 있는 어떤 부류는 이와 정 반대의 행동을 했다. 자나깨나 "국익"을 입에 달고 사는 그네들은 그 잘난 국익이 도대체 무엇인지도 모르는 국민들을 호령하며, "파병방침 이상없다"는 구호를 큰 소리로 내질렀다. 그 나라 국민이 인질로 잡혀있다는 비디어 테이프가 공개된지 불과 서너시간 만에...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도대체 국익이 뭐냔말이다. 그 실체를 내놔봐라~! 이렇게 국민들이 부르짖자, 묘한 보고서 하나가 공개된다. 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 국제적 신용평가기관들의 작당으로 한국 경제가 초토화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모 언론사가 이 기사를 비판하자, "우리가 언제 한국 경제가 초토화된다고 했냐?"고 성질을 부리던데, 꼭 떠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이 보고서는 중대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데, 그 국익이라는 놈이 도대체 어떤 놈을 위한 국익인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무디스니 뭐니 하는 그 이상한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국가 신용도 평가라는 것이 초국적 자본과 미국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비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입장이 곧장 우리의 국익으로 연결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아니 어떤 특정한 집단의 이익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건 정말 분명하다.

 

21세기 대한민국은 300만 신용불량자들과 함께 출발했다. 신용불량자라는 용어는 그래도 상당히 점잖은 표현이다. 실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목숨까지 저당잡힌 파산자들이 상당하다. 한 국가의 경제정책이 완전 실패한 결과 4900만 전체인구 중의 1/16, 전체 경제 인구 중의 1/10, 노동자 중의 1/3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 상황에 몰려 있는 것이다. 사실 이 판국에 IMF 한번 더 터지나 그냥 이대로 가나 목숨까지 저당잡힌 사람들에게는 별반 영양가 없는 상황 변화이다.

 

농민은 또 어떤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한중 농산물 협정, WTO 쌀 개방, 기타 등등 외국과의 교역관계의 변화로 인하여 농촌은 거의 풍비박산이다. 계속 쌓여가는 농가부채는 이제 갚을 능력마저 완전히 거세시켜 버렸고, 대책은 전무하다. 소작농을 위시한 빈농들이 겨우겨우 목에 밥풀이나마 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개발정책에 밀려 이마저도 시원치 않다. 이 사람들이 또 신용불량자 수만큼 있다.

 

신용불량자와 이 사람들에게 목매달고 있는 사람들, 농민들과 이 사람들에게 목매달고 있는 사람들만 합쳐도 이미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다. 여기에 도시빈민,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받는 사람들 합치고 더 들여다볼 수조차 없는 노숙인, 독거노인 등까지 합치면 그 수가 얼마나 되려나? 아무튼 이 사람들에게는 무디스가 뭔 짓을 하던 말던 상황이 더 나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무디스를 비롯한 신용평가기관의 넉넉한 점수를 받아 이익을 보는 집단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누군지 꼭 찝어서 이야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학비 좀 벌면서 아랍말 좀 공부하려던(물론 그 궁극적 목적이 선교사업이었던 어쨌던 그것과는 관계 없이) 한 고학생의 이익은 분명 아니다. 그 고학생은 결국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몸과 목이 분리되어 싸늘한 시체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처참한 그의 시신 위로 피로 쓴 "국익"의 깃발이 출렁거린다.

 

 

국익의 종말과 근거없는 부활의 정치

 

노무현은 계속 국익 타령을 하고 있다. 그 옆에서 노란 깃발 흔들고 있는 소위 "노빠"들은 "국익"의 참 의미도 모르면서 교주 노무현을 비판하는 어리석은 중생들을 돌로 친다. 가끔 심심풀이 삼아 들어가보는 "서프라이즈"는 독심술사들의 경연장이다. 국정에 바쁜 노무현이 매일같이 이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이빨을 푸는 것도 아닐 텐데, 이 광기어린 통성기도 경연장에 들어와 앉아 있는 소위 "논객"들께서는 노무현의 심중을 적나라하게 꿰서 우리 앞에 보여준다. 그런데 별로 내용이 없다.

 

딱 요 한 문장으로 그들의 논리가 축약된다.

"노대통령께서 다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쥐뿔 모르는 너거 중생들은 주댕이 꽉 다물고 지켜나 보고 있어라~~!"

영명하신 선조들이 이런 소리에 대해 하신 말씀이 있다.

"望月犬吠之聲"이라... 또는 "月下犬吠之聲"이라고도 한다.

 

노무현의 이바구나 노빠들의 통성기도 속에서 사실 국익이라는 것은 없다. 적어도 뭘 국익이라고 하는지는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 잘난 국익을 빨아먹을 놈들이 나같은 빌어먹을 서민들이 아니라는 사실만 보여줄 뿐 그 이상이 없다. 기껏 하는 이야기가 이라크 재건 사업에 한 몫 낄 수 있을 것이라는 둥, 중동의 석유자원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둥, 북한에 핵폭탄 안 떨어뜨릴 것이라는 둥의 소설이 전부다. 북한에 핵폭탄 떨어뜨리는 짓은 미국이 북한에서 돈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핵폭탄 떨궈봐야 남는 것이 없는데 뭐할라고 핵폭탄 떨어뜨리나?

 

건 그렇고, 이라크 재건이니 석유니 하는 이야기는 황당하다못해 엽기스럽다.

이라크 전 국민의 절반이 아직 15세를 넘기지 못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나?

그들의 머리 위로 폭탄을 떨어뜨린 다음에 퍼올리는 석유로 우리 애들을 키우자는 이야긴가?

우리 다음 세대가 드라큘라냐, 뱀파이어냐? 이런 짓거리 당연하다는 듯이 떠드는 이 잡귀들은 또 드라큘라냐, 뱀파이어냐?

 

말라빠진 국익 타령하다가 기껏 한다는 짓이 드라큘라로 부활하고 뱀파이어로 부활하는 거냐?

그런 식으로 영생불멸 얻으면 행복하냐? 행복해?

차라리 made in USA 좀비가 되는 것이 낫다. 부시의 주술 한 마디에 움직이는 극동의 좀비들.

국익은 좀비가 얻어먹을 시체의 썩은 살덩이로 전락하고 국익타령하는 이들의 부활은 세상을 아비규환으로 만든다. 이제 그만 좀 하자, 이 좀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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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8 19:20 2004/07/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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