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와 절도범

오늘, 진지한 자세로 엄숙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행인이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우파를 자임하는 분들의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그분들의 글들을 뒤적거려 껀수를 찾아내고 이죽이죽 깐족깐족 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더랬다.

 

사실 이분들의 숫자가 한 줌도 되지 않고, 신체연령상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행인보다는 한참 빨리 저승으로 가실 가능성들이 높은 분들임은 주지의 사실. 물론 쳐 드신 욕들이 많기 때문에 상당히 오래 사실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도 있겠다. 괜히 '욕'을 '만세탕'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만세탕을 사발로, 그것도 매일매일 에브리데이 드시고 있을 터이니 그분들의 건강이 괜히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아, 그새를 못참고 얘기가 또 딴 데로 새네...

 

아무튼 이분들의 세력이 적어도 03이 아저씨가 청와대에서 칼국수를 먹은 이후로 많이 찌그러져 있었던 데다가, 그 빌어먹을 잃어버린 10년 동안 많은 개쪽을 당하신 형편이어서, 이젠 발언력도 별로 없고 빽도 별로 없는 존재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미래를 걱정하고 이 땅의 진보를 고민하는 행인의 입장에서, 이분들의 현 존재는 그렇게 간과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계속 가슴에 걸리는 것이었다.

 

해서 꾸준히 이분들의 현재 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분들을 만인의 웃음거리로 만들어드리기 위하 작은 실천이 바로 수꼴 사이트 매일 성지순례였던 것이다. 땡전 한 푼 나오지 않는, 명박각하의 4대강 삽질에 준하는 캐삽질이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나름대로 행인은 이분들의 사이트들을 훑으면서 웃음에 굶주렸던 상당수 블로거들의 배꼽을 흔드는 소재를 발굴하기도 했으며, 그 덕분에 쥐뿔 컨텐츠라고는 뻥구라밖에 없는 이 사이트를 그럭저럭 유지해나가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언제나 그렇듯이 대한민국 수꼴 여러분에게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는 법. 갈수록 필력이 떨어지는 이분들의 글들을 볼 때마다 짠한 마음이 앞서기도 했고, 어거지로 짜내는 듯하던 글들 중 과거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던 시대에 버금갈만한 개념상실 똥글을 보면 예수 부활을 본 듯한 감격에 젖기도 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오늘도 이런 뻘짓을 초지일관 진행하던 행인의 레이더에 걸린 글은 바로 행인의 멘토이기도 한 갑제옹의 글 되겠다.

 

"친북파가 친일파를 고발하는 것은 강도가 절도를 고발하는 것과 같다"

 

이건 거의 "조선일보가 신문이면 화장실 휴지가 팔만대장경"과 같은 레벨의 초절정시니컬하이코메디개구라라고 평가할 수 있는 카피다. '기자 조갑제' 옹이 심혈을 기울인 글들에서 보이는 공통점 중 하나는 독해력 떨어지는 중생들을 위해 수능 족집게 과외교사 비스무리하게 1, 2, 3, 4로 핵심만 간단히 요약 정리해주는 것인데, 이번 글에서도 유감없이 그 요약정리신공이 공전절후한 신기를 발휘한다. 자세한 사항은 링크따라 가보시면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으나 왠만하면 비추다. 끝내 호기심을 버리지 못하고 쫓아갔다가 모니터에 피자 한 판 부치는 불상사가 생겨도 행인에겐 책임이 없음을 밝힌다.

 

어쨌던 오늘 갑제옹의 글에서 우선 눈여겨 살펴볼 것은 "박정희가 일제에 순응하는 하면서 실력을 길러 대한민국의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것. 이 대목에서 정말 궁금해지는 것은 혹시 갑제옹이 수꼴인 하면서 내분을 일으켜 수꼴계를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 최소한 보수랍시고 한 목소리 하려면 매천 황현 급은 되지 않더라도 반민족행위에 대한 엄정한 기준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고보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제대로 된 보수가 없다는 누군가의 평이 맞기는 한 거 같다. 뭐 그 반대편에 제대로 된 진보가 있냐고 하면 그것도 쬐께 씁쓰레 하다만...

 

아무튼 갑제옹의 주장은 간단히 말해서 옛날 옛적 친일은 덮어두고 작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북이나 단도리하자 뭐 이런 정도로 축약될 듯 하다. 친일파들은 그래도 해방 이후 사죄하고 졸라 열심히 뺑이쳐서 북한괴뢰도당의 남침을 막아내는 한편 오늘날 경제성장에도 이바지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친북파는 뭐냐 이 잡것들은... 갑제옹이 주댕이를 댓발이나 내밀면서 부루퉁해가지고 투덜거리는 말씀들의 핵심이 그거다.

 

그런데 민완기자 조기자쯤 되면 이따위 엉성한 비교나 해대면서 같잖은 소리 하기 전에, 차라리 학술적으로 뭐가 문젠지를 조목조목 따지는 르뽀기사라도 한 편 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기왕에 갑제옹이 내놓은 박정희 전기를 보더라도 박정희의 친일행각을 덮을만한 것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거. 친북파가 그렇게 미운데 어떻게 남로당 활동하다가 사형의 목전까지 갔었던 박정희에 대해선 이토록 관대한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작 행인이 안타까운 것은 갑제옹의 이번 글이 그 주제가 가지고 있는 핵폭탄급 위력에 비추어 너무 약하다는 거다. 글빨 많이 떨어지셨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몸이 쇠잔해지셔서 그런가. 이럴 때는 보약이라도 한 재 지어서 보내드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당장 내일 밥 한끼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그건 좀 어렵고, 이렇게 불질이라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만세탕이라도 보내드릴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참으로 아쉽긴 하다.

 

뻥구라닷컴을 방문하신 블로거 여러분께서는 행인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들이시어 갑제옹께 마음껏 만세탕을 보내드리기 바란다. 행인의 소망과 여러분의 성원이 어우러져 갑제옹이 오래 오래 사시길 바라마지 않는 것이다. 갑제옹 같은 분들이 조기 북망산행 하시면 행인의 블로그, 즉 이 뻥구라닷컴이 진지하고 육중한 글로 채워져야 하는데, 솔직히 그거 자신이 없다. 변모씨가 가슴아프게 지적한 바와 같이 지적수준이 너무 딸리기 때문이다.

 

아, 한 가지 빼먹은 것이 있는데, 절도범을 고발하는 것은 강도가 해도 된다. 꼭 죄 없는 사람만 절도범 고발하라는 법은 없다. 살인범이 강도를 고발할 수도 있고 사기범이 음란물 유포자를 고발할 수도 있다. 민완기자 갑제옹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나저나 그 덕분에 갑제옹의 기준에서도 최소한 친일파들이 절도범 쯤은 되는 것으로 확인이 되는구나. 하긴 뭐 나라를 도둑질한 넘들인데 절도범이 썩 틀린 말은 아니겠다.

 

그나저나 갑제옹은 장물아비도 아닌데 왜 이렇게 절도범을들 싸고 도는 거야? '명상'이나 함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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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21:00 2009/11/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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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핫. 한바탕 웃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