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말들

체벌 전면금지가 시작되자, 꽤나 여러 곳에서 볼멘 소리가 튀어나오나보다.

 

목소리를 키우는데 어찌 이유가 없겠는가만은, 납득할만한 이유는 보이지 않고 우째 도통 알쏭달쏭한 말들만 난무한다. 대한민국 교육자들의 수준이 다 이런 것은 아니고 '일부'만 그렇겠지만 들여다보면 썩소가 찔끔. ㅋㅋ

 

난이도가 가카의 심중을 헤아리는 것만큼이나 하이클래스인 어륀지 스타일의 단어들이 종종 보이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1) 교육적 벌

2) 실효적 대체벌

 

여기서 1)번의 '벌'이라는 단어는 맥락상 체벌을 의미한다고 보인다. 즉 '구타'나 '얼차려'(씨앙... 이건 군바리 용언가...). 다시 말하면 이 분들은 '교육적'인 벌과 '비교육적'인 벌, 아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교육적'인 '구타'나 '얼차려'와 '비교육적'인 '구타'나  '얼차려'를 구분하시는 듯 하다.

 

까놓고, '교육적'이라는 미명으로 아무리 현란하게 수식을 한다고 할지라도, 여러분 교육자들께서는 미처 잘 모르고 계시는지 모르겠으나 그건 그냥 '폭력'이다. 그렇게 따지면 체벌금지로 인해 교육에 지장생겼다고 한마디씩 하시는 분들은 솔직히 합법적으로 폭력행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보장해달라고 표현하시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하시기엔 교육자적 양심이 허락지 않으실라는가?

 

한편 2)번에서 사용된 '벌'이라는 단어는 맥락상 '구타'나 '얼차려' 외에 다른 방식, 즉 근신, 정학, 퇴학 등의 방식을 이야기하시나보다. 하긴 학적부에 근신, 정학, 퇴학 경력이 박히면 애들 장래에도 그닥 좋은 영향을 미치진 못하겠으나, 말죽거리 모 고교에서 "대한민국 학교 다 X까라 그래"라고 한마디 시원하게 날리고 자퇴한(퇴학당했나?) 권상우도 요즘 잘 나가는 거 보면 다 애들 하기 나름이니 그닥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으련만.

 

김봉두가 선생이 된 이유는 그 옛날 김봉두를 가르쳤던 어떤 교사가 공부 안하면 교실 밖에 있던 소사짓이나 하게 된다고(그 소사는 김봉두의 아버지) 하는 말에 화들짝 놀라서 그리 되었다는 전설도 있는데, 이건 교육적 차원의 훈계였을까 아니면 그냥 폭력이었을까?

 

"공장에서 미싱 밟을래, 대학가서 미팅할래?"가 급훈이랍시고 떡 걸려 있던 어떤 교실에서 '구타'와 '얼차려' 외에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선생이 칼 차고 교실을 돌아다니던 왜정시대보다 훨씬 아름다워진 오늘날의 교실풍경이다만, 두드려 맞으면서 청소년기를 통과했던 과거의 추억을 왜 자기 제자들에게도 전수하려 그럴까? 군대에서조차 구타와 얼차려 없는 내무반을 조성하자고 한 게 내 기억으로만 20년도 훨씬 넘었는데, 학교에서는 오히려 교사들이 나서서 그걸 존치시켜달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주변 인물 중 교직에 있는 사람들이 몇 있긴 한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애들과의 관계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더라도 교사가 자기 학생들에게 몽둥이질 할 수 없는 건 당연지사. 선생님은 그래서 참고 참고 또 참는 어여쁜 캔디가 되었더라는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데, 오늘날 체벌금지에 발끈해서 "교육적 벌"과 "실효적 대체벌"을 요구하는 저 선생님들은 캔디가 되버렸던 갸들과 다른 부류인가...

 

처음엔 다 힘든 거다. 행인도 처음 공부 시작할 땐 허벌 힘들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만.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가야지, 잘 못 된 거 알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되잖는가? 아니, 가만... 저 선생님들은 애들 패는 것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어허... 그럼 여지껏 구라친 내용이 다 헛소리가 되어버리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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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1 20:43 2010/11/0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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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체벌을 안 하면 자신의 권위가 설 수 없다고 생각하는 교사들...

  2. 새삼 느낀거지만 언론이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요.
    초등학교 1학년때 지각했다고 잣대로 손바닥 한번 맞은게 그렇게 기억에 남는데...
    손바닥 한번 맞은 것 가지고 이런데, 수도없이 매맞았던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예전에 모 교감선생님이 강의했을때 한 말이 생각나네요.
    "70~80년대 매때려서 공부시켜서 의사됬더니 자기 보니 피하더라."

    오히려 이 기회로 체벌문제에서 아동에 대한 학대 폭력까지 좀 더 세상에 알려졌으면 좋겠네요.
    육체적인 폭력 외에도 언어적인 폭력...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애가 며칠 결석해서 담임 선생님이 가보니
    엄마는 가출하고 아빠는 가출한 엄마를 찾아 갔다고 하네요...

    • 한 대 맞은 건 기억나도 맞는 게 일상이면 불감증이랄까... 뭐 그런 게 더 무서버...요.^^; 줄창 맞다니...
      폭력이 내재화되신 분들 많을 듯.
      법 보다 주먹~ 췟~! 그딴 거 말하는 분들은 교사직 내놓아야 할 듯.

    • 연애편지// 학생 체벌, 아동 학대... 문제는 넘 많고 모든 문제는 연결되어 있네요. 당연, 해결해야 할 일들은 넘쳐 흐릅니다. 답답하군요.


      gahae// 그렇죠. 저 "교육적 벌"이나 "실효적 대체벌"이라는 용어는 바로 그 불감증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3. 남이네 반에서 땡땡이를 친 아이한테 (벌로) 몇번(팔굽혀펴기)해야 하겠냐고 물었는데, 녀석이 200번이라고 대답했다더군요. 양심적(!)인 대답 덕분에 땡땡이 위아래(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기에)로 200번 근처의 팔굽혀펴기 벌칙을 스스로 맹글어서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적어도 선생보다!) 순박한 녀석들을 쥐어박으며 지가 더 위에 군림해있음을 각인시켜야만 교육이 제대로 된다고 생각하는 자들 덕분에 '교육'이 '학', '습'이 되지 못하는 게죠... 결국 니 아래와 위를 구분시켜줘야 한다는 군대문화와 일맥하기도 하고... ㅎ~

    • 그럴 때 스승님은 "야, 그래도 그건 넘 많다. 20번으로 하자" 뭐 이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감? ㅋ

      어떤 블로그 보니까 학교 교사이면서 대학 강의도 하시는 분이 체벌금지를 진보교육감의 언플이라고 하더군. 그 사람에게 묻고 싶은 건, 대학에서 강의할 때도 체벌할 생각이 있느냐는 거. 도통 자신의 위치가 초중고에서는 다르고 대학에서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지 원...

  4. 행인님이 마지막 부분에서 “처음엔 다 힘든 거다. 행인도 처음 공부 시작할 땐 허벌 힘들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만.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가야지, 잘 못 된 거 알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되잖는가? 아니, 가만... 저 선생님들은 애들 패는 것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어허... 그럼 여지껏 구라친 내용이 다 헛소리가 되어버리는데... 쩝.”라고 한 말이 여운을 남기네요.

    [독일에서, 특히 라틴어와 희랍어, 그리고 부분적으로 히브리어 등 사용하지 않는 죽은 언어가 필수이거나 또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소위 “인본주의 고등학교”에서] 교육을 이야기하면 의례 등장하는 슬로건과 사람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괴테와 그가 자기 인생을 결산하면서 쓴 “나의 일생에서 간추린 것: 시화된 것과 사실”(Aus meinem Leben: Dichtung und Wahrheit)이란 책이죠. 괴테가 자기 생의 상당 부분을 시화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책인데, 내용인즉 어렸을 때 엄청 까져야 교양을 쌓아갈 수 있고, 이렇게 까지는 가운데 뜻을 세우고 뜻을 세운 만큼 늙어서 거둬들이고, 그렇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하루 강아지 범 행세를 하다가 자기 한계에 부딪혀 자신을 알고 우주의 질서에 순응하게 된다는 것인데, 다른 것은 제쳐놓고 체벌과 “까지는 것”만 보자면 그 사이에 변증법(?)이 작용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늘천따지와 변화무쌍한 고어의 문법을 습득하는데 대가리에 떨어지는 할아버지의 담뱃대가 혹은 잘했다고 칭찬하는 달콤한 사탕이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체벌보다는 체벌이나 다른 형태로 다가오는 "고전"의 권위에 대항하여 “까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까진 놈”이 인생을 제대로 산다는 생각도 들고 …

    • 폭력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근대성의 발아를 본다면, 천자문을 앞에 두고 훈장할배에게 곰방대로 마빡을 두드려 맞던 그 시기의 달콤함이라는 것이 근대적 제도 덕분에 사라졌다는 상실의 아픔도 있겠군요. ㅎㅎ

      저는 님이 정확한 지적을 하셨다고 보는데요, 사실 이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까진 놈'을 도태시켜버리려는 것 같아요. 실제 그 '까짐'이 가지는 성격이 뭔지는 도외시해버리고 '까진' 그 상태만을 보는 거죠. 애들이 개기는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만났던 그 '애들'의 경우죠. 물론 이걸 경험론으로 치부하고 일반화를 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까짐'의 원인이 뭐고 그 '까짐'이 가지는 어떤 합리성을 발견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개김'에 대해 체벌이 아닌 다른 방식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겁니다.

      덧: '까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학생들의 문제도 분명히 있겠습니다. '까임' 당하는 것이 바로 자신을 단련시키는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당장의 분노로 바르르 떠는 것이 결국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까임' 당하는 친구들이 잘 모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게 아직 '어린' 학생들에겐 더 당연한 거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까 '어린' 거겠죠. 그러나 말씀하신 것처럼 이렇게 '까였던' 학생들이 나중에 인생 제대로 사는 경우를 저도 많이 봤습니다...라고 또 경험담을... ㅎㅎ


      괴테는... 제가 지식이 짧아서 들여다보질 못했군요. ^^;;;

  5. 체벌금지에 이어 승자와 폐자를 가르는 성적제도 폐지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 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다루고 싶은데... 님의 귀차니즘에 전염되었나 보다. 한마디만 하자면 학원들 난리법석을 떨겠지.

    • 그쵸. 사람을 성적으로 줄세우는 것 자체가 문제겠죠. 이건 사실 좌파우파의 문제가 아닌데, 말 꺼냈다가는 바로 뿔갱이라면서 다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