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의 이상한 계산법
행인님의 [행안부 왜그래요? 국민에겐 꿀먹은 벙어리, 국회에선 의원기망] 에 관련된 글.
일단 숫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마빡에 쥐가 돋는 행인인데, 이번에 행안부가 국회에 돌린 찌라시를 확인해보니 영 숫자가 이상한 부분이 있다. 혹시 이 블로그 보시는 분들이 사칙연산에 밝은 분이시라면(이건 뭐 미분적분 돌릴 일도 아니나 워낙 행인의 계산능력이 떨어지는 관계로) 조언 부탁드립니다.
우선 행안부발 찌라시에 나온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소요비용 : 10년간 총 4,862억원 추정
○ 정부투자 2,948억원
- 경신발급 2,235억원(주민등록증 단가 장당 6,700원)
- 시스템 구축 150억원
- 자치단체 등 기관 활용장비 도입 93억원
- 유지관리 470억원(유지보수 134억, 신규발급 235억, 재발급 101억)
○ 민간부담 1,914억원
- 분실 훼손 재발급(본인부담) 1,474억원
- 리더기 구입 440억원
=> 현 플라스틱 증으로 유지할 경우 유지비용 10년 간 1,000억원
(발급단가 장당 3,000원, 년 350만 건 발급)
전자주민등록증이 아닌 일반 증으로 경신할 경우는
10년 간 3,284억원 소요 추정(발급단가 장당 4,400원)
여기서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 사항은 이런 거다.
먼저 전자주민증을 발급 한 후 10년 간 투자되는 유지관리비용추정액 중 전자주민증 신규발급과 재발급에 총 336억원이 소요된다.
전자주민증의 발급 단가는 장당 6,700원으로 예상되어 있다. 따라서 이 찌라시 계산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전자주민증의 연간 발급건수는 50만건이 약간 넘는다. 10년 간 500만 건.
그런데 현재 플라스틱 주민증의 연간 발급 건수는 무려 350만 건이 넘는다. 10년이면 3,500만건.
뭐가 의문이냐고?
행안부는 왜 전자주민증 발급사업 이후 주민증 신규발급과 재발급 건수를 지금의 7분의 1 수준인 50만 건으로 잡았을까? 전자주민증 발급을 하면 플라스틱 주민증보다 재발급 건수가 획기적으로 줄어서? 그렇다면 신규발급은? 출산률 저하로 인해 10년 후엔 신규발급대상자가 지금의 7분의 1로 줄어서?
이렇게 줄어든 숫자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는 바로 그 다음 항목으로 나와있는 "본인부담" 재발급 비용과 연계시켜보면 대충 계산이 나온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본인이 부담해서 재발급받는 전자주민증의 비용이 10년 간 1,474억원이라고 나와있는데, 이를 계산하면 연간 약 220만 건 정도가 된다.
따라서 앞서 계산된 50만건과 이 220만건을 합하면 연간 약 270만건의 전자주민증 신규 및 재발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일단 현재의 발급숫자와 비교할 때, 80만 건의 차이가 난다. 행안부의 주장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자면 전자주민증의 발급으로 인해 플라스틱주민증 발급보다는 주민증의 훼손, 멸실 등의 비율이 확 줄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재발급 숫자가 연간 80만건이나 줄어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희망사항이고.
따라서 이런 상황을 따져서 계산을 해보면 행안부가 국회에 돌린 자료의 숫자는 신빙성이 많이 떨어진다.
간단히 계산해보자.
행안부 자료 기준
전자주민증 연간 정부부담 발급 33억6천만원 + 본인부담 147억7천만원 = 181억3천만원
플라스틱 주민증 연간 정부부담 발급 100억원
차액 : 81억 3천만원
누락분 80만 건 포함 할 경우
전자주민증 181억3천만원 + 53억6천만원 = 234억9천만원
플라스틱 주민증 100억원
차액 : 134억 9천만원
만일 정부부담금으로 계산된 것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현행 플라스틱 주민증 역시 그 비율만큼 본인부담분을 빼줘야 계산이 맞는다. 행안부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그 비율이 5분의 4정도 되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계산된다.
행안부 자료 기준
전자주민증 연간 정부부담 발급 33억 6천만원
플라스틱 주민증 20억원
차액 : 11억 6천만원
누락분 80만 건 포함할 경우(정부부담금으로 포함)
전자주민증 33억 6천만원 + 53억 6천만원 = 89억 2천만원
플라스틱 주민증 20억원
차액 : 69억 2천만원
물론 조단위사업이 될 이번 전자주민증 사업의 총 규모에 비교하면 이정도 금액은 조족지혈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행안부가 국회를 대상으로 로비를 하면서 배포한 자료가 이정도로 금액의 차이를 보인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어떻게 계산을 하던 현행 플라스틱 주민증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전자주민증을 발급하는데 돈이 연간 최소 11억 6천만원에서 최대 134억 9천만원 정도 더 들어간다는 것. 행안부가 10년 단위로 계산을 했으니 이에 맞춰보면 10년 간 최소 116억원에서 1349억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이건 전자주민증 발급사업 이후 신규발급과 재발급에만 한정된 계산이다. 일제갱신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은 아직 계산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계산하기가 어렵다. 기껏해봐야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하면 되는 계산인데 왜 어렵냐 하면 행안부의 자료가 항목분류를 엉터리로 해놨기 때문이다. 위에서 봤듯이 항목분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용추계가 널뛰기를 한다.
3천3백만장 이상의 주민등록증을 일제 갱신하는 데 드는 비용만 2,235억원인데, 실제 이 돈은 현행 플라스틱 주민증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 비용이다. 더구나 이 비용은 갱신기간의 한정(현재 행안부는 2017년까지 완료할 계획)으로 인해 10년 간 들어가는 돈도 아니고 5년 간 들어갈 비용이다.
이걸 단순하게 산수로 해보자면, 다른 항목 역시 10년 간의 비용이 아니라 5년 간의 비용으로 계산을 해야할 터인데, 그건 다른 항목의 비용을 절반으로 계산하면 된다.
따라서 이 계산에 따라 다시 계산을 하면, 즉 향후 5년 간의 기간으로 사업비를 계산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5년 간 전자주민증 사업
경신발급 2,235억원
시스템 구축 150억원
장비도입 93억원
유지관리비용 470억원/2=235억원
본인부담 1,474억원/2=737억원
리더기구입 440억원
총 : 3,890억원
5년간 플라스틱 주민증 유지비용 500억원
차액 : 3,390억원
자, 5년 간 국민의 혈세(+본인부담)가 3,390억원이나 들어가는데 그 효과는?
이미 확인했다시피 그 효과는 거의 0에 가깝다. 본인확인이라는 측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문인식기가 도입되어야 하나 그건 아니라고 행안부가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있으므로 그걸 빼고 계산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3,39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효과 제로를 목표로 달려가는 이 정신나간 정부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리더기 구입측면을 보도록 하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행안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리더기 대당 가격은 미니멈 2만원에서 맥시멈 20만원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행정계획을 구상하면서 예산추계에 필요한 세부사항의 가격을 최대 10배까지 잡고 예산을 상정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나 어쨌건 그렇다 치고.
미니멈 가격을 놓고 계산해보자.
자치단체 등에서 리더기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93억원.
이걸 계산해보면 공공기관에만 465,000대의 리더기가 깔린다.
놀라운 것은 민간분야의 리더기 구입비용인데, 440억원이다. 이걸 똑같이 미니멈 가격으로 계산하면 전국에 220만대의 리더기가 깔린다는 이야기다. 즉 2만원짜리 리더기로 치자면 전국에 2,665,000대의 리더기가 깔려서 허구한 날 주민증을 긁도록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맥시멈 가격을 가지고 계산하면 266,500대의 리더기가 깔린다는 건데 이건 실효성이 없는 숫자. 전국 시군구읍면동의 각종 관공서는 물론이려니와 각급 병의원, 법무법인 사무소, 은행 등만 해도 이 숫자로는 턱도 없는 숫자.
문제는 행안부가 아직도 카드에 장착되는 칩이며 리더기의 스펙 등 일체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건데 따라서 행안부가 국회에 돌린 찌라시만 가지고는 이 비용이 실제 얼마나 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어쨌든 미니멈 가격으로 리더기를 구입하여 전국에 도배를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장래 전자주민증의 활용목적과 관련해 계산해보자면 이정도 규모 즉, 전국에 2,665,000대의 리더기가 깔린다고 하더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는 것. 어차피 한 번 도입되어 민간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면 기본적으로 연령이나 장애 등을 기준으로 일정한 제한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각종 시설이나 편의점에서도 리더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더 나가 네트워크를 통한 행정민원처리나 은행업무처리를 하기 위해선 개인PC마다 리더기를 장착해야만 한다.
행안부는 이렇게 될리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렇게 안 될거라면 굳이 전자주민증을 도입할 의미가 없다. 도대체 행안부는 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걸까?
더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자주민증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본인확인을 위한 기능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현재 행안부가 제시하고 있는 전자주민증의 기능을 보자면 본인확인을 위해서 반드시 지문인식기가 도입될 수밖에 없다. 물론 행안부는 이를 극구 부인한다.
행안부가 이렇게 민감한 내역에 관해서는 전면 부정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리더기설치의 확산이나 지문인식기에 대한 예산은 행안부 자료에서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행안부 자료만 가지고는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면밀한 예산추계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더 큰 의문 사항 하나가 발견된다. 바로 "전자주민등록증이 아닌 일반 증으로 경신할 경우"라는 항목이다.
이 문구만 놓고 보면, 행안부는 전자주민증과 현 플라스틱 주민증이라는 두 가지 안 이외에 제3의 증 시스템을 고려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자주민증 단가가 6,700원으로 추정되어 있고 현 플라스틱 주민증의 단가가 3,000원이라고 지정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제3의 증의 경우에는 예상 단가가 4,400원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뭘 이야기하는 것일까? 플라스틱 주민증도 아니고 전자주민증도 아닌 개당 4,400원짜리 증은 어떤 걸 말하는 걸까? 유감스럽게도 행안부가 그동안 내놓은 어떤 자료에도 이 제3의 안에 대해 추론할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 오직 이 찌라시에만 달랑 이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 그렇다 치고, 이 제3의 묘한 증을 발급하는데 10년 간 3,284억원이 소요된다는 데, 이건 행안부 자료가 풍기는 뉘앙스로 볼 때 분명 정부부담금이라고 봐야 한다. 만일 행안부가 좀 더 세심한 신경을 썼더라면 이거 역시 민간부담과 정부부담을 나누어 설명했을 것이나 그렇지 않았다. 더구나 전자주민증의 경우 정부투자비용비율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한 행안부가 굳이 더 저렴한 형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힐 필요가 없었을 것이므로 이건 당연히 제3의 안을 했을 때 전자주민증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조시켰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장당 4,400원짜리 주민증을 10년 간 발급한다는 비용이 10년간 3,248억원이라고 한 것이 분명한데, 이건 초딩들을 데려다놓고 계산을 시켜봐도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장당 6,700원짜리가 10년 간 비용 2,948억원이 들어간다고 해놓고 장당 4,400원짜리는 오히려 3,284억원이 들어간다고 하면 이뭐병 소리가 대번에 튀어나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행안부의 이상한 계산법은 전자주민증 사업의 추진의도를 더욱 의심케 한다. 2007년 삼성SDS컨소시엄이 용역보고한 기술타당성 연구보고서를 검토하면 행안부가 장래 어떤 형태의 전자주민카드를 의욕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행안부는 아직도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왜?
대한민국 국회가 아무리 썩었다고 할지라도 이따위 엉터리 계산에 의한 사업계획을 두 눈 버젓이 뜨고 오케이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
설득을 하고 싶으면 모든 것을 꺼내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정부가 그토록 자주 사용하는 '오해'라는 단어가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자들은 앞으로 절대 뒷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책임은 오로지 국민 개개인에게 전가될 뿐이다.
행안부,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다.
지난번 야당 한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행안부가 전자주민증 예산을 감액해 속였다고 지적을 했는데 공청회에서 관계자가 말하길 국민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충심에서 그랬다는데 저들은 왜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계획을 정확하고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자기들 맘대로 줄이고 부풀려 발표를 하는지 참 문제입니다.
이건 감사를 받구 직무유기와 사기죄로 처벌받아야 할 사안인 것같은데요. 소위 눈먼 돈땜에 그럴까요? 계획이나 예산이 모호하구 초딩적이네요. 국민과 국회를 금치산자로 아는지...
그리구 예산도 예산이지만 중앙정부 서버와 연결해 신분확인 때마다 데이타베이스로 축적되는지 구체적인 내용도 감추고 무조건 개정안 통과시키려 합니다.
이건 국민의 은행, 병원, 부동산 계약등 일상생활의 로그를 실시간으로 기록해놓구 개인의 평생동안 감시하겠는건데요 이번 인구조사에서 사생활 침해성이 문제되듯이 전자주민증으로 인해 누가 몇년전 어디 살았구 몇달전 무슨 편의점을 갔고 몇일전 어디에서 지하철 몇호선을 타고 몇번 버스를 탔다는 것까지 공무원이나 공안이 버튼 하나로 간단히 알 수 있다는 건데요 소름끼치며 불쾌합니다.
물론 국민은 자기의 행적이 어떻게 정부에 기록되고 보존되는지도 잘 모르고 전자카드를 긁을 수 밖에 없겠구요 그런거 싫어서 전자주민증 안받는 사람은 생활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겁니다.
14년전이랑 다르게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을 행안부에서 계속 감추고 있는데 그 의도는 뻔한 것같습니다. 이런 불투명하구 비밀스런 이상한 신분증 계획은 반드시 철회해야합니다. 한마디로 파시즘에 가깝죠.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셨는데요, 행안부는 여전히 리더기와 칩 자체의 보안문제만 이야기할 뿐 네트워크 안에서 이루어지는 집적과 유통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국민알기를 완전 호구로 아는 거죠.
응원 감사합니다. ^^
어쩐지 푸코의 판옵티콘이 떠올라서 소름이 끼치네요...
그것보다도 수...수천억이라니...
그 돈으로 차라리 환급해주면 ㄳㄳ ㅋㅋㅋ
쥐20으로 일궈낸 경제효과유발액도 아직 환급을 해주지 않고 있네요. ㅋㅋ
쥐20, 4대강, 전자주민증에 들어갈 돈을 그냥 현찰로 환급해주면 그거 꽤 될 듯 해요. ㅎㅎ
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