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

하도 어이가 없고 머리도 아프고 해서 걍 며칠 퍼질러 자다가 깨 봤더니 세상이 완전히 변했네.

 

지난 몇 십년 간 어차피 위기인 것을 아닌척 쌩까고 살다가 오늘이 닥치고 보니 매일 매일이 위기였더라 이건데, 하루 하루를 공포를 먹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새삼스레 그 공포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느끼는 패닉이라니...

 

야릇한 것은 일단 그 진득한 두려움이 등짝에 배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하던 거 계속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거. 그렇다면 도대체 이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일단의 두려움들을 자각하는 진실한 주체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조선일보는 CNN을 카피하느라 여념이 없고, 즉 "AMERICA UNDER ATTACK"이라는 카피 아래로 무역센터를 들이박는 비행기를 계속해서 보여주던 그날의 CNN에 비할 때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는 특집제호 아래 박스를 치고 실시간으로 '전쟁상황'을 업데이트 하는 인터넷 조선일보는 그래서 하수.

 

부시 코스프레에 정신이 팔린 각하, 이건 꽤나 골때리는 건데, 부시는 그래도 공군 입대라도 했었으니 항공잠바 입고 설쳤다지만, 아는 건 지하벙커밖에 없는 각하가 왜 그걸 입는 건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어쨌든 오늘날 이 두 현상은 한국 보수의 수준이 기껏해야 미국 애들이 하는 건 다 따라해보고 싶어하는 수준 정도라는 걸 보여준다.

 

이러니 경애하는 지도자동지 일족이 허구한 날 남조선을 전쟁광 미제의 괴뢰라고 약올리는 거 아닌지...

 

게다가, 사람 죽여놓고 먄...도 아니고 '유감'씩이나 날려주고 있는 이 태양민족의 정신나간 행태와 사람을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죽어도 씻지 못할 굴욕을 안겨주고 파이트 머니 챙겨주는 犬10땅9리같은 쉑기의 만행은 어찌 또 이리 닮았는지... 니들은 그래, 한민족 맞다.

 

기왕에 이쪽만 패 다 까놓고 시작한 놀음판에서 뭐 더 들이 밀 것이 없는 건 당연한 거고, 그렇다고 저쪽 역시 덮어놓은 패가 그닥 많지 않다는 거. 문제는 어떻게 하든 쟤네는 본전이고 이쪽은 뭘 해도 손해라는 거. 아닌 말로 양쪽이 갈 데까지 가서 박터지게 붙는다고 한들,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 쪽하고 가진 거 써보지도 못하고 죽는 쪽하고 억울함은 좀 차이가 있으려나?

 

얼래? 그럼 누가 더 억울한 거야? 가지고 있는 핵 못써보고 죽는 쟤들이 억울한 거야, 금고에 쌓아놓은 돈도 못써보고 죽는 이쪽이 더 억울한 거야? 뭐냐 지금...

 

예상할 수 있는 건 아무리 그래도 한-미의 주도로 전면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 이 예언을 믿는 자, 븅딱소리 듣기 딱 알맞겠지만, 예언에는 손톱만큼도 자신이 없는 입장에서도 이정도는 쉽게 구라를 풀 수 있겠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난 직후, 당장 전면전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계기는 각하의 발언때문이었는데, 이 때 각하는 확전방지 -> 단호한 대응 -> 몇 배의 응징이라는 순서로 발언을 하셨다. 물론 그게 아니라고 변명하다가 결국 국방부장관 모가지까지 치면서 진실성을 보여주었지만, 실제 저 순서가 맞다고 확신한다.

 

문제는 발언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거. 기본적으로 '대통령'이라는 자리, 군 최고 통수권자이자 남한 인민 전체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수장의 입장에서라면, 사실 그 자리에 있는 자가 평소 어떤 정치적 신념, 예컨대 평화지상주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 발언의 순서는 거꾸로 진행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병역기피자 각하의 발언은 이렇게 공식화된 순서를 뒤집어서 표현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각하가 전면전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건 각하의 소신이 평화주의라서인 것이 아니라 전쟁나면 너무나 잃을 것이 많기 때문. 물론 사전에 전쟁의 기미를 눈치채고 빼돌릴 거 다 빼돌린 후라면 모르겠으되 북괴가 돌았냐? 빼돌릴 시간 줘가면서 전쟁질하게...

 

다음으로 전면전 확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 조짐은 정용진의 트윗질. 외국 나가 있다가 이산가족 되는 줄 알았다는 정용진의 발언은 아직 이 땅의 자본가들이 피난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 되겠다. 정용진 뿐만이 아니라 이건희나 이재용 역시 마찬가지일 듯 한데, 소비에트 말년의 쿠데타까지 안기부보다 빨리 알아챘던 삼성의 정보력은 휴전선에서 막혀있는 듯 하다.

 

어쨌든 얘네들이 가족단위로 외국행 뱅기티켓 끊어놓거나 알짜배기 재산들다 빼돌리기 전까지는 아마 전면전 나지 않을 거다.

 

더불어 중국도 심상치 않는데, 이번에 특별기자회견 구라치면서 기껏 6자회담 해보자고 설레발이 친 것이 걔네들 수준 되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스쳐를 보였다는 데서 중국의 심기가 굉장히 불편하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어차피 중국이 심사가 뒤틀어지더라도 조지워싱턴이 육중한 몸매를 과시하며 서해에 들어와 있는 이상 장군님 대장님 뒤통수를 치면서까지 뭐라고 하진 않겠으나 중국 심기 건드려 봐야 아들네미한테 정권 물려주는 거 심상치 않을 수 있으니 지들도 몸조심 하겠지.

 

물론 전면전까지 안 가더라도 국지전의 위험은 계속 남는데, 그건 지난 60년 동안 계속되어왔던 일이고, 어차피 할 줄 아는 거라곤 들이대는 것밖에 모르는 태양민족 괴수들은 언제고 이 짓을 계속 할 거다. 배운 게 그건데 3대가 세습한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나...

 

어쨌든 잡설 제하고, 남들 다 아는 이야기 줄줄이 늘어놓는 이유는, 씨바 이제 전쟁놀음 좀 그만 하자는 거다. 아니 진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 눈 좀 돌리자는 거다. 평화 어쩌구 하는 드립을 날릴려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전쟁은 허구한 날 하고 있는 거고, 기왕에 가진 넘들은 야구방맹이 지 꼴리는 대로 휘두르면서 파이트 머니 지급하는 걸로 쫑치는 세상이다.

 

연평도를 시발로 해서 양 쪽에 포탄 날라다니지만, 그렇게 해서 애꿎은 사람들 목숨이 날라갔고 또 날라갈지도 모르겠다만, 지금까지 북괴 도발로 죽은 사람들보다 밥 좀 먹고 살게 해달라고 하소연 하다가 죽은 사람이 더 많다. 이거 말고 또 어떤 전쟁이 있나?

 

60년 동안 철책 쳐놓고 서로 마주 선채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어도 그 전쟁은 계속되는 전쟁이었고, 전태일이 제 몸에 불을 붙인 이래 연연 세세 노동자들이 서럽게 죽어갔던 건 역시 전쟁 맞다. 그런데 아뿔사, 북괴가 포탄 쏘니까 갑자기 힘의 평화 운운하면서 신문 방송을 도배질하는 센스는 남다른데, 뉘미 도대체 진짜 옆에서 피가 튀고 살이 타고 있는 전쟁에 대해선 어째 이렇게 말들이 없을까나? 너, 이 시바 조선일보, 너 말여, 너... 어디 딴데 눈 돌리고...

 

쌍용차 난리나고 용산에서 사람이 죽어갈 때, 그게 바로 전쟁이었다. 지금 울산에서도 전쟁 벌어지고 있고. 이 와중에 태양민족의 자랑스런 어떤 용자는  배트맨으로 거듭나서 야구배트를 들고 그 위에 돈다발 얹어놓고 사람 패는 걸 즐기고 있다. 괴뢰들은 포탄 질러대고 자본가는 야구배트 흔들어대고.

 

잠이나 계속 자고 있어야겠다. 이게 꿈인가 싶다. 어쩌면 나는 계속 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잠꼬대가 심해지는 건 병일까나? 진짜 잠에서 깨어나면 그 땐 이 잠꼬대를 기억하고 있을까나? 아니, 그 땐 잠에서 깨어 뭔 소리를 하고 있을까나? 조선일보에 이런 소리 하고 있는 걸 깨어나서 기억하면 졸라 쪽팔릴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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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9 22:33 2010/11/2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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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냉정하게 말해, 태그로 본문을 대신해도 좋은 건데 괜히 쓰신 듯. ㅋㅋ, 아 이건 일전에 나한테 개나소나라고 했던 것에 대한 보복은 절대 아니고...

    중간에 사실관계에 대한 착오랄까 그런 것이 눈에 띄는데요. 가카가 처음에 확전방지드립을 친 건 님의 지적과 달리 가카가 군통수권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듯요. 빌딩이 허물어져도 본토가 까일 일은 없는 양키 놈들과는 사정이 다르니까요. 일반인과 군이 인식하는 확전이라는 개념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하더군요. 군에서 보는 확전은 곧 전면전. 따라서 얼빠진 가카한테 이럴 때는 확전방지라고 해줘야 합니다라고 충고한 거지요. 그래 응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대충 이렇게 된 듯. 그래서 장관과 함께 무슨 비서관도 짤렸대나. 관련 뉴스가 있는데 찾기 귀찮아서 링크는 안하겠슴.

    주변의 경험에 근거해서만 말하자면 인민들은 이렇더군요. 첫날은 시발 당장 주석궁 폭격. 다음날은 시발 전쟁 나면 서울인구 반이 뒤진다네. 그러다가 조지워싱턴이 오니까, 주로 젊은 입대 예정자 연령대를 중심으로 오 시발 장깨들이 쫄아서 회담하잰다라는 착각까지. 다른 데서도 한 말이지만, 각종의 밀리터리드립 중 제일 무서운 것은 선제공격과 대응공격을 구별해서 뒤지는 인민의 숫자를 비교하는 것. 만약 이게 뻥튀기된 채 공론화된다면...ㅎㄷㄷ...

    어쨌든 나는요, 사는 게 전쟁인데라는 종류의 말에는 찬성하기 힘듭니다. 박노자가 그 드립을 치고 또 조승수가 결의안은 반대해놓은 다음 당 메인에 노동자는 이미 전쟁중이여라고 걸어놓은 거 솔까말 진짜 짜증스러울 정도. 물론 전쟁이 나고 전선 부근에서 으쌰으쌰해도 인민은 노동을 하고 임금을 제대로 안주면 달라고도 해야겠지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전쟁을 비교해 한 문단으로 만드는 건 일종의 문학적 과잉.

    결국 전쟁나면 뒤지기밖에 더 하겠느냐는 말에 다름 아니고, 국가-정치의 한 국면에 대한 아주 빠른 포기겠죠. 이번 일이 반도판 911이 될 것이다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 편이지만, 어떤 느슨하고 지속적인 변화들이 소위 우파-전쟁론자들의 말과 손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는 건 그런 이유. 그리고 앞으로 이 힘의 관계는 더 벌어지리라는 예감. 벌써 나만 해도, 어중간하게 대중-무현때는 그나마 전쟁위험이 없었다류의 드립을 보면 짜증부터 나니까.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건지 원.

    물론 나는 상황을 되게 나이브하게 보는 편이긴 합니다. 중국 애들이 저 해괴한 형님질만 자제했더라도 년내 6자 예비회담 가동소식 나오면서 크리스마스랠리 달렸을 거라고 생각. 가카가 아무리 강하게 드립을 쳤어도 괴뢰들한테는 그나마 퍼주는 게 남는 거라는 건 아직까지는 진리. 그런데 이 바탕 위에 변화한 긴장을 더하면...

    존나 퍼주고 동시에 존나 싸우리라는, 해괴한 결론이 나오더군요. 1년에 두어번 괴뢰들 지랄 할 때마다 폭격 때리고 또 그거 수습하면서 바가지로 퍼주고, 그러다가 또 지랄 하면 또 폭격 때리고 다시 바가지로 퍼주고...여태껏 단순하게 남한 인민의 피와 땀으로 괴뢰 새끼들의 체제 실패를 보전하는 걸로 부족해서, 이제는 북괴뢰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엽기적인 상황까지 왔달까. 이쪽에서는 또 폭격 할 때마다 전쟁과 평화 소설 쓰고, 폭격 끝나고 나면 퍼주기 비판하고...상상만으로도 되게 지겨운데 대충 이게 가장 현실적인 듯.

    그렇다보니 나는 주변에다 대고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냅둬 저 새끼들 내후년에 백두산 터지면 그냥 좆망. 그때가서 괜히 통일한다 깝치지 말고 미-중-러-일 신탁통치나 받으라고 해.

    ps. 근데 말이죠, 이거 비밀투표니까 절대 밖에 안새는데요, 항모 11대가 다 오고 양키애들 폭탄 있는 거 온통 다 쏟아부어서 정일이 맘 편하게 씹질도 제대로 못하게 만든다 하면, 무기명투표에서 찬성 누르겠어요, 아니면 반대 누르겠어요? 남한 인민은 하나도 안 뒤지고. 물론 군사적인 것 이전에 경제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지만 어쨌든 가슴에 손을 얹고...나는 솔까말, 얼떨결에, 찬성할 듯. 그래놓고 양심상 되게 후회는 하겠지만.

    • 일개 잠꼬대에 이런 장문의 멘트를 ^^;;

      "사는 게 전쟁"이라는 건 레토릭으로서만 기능하지는 않겠죠. 남한에서 산다는 거 자체가 항시 전시체제였으니까요. 그걸 쌩까고 사니까 편했던 거 뿐이지. 게다가 "삶 자체가 전쟁"이라는 거 역시 개개의 동의를 떠나 제 현실이 그렇네요.

      각하가 확전방지 어쩌구 한 거, 그 내막의 여하는 차치하고, 물론 저는 '전면전'이라는 뜻으로 해석했고 제 주변 역시 민간인임에도 불구하고 다 전면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그 말 보는 순간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뿐입니다.

      어차피 퍼주던 뭐하던 간에 저들 체제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한 인민은 수단에 불과한 것. 이게 딜레만데, 그래서 좀 안타까운 걸 이야기하자면, 조승수가 결의안 반대 토론하면서 차제에 북한과 남한이 공히 상호 국가로 인정하고, 남한은 북한과 미국의 평화종전체제 협정을 맺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개헌사항이기도 하겠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잠이 덜 깼으니 넘기기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하고 대~한민국은 통일 어쩌구 이제 집어치우고 각자도생 해야 한다는 걸 서로 합의하고 악수하고 끝내야 할 거 같아요.

      그렇게 되야 나중에 문제가 터지더라도, 뭐 좀 어떻게 할 방법이 나오는 거지 이건 뭐 미수복지역 반역도당에 대한 응징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제법상의 대국가 전쟁에 준하는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우, 계속 잠꼬대만 하게 되는데, 피에쑤의 무기명 투표에 대해서라면 아마 저는 습관적으로 반대 누르고 질문이 뭐였는지 다시 고민하게 될듯요. ㅋ

  2.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3. 행인/아 뭐 이젠 이런 거 관심없습니다. 낼모레 나사에서 이티 공개한다네요. 이티가 나타나는데 전쟁이고 나발이고 그딴 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ㅎㅎ 우리가 참, 정신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

  4. 행인/바로 위 댓글 취소. 별 거 아닌 모양인데 찌라시들이 던진 떡밥에 내가 낚였음.

  5. 너무 주무시지 말고 깨어 있어 주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