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 사람 웃겨주는 로동신문

요즘 좀 뜸하게 들어가보긴 했다. 워낙 남조선에서도 웃기고 자빠진 일들이 많아서 굳이 북조선의 코메디까지 감상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취향 문제라고 넘기려고 했는데, 오늘 보니 그게 아니다. 모든 현상은 각각 다른 양상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에 존재의 의미가 있다. 웃기는 짓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는 개뿔이고, 글 빚이 넘쳐나 써야 할 원고가 산더민데 진도는 나가지 않고, 이쯤되면 될 대로 되라 싶어서 딴 짓 하다가 문득 생각나 간만에 로동일보 들어갔다가 피식 한 번 웃고, 그냥 버리긴 아까워서 링크를 남긴다. ㅆㅂ, 국보로 잡아 가덩가 말덩가.

암튼 우리민족끼리나 로동신문을 들여다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남한 정부는 조건 없이 북한의 매체를 개방해야 한다. 괜히 온라인 막고, 전파 막고 뻘 짓 하지 말고 그냥 열어주는 것이 최고다. 그 이상의 방법이 없다. 열어 주면 된다는 건 링크 건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남조선의 인민들이 저 북조선 찌라시의 기산지 칼럼인지 기도문인지 뭔지 보다보면 아, 씨앙 뭐가 뭔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을 터다. 예컨대 오늘도 날 웃겨준 이 기산지, 칼럼인지, 기도문인지를 좀 볼라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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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1월 1일 로동신문

끊임없이 이어지는 절세위인의 인민사랑의 정치

남조선 각계가 열렬히 칭송

인민의 행복을 위한 불같은 헌신에서 기쁨과 보람을 찾으시며 인민사랑의 불멸의 자욱을 끊임없이 새겨가시는 경애하는김정은동지에 대한 남조선 각계의 칭송이 그리움의 12월과 더불어 더욱 뜨거워지고있다.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이신 위대한 김정일동지께서 심장의 마지막박동, 생의 마지막숨결마저 깡그리 바치시며 울려가신 인민행렬차의 고동소리를 변함없이 울려가시는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의 인민사랑의 정치에 대하여 한 언론인은 자기의 글에서 이렇게 썼다.

김정일국방위원장님께서 김일성주석님의 서거후 상실의 아픔을 안으시고 멈춰서있는 인민행렬차에 오르시였던것처럼 이제는 국방위원장님의 계승자이신 김정은원수님께서 멈춰선 렬차에 오르시였다.

그리고 그 인민행렬차의 새벽동음을 다시 울리시였다.

사회주의완성과 조국통일의 려명을 바라보며 쉬지 않고 달려온 두줄기 강철궤도우에…

《경향신문》, 《련합뉴스》를 비롯한 언론들은 《김정은시대에 대한 리해》, 《친숙하게 다가가는 정치》, 《인민지향적인 현지지도》 등의 제목으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천명하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태양절경축 열병식연설과 인민을 위한 헌신의 력사를 새겨가시는 그이의 혁명활동소식들을 대서특필로 보도하였다.

언론들은 태양의 빛발로 만민을 품어주고 사랑과 정을 다해 보살펴주신 위대한 김정일장군님의 사랑을 그대로 이어가시는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의 현지시찰은 민중에 대한 뜨거운 열과 정으로 일관되여있다고 격찬하고있다.

만나시는 사람들마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헤아려주시며 그들과 뜨겁게 포옹하시고 팔을 끼고 기념사진을 찍으시는 경애하는원수님의 독특한 정치방식은 북의 민중들로 하여금 자기 령도자에 대한 존경심과 믿음을 간직하게 하고있으며 그이의 모습은 언제나 민중속에 계시면서 그들과 고락을 함께 하시는 친어버이의 숭엄한 모습이라고 언론들은 칭송하였다.

《우리 사회연구소》의 한 성원은 김정은제1위원장께서는 김일성주석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사랑그대로 인덕정치, 광폭정치를 펼치고계신다고 하면서 그이의 파격적인 활동 특히 민중과 함께 계시는 모습은 남측언론들의 주목을 끌고있다고 밝혔다.

인터네트언론들은 《모든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 이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제1위원장께서 자주 강조하시는 민중중시, 민중사랑의 지론이다, 김정은령도자의 한없이 인자하고 후더운 인품은 세상천하가 얼어붙는 겨울에도 따뜻한 봄을 느끼게 한다고 강조하였다.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께서 펼치시는 인민사랑의 정치와 더불어 백두산절세위인들의 이민위천의 력사가 오늘도 변함없이 이어지고있는 공화국의 사회주의제도를 열렬히 동경하며 《한민족복지재단》의 한 성원은 모임에서 오늘날 이북이 근로민중이 주인이 된 사회주의로, 백승만을 아로새기는 사회주의강국으로 명성을 떨치며 세인의 경탄의 대상으로 되고있는것은절세위인들의 불멸의 업적을 끊임없이 이어나가시는 김정은제1위원장의 인민사랑의 정치가 위대하기때문이라고 토로하였다.

한 자유기고가는 《북을 향해 흐르는 민심의 대하》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회의 모든것이 민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이북은 고금력사에 있어본적이 없는 진정한 민중의 세상이며 이남민중의 리상향이라고 찬탄하였다.

《CBS》를 비롯한 언론들은 인민들을 뜨겁게 사랑하시고 그들의 행복과 기쁨을 위해 온갖 로고와 심혈을 다 기울이시며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을 진두에서 이끄시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현명한 령도에 의하여 북의 이르는 곳마다에서 기적과 위훈이 창조되고 사회주의강성국가의 체모가 갖추어지고있다고 보도하였다.

북에 일떠선 모든 기념비적창조물들과 최북단 라선땅에 펼쳐진 전화위복의 기적은 김정은제1위원장의 뜨거운 민중사랑이 낳은 결정체들이라고 언론들은 찬탄하였다.

정세전문가들은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훌륭히 일떠선 각지의 공장들을 현지지도하시며 로동자들을 강성국가건설에로 힘있게 불러일으키고계시는데 대하여 깊은 관심을 표시하면서 그이께서 《민중의 지향을 반영한 정책과 방침들을 구상하고 작성하시기 위해 현지지도의 길을 끊임없이 이어가고계신다.》고 평하였다.

《세계일보》, 《통일뉴스》를 비롯한 언론들도 선군혁명령도의 그 바쁘신 속에서도 각지의 로동자, 농민들을 만나시여 한량없는 사랑과 믿음을 안겨주시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위인적풍모에 대해 널리 보도하고있다.

《우리 겨레에게는 민중을 위한 정치를 펼쳐가시는 또 한분의 희세의 애국자이신 김정은원수님께서 계신다.》, 《경애하는김정은원수님을 통일의 광장에 높이 모시는 그날 이남땅에도 민중을 위한 세상은 반드시 오리라.》 …

남조선의 인터네트홈페지들에 끊임없이 실리는 위인칭송의 글들에는 경애하는 원수님을 민족의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모시고 따르려는 남녘겨레의 다함없는 흠모심이 그대로 차넘치고있다. [원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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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얘들이 한동안은 이런 짓 안 하더니만, 또 버릇이 나왔나보다. 전에도 가끔가다 이렇게 남조선에서 거국적으로 북조선 찬양하고 있다고 하는 글이 나와 피식거림을 유발한 적도 있다. 압권이었던 건 언젠가 무슨 좌담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한 방청객이 일어나서 지금 남한에서는 장군님을 찬양하는 인민들이 거리 곳곳에 장군님 찬양 전단지를 뿌리고 있다며 감격해 마지 않는 장면이었다. 한번은 또 라디오 방송을 듣다보니, 서울, 부산, 뭐 여기 저기 남한 주요 곳곳에서 대학생 수 천 명이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미제 때려잡자는 궐기를 하고 있다고 뉴슨지 입장인지 기도문인지 뭔지를 내보내고 있었다. 물론 어떤 경우든 남한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박근혜가 국민들 꿇어 앉히고 협박질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피식거림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연말을 그냥 못 보내고 결국은 정신대 문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도 모자라 그거 반대하면 깽판 칠 거라고 길길이 뛰는 모습은 그저 실소만 나오게 할 뿐이다. 로동신문의 저 기산지 칼럼인지 기도문인지 모를 글 역시 마찬가지로 실소만 나오게 만든다. 이건 뭐 대를 이어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 게 하나의 민족 하나의 조국을 간직한 유전자의 종특인지 모르겠으되, 암튼 오늘은 웃고 만다. 참 잘들 하는 짓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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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2 01:55 2016/01/02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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