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모임의 당적을 가지시길

법원의 결정이 널뛰기를 할 때마다 좌우 양쪽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말이 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책임, 특히 민주적 책임의 문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나 대법관을 비롯한 법관들은 현행법상 국민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선출되지 않는다.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최후보루인 이들이 자신들의 책무를 망각한 채 법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법의 해석조차 자의적으로 할 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휘두르는 것에 대한 분노가 용솟음친다.

그런데 법원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시민단체 혹은 어떤 개인은 가장 정치적인 언사를 하고 행동을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자신들의 정치행위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들은 조직이나 혹은 개인으로서 자신들의 지위와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해 정치권력을 행사하지만 이에 의해 발생한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책임지게 할 방법이 없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표현한 것처럼, 이들은 "정당을 자기 밑으로 내려다보는 언어습관"을 발휘하면서 "과도한 도덕적 우월감을 주체하지 못해 가르치려는 경향"을 감추지 않는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정치현장에서 피떡이 되도록 싸우면서 시기마다 처절하게 정치적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정치인들에 대해 이들은 구름위에 올라 앉아 손에 물도 묻히지 않고 지도편달하는 위치를 자임한다.

단체의 위력과 때로는 원로 혹은 전문가라는 개인적 지위를 이용한 정치행위는 이것이 가지는 파급력은 크지만 그 책임을 물을 도리가 없다는 점에서 무소불위이다. 그러다보니, 시시때때로 상황에 따라 입장이 변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변신은 무죄다. 이들, 특히 진보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그동안 운동에 기여한 것은 충분히 인정하더라도, 그 태도에서 보이는 기회주의는 언제고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이 정치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에 가는 것이다. 가장 쉬운 길이 바로 박상훈 교장의 조언처럼 "당적을 가지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이하 '국민모임')"이라는 긴 이름의 조직이 발족했다. 다른 정치세력에게 촉구하는 것을 넘어 자체적으로 정당구성의 경로를 걷고 있다. 이 조직의 초기 발족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면면이 재미있다. 상당한 사람들이 기존에 정당운동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하는 수준의 완장질에 머물러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앞으로 창당될지도 모르는 정당에서 정당의 당적을 가진 당원이 될 수 있을지도 관전포인트다.

그들 중 특히 관심이 가는 사람은 김세균 교수다. 이분에 대한 개별적 이야기는 따로 기회를 가지도록 하자. 이 블로그에도 이분에 대한 글 두어편 있긴 한데, 그건 그거대로 하고. 다만, 여기서 하고싶은 이야기는 이번 기회에 꼭, 궁서체 강조해서 다시 한 번 더 꼭! 정당의 당원이 되시길 바란다는 거다. 진보교연이라는 그룹에 속한 원로로서가 아니라 정당의 당원으로서 한 번 뵐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정당이 아래로부터 정치적 결집을 이룬 정당이 될지, 아니면 보수 양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보스중심 계파정치의 구태를 간직하게 될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노동정치의 한 면을 만들어나갈지 아니면 신자유주의의 일정부분을 인정하되 약간의 복지확대 수준에서 머물게 될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물론 현재까지 진행된 면만을 보고 판단하자면 후자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보인다. 이 부분도 나중에 기회를 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하겠지만, 어쨌든 원하는 바 이루시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렇게 김세균 교수가 한 정당의 당원이 되어 그동안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왔던 위치를 스스로 버리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만 할, 원치 않더라도 질수밖에 없는 그러한 위치에 가신 후에야 비로소 관망자 혹은 평론가적 판단이 아니라 진지하게 정치적 판단을 하실 것이고, 그래야만 그 발언과 행위가 구름위에서 내려와 땅을 딛은 상황에서 구체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 아마도 때로는 경쟁하면서 때로는 상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인정할 수 있게 될 터이다.

자, 이번에는 꼭 김세균 교수께서 당적을 가지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만일 국민모임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자존심이 상하시더라도 기존 정당 어떤 곳이라도 들어가시면 좋겠다. 그 정당이 노동당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새정연으로 간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아무리 뭐라해도 난 그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다.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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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17:08 2015/01/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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