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의 반격, 돈 벌려면 핵발전 하자는...
오호, 송영길이 이번엔 좀 세게 나오는데? 경인운하 해야한다고 우길 때보다 더 강력하게 들이받는다는 느낌이...
며칠 전에 송영길의 핵발전소 발언 관련 포스팅을 했었다.
송영길이 신한울 3, 4호기 지어야 한다고 하자 우원식 등이 반론을 제기하고 청와대가 불쾌한 감정을 보이자 다시 재반격을 했다.
관련기사: 뷰스앤뉴스 - 송영길 반격 "산 깎아 태양광 설치는 한계가 있다"
맞다. 이건 내가 동의한다. 아주 격하게. 지난 2014년 지방선거를 준비할 때, 당의 공약을 준비하던 중 나는 경기도 내의 모든 골프장을 태양광발전공간으로 전환하면 핵발전소를 몇 기나 대체할 수 있을지를 계산해달라고 전문가에 부탁했다.
내 딴엔 경기도에서 영업하고 있는 골프장이 워낙 많고 그 부지가 넓은 데다가 골프장의 특성상 햇볕이 아주 잘 드는 공간이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핵발전소 몇 기는 대체할 수 있지 않겠나 했던 거. 만일 계산이 잘 맞아 떨어지면 전국 골프장을 죄다 태양광 발전시설로 바꾸자고도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핵발전 산업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공상을 했더랬다.
전문가의 계산 결과는 충격적이었는데, 경기도 골프장을 죄다 태양광 발전시설로 바꾸더라도 핵발전소 1기 내지 좀 더 쓰면 1.5기 정도 대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건 뭐 말 꺼내봐야 본전도 치기 어려운 상황이라 공약으로 쓰려던 계획은 폐기... 뭐 이런 전차가 있으니 송영길의 말이 터무니 없는 건 아니다. 인정!
그런데 송영길의 발상은 친환경 재생에너지조차 지금의 발전형태와 마찬가지로 대용량 대규모 발전설비를 고수하는 것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실 전력산업의 기형적 발전은 그 자체가 전기만 생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과 정치자금 등이 엮이면서 개판이 된 부분이 상당하다.
돈줄을 만들기 위해 가장 편한 방법이 대규모 시설설치인데, 대규모로 하자니 당연히 사람들의 반발이 적고 밑천이 적게 들 곳을 찾아 중심부로부터 멀리멀리 나갈 수밖에 없고, 멀리멀리 갔으니 더 세게 보내야 하고, 그걸 보내려니 중간에 필요한 설비들도 대규모화할 수밖에 없고, 여기서 돈이 돌고 떡고물이 돌고...
규모가 커지니 위험도 커지고, 화력발전의 경우 오염물질의 배출이 당연히 많아지고, 민원은 거세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니 그에 따라 돈은 더 필요하고, 돈이 더 필요하니 더 큰 돈줄을 만들어야 하고, 이 과정에 비용을 줄이려다보니 노동의 외주화와 불안정화가 심해지고, 이 열악한 와중에 어떻게든 돌릴라고 하다보니 그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죽어가고, 이렇게 전력을 생산한 덕분에 지구도 죽어가고... 악순환이다.
따라서 향후 핵발전과 화력발전의 감소와 함께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구상할 때 필수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서라도 원격지 전기생산체제를 극복하는 것. 즉 수요처와 생산지가 격지가 아니라 현지이거나 아주 가까울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전문가가 아니므로 더 전문가들이 이야기해줄 거고.
요컨대 송영길은 경인운하 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기존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전제한 상황에서 대안을 운운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송영길의 재반격에 대한 각계의 재반격과 이후 송영길이 경인운하에서 꼬리를 말았듯 이 싸움에서도 결국 꼬리를 말게 될 사건의 전개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아무튼 이번에는 뷰스앤뉴스의 기사가 통으로 송영길의 입장을 싣고 있으니 좀 안심하면서 송영길의 원글을 링크한다.
송영길 페이스북 관련 원글: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주범 석탄화력 줄이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지지하면서 원자력산업 일자리 유지 조화를 위한 충심의 제안
제목도 길다... 암튼 뭐 제목이야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을 하던 말던 지 꼴리는 대로 하시라고 하고. 왜 안심하냐면, 예전에 송영길이 경인운하 해야한다고 주장했던 글을 통으로 긁지 않고 링크만 걸어놨었는데, 언젠가 찾아보니 이걸 다 지웠더라는... ㅎㅎ 아니 그렇게 자신있던 사람이 왜 지워? 입장이 바뀌었으면 왜 바꼈는지를 병기해야지.
아, 그리고. 송영길이 이렇게 대규모 대용량 발전을 전제하고 논지를 전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의 말을 따로 좀 따놓을 필요가 있겠다.
"미세먼지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노후된 화력발전소를 조기 퇴출시키고, 오래된 원자력발전을 정지시켜 신한울 3,4호기를 스왑하여 건설하면(즉 헌집을 새집으로 바꾸면) 1) 원자력발전 확대가 아니면서, 신규원전이므로 안정성은 강화되고 2) 원자력 기술인력과 생태계도 무너지지 않고 관련중소기업 일자리창출도 유지되어 3) 아랍에미리트 수출원전건설 및 영국, 체코, 사우디 등 원전수출 산업능력도 보전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충정에서 연구용원자로사업지원, SMR 사업지원등과 함께 원자력 산업생태계 보전을 위한 검토가능의견을 제시한 것"
새로운 세계에 대한 어떤 비전이라기보다는 그냥 산업논리에 충실한 입장이다. 뭐 큰 기대를 할만한 인물은 아니다만 밑천이 너무 빈약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