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장하준 인터뷰 스크랩
지난번에 경향신문의 카를로타 페레스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있었는데, 이번 경향신문 장하준 인터뷰에서도 또 그 얘기가 나왔다. 아무래도 인터뷰를 하는 안희경씨가 기본소득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이 있는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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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질의에 대하여 장하준 교수의 대답
안=지난 호에서 카를로타 페레스 선생은 기본소득(UBI)을 제안했습니다.
장=기본소득은 잘 봐야 하는데, 옛날에 하이에크, 프리드먼 같은 사람들이 다 지지했거든요. ... 저는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우파식으로 세금은 국가가 강탈해가는 걸로 생각해서는 안 되지만, 세금으로 공동 자금을 만들었으면 어떻게 쓰면 좋은지 얘기할 권리는 있다고 봅니다. 특히 교육, 보건 분야는 복지제도를 민영화하면 비용이 올라갑니다. ... 기본소득을 줘서 사람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부분을 늘려주자는 정도까진 찬성인데, 그 과정에서 기존의 사회복지를 어떻게 바꿀 거냐 하는 점은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생략)
안=... 그렇지만 시장은 활성화돼 경제가 돌아간다는 주장을 합니다.
장=그런 거 가지고 경제가 잘 돌아갈 것 같으면 뭐 벌써 잘 돌아갔겠죠.
난 딱 이 수준이 기본소득에 대한 가장 교과서적이면서 솔직한 대답이라고 본다. 지난 인터뷰에서 카를로타 페레스가 다른 기본소득론자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소득이 뭔가 사회적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제인 것처럼 대하는 태도를 보인 것에 반해 장하준은 아주 건조하지만 기본소득의 기능을 가감없이 딱 가능한 만큼만 이야기한다. 특히 돈 풀어 시장에 맡긴다고 한들, 그걸로 시장이(경제가) 돌아간다는 주장은 좀 이제 그만 들었으면 한다.
이 인터뷰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데, 열거해보면,
"신자유주의가 외환위기 이후 확립되면서 ...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완전히 극단적으로 나갔고, 노무현 정부는 FTA하고 동북아금융허브를 한다면서 김대중 정부보다 더 우파적으로 나갔습니다."
"결국 반엘리트, 반동이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확실히 좌파정책을 하지 않으면"
"저는 그 방향(FTA폐기)이 맞다고 생각은 하죠. 하지만 미국하고는 국방이 얽혀 있으니... 다음 단계에서는 뭘 하면 좀 낫겠냐 그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옛날엔 밥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니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성장을 더 하자'라고 생각했죠. ...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닙니다. ... 과연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느냐'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자본가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사회안전망이 없기 때문에 치킨집 사장이 된 거란 말입니다. ... 진짜 안전망을 만들어줘야죠."
"소액주주운동이 미국 같은데서는 펀드매니저들이 하는 운동인데, 한국에서는 사회운동으로 승화시켜 중요한 일을 했죠. 그런데 이 방식이 성공하다보니 재벌을 개혁하는 유일한 논리처럼 됐습니다. 저는 그게 아니라는 거죠."
"기본적으로 누진세로 많이 걷어 복지제도를 확대해 소득재분배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무상복지라고 하는데 왜 무상입니까? 가난한 사람도 다 세금 냅니다. 부가가치세 내잖아요."
중도 자유주의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장하준 교수의 관점이 한국에서는 좌파소리 듣기 딱 좋은 수준이다. 거참... 특히 저 소액주주운동의 경우에는 여러 차례 그 위험에 대해 지적했지만, 아직도 소위 '경제민주화'의 한 방편으로 이야기되는 건 좀 우려스럽다. 여러모로 검토할 의제를 많이 풀어놓은 인터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