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문제, 법적 문제, 정치적 문제

손혜원의 목포 구도심 투자/투기와 관련해...라고 시작하려는데, 이놈의 투자냐 투기냐 땜시 저 슬레시 처리해서 쓸라니까 영 불편하긴 하다. 땅과 건물에 대한 거라면 투자와 투기는 기실 그 차이점이라곤 시간의 경과가 짧으냐 기냐 밖에 뭐가 또 있나? 이게 무슨 실패 가능성이 더 많은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암튼 그런데 뭐 어쩌겠나, 기왕 이렇게 쓰기 시작했으니 당분간은 이리 쓸 수밖에 없겠는데, 암튼 간에 저놈의 투잔지 투긴지 관련해서 이낙연 총리가 한 마디 했다.

관련기사: 한국일보 - 이 총리 "정부 여당 겸허해야" 손혜원 의혹에 쓴 소리

국무회의도 아니고 고위 당정청 회의 자리에서 한 말이기에 이건 정치적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정부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당에 전달함으로써 원내 제1당의 처신을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쨌든 이런 의미를 가진 발언에서 이낙연은 손혜원 관련 하여 "(i) 잘못이 있으면 법에 따라 대처하고 (ii) 도시재생사업과 근대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하며 (iii)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 상승이 없도록 투기를 차단하겠다"고 했다고 기사는 전한다.

(ii)와 (iii)은 당연한 조치이니 그리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봐도 될 듯하다.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야 하겠지만 내가 그거까지 할 시간이 있을지는... 백수라 시간없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그런데 (i)은 좀 허무하다. 이건 법적 처분이 가능한 사안이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취지일 수도 있지만, 결국 법적으로는 뭐 별 거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봐도 된다. 법대로 해도 별 문제가 없으니 힘 줘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다. 이 아이러니...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손혜원이 방송사(와 건설사)를 고소하고, 검찰은 손혜원의 투기의혹과 관련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등 마치 법대로 하면 뭔가 불법적 위법적 행위가 드러날 듯하고, 누군가가 법대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가 그렇다고 해서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고소당한 스브스는 해당 보도가 무슨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될 일도 아니고, 따라서 재판정에서 인정될 죄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윤리에 관한 제도들에 비춰봐도 그닥 처분을 받을만한 게 없다. 손혜원을 수사해봐야 마찬가지다. 뭘로 죄를 걸 건가? 차명거래로? 아니면 위장전입으로? 독직? 업무방해? 뭘로? 내가 볼 땐 현재까지 나온 걸로만 봐선 처벌받을만한 혐의사실이 없을 듯한데.

결국 뭐 판 키워 서로 으르렁대고 재판정에서 보자고 해봐야 이건 그냥 노이즈마케팅 효과만 있을 뿐인듯하다. 소송전 가봐야 당사자들이 피로감에 대해 감당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그게 뭐 별로 어려울 것도 없고. 이 틈에 이낙연은 법대로를 천명함으로써 총리의 존재감도 알리고, 당에 경고하는 모습도 보이면서 중량감도 좀 보이고, 좋구나!

정작 문제는, 이게 공직윤리나 보도윤리같은 직업윤리적 차원에서 책임지겠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거. 아니 도대체 내가 그 자리에서 그런 거 한 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나오는데는 답이 없다. 그런다고 한들 배째고 나오면 처벌하겠다는 법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위원회 열어서 징계 논의할 건덕지도 거의 없는데다가 징계논의 하는 자들도 대부분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는 판에 뭔들 제재가 가능할까? 이건 마치 예천 군의회가 지들끼리 모여 앉아 부의장 다시 선출하는 거하고 별 다를 바가 없는거 아닌지.

게다가 이 사안은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역발전의 대안에 대한 정치적 판단, 건설자본에대한 정치적 판단, 이해상충원리에 대한 정치적 판단 및 이를 위배한 정치인의 처신에 관한 정치적 판단 등이 결합되어 있는 사안인 거다. 그런데 해결의 방안을 정치적 과정에서 찾는 게 아니라 법원의 판단에 미루고 있다. 이러니 법원이 의원들 구슬려서 야합이나 하려고 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낙연의 발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이거다. 결국 총리조차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또는 고도의 직업윤리차원에서 해소해야 할 문제를 법에 맡기면서 그것이 가장 깔끔한 것인 듯 행동하고 있다는 거다. 아, 하긴 뭐 행정부의 2인자가 의회에 '일해라절해라' 할 수 없으니 그리했던가...

여튼 참 곤혹스럽긴 하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이렇게 법원에 계속 던지고 있으니. 이러니 차라리 의회를 없애고 행정 사법 이부체제로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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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3 11:22 2019/01/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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