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구속사유와 관련하여
양승태가 구속되던 그 순간에 사법농단의 주요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지목되었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다.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박병대의 구속영장기각과 양승태의 구속수감이 한 날 이루어졌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물론 두 사람의 영장실질심사는 각기 다른 영장전담판사에 의해 진행되었으므로, 두 영장전담판사 사전에 미리 일정하게 조율을 해서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칫하면 양승태의 구속이 다른 관련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보도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파악할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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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따르면, 양승태를 구속하도록 결정한 법적 논리에는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제기되었다고 하는데, 법논리 외에 영장발부의 배경으로 작동된 어떤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i) "사법농단 최정점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할 때에만 국민적 분노를 진정"
(ii) "사법농단 연루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100여 명의 판사들에 대한 검찰 기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
정리하면, 일단 양승태가 구속 정도는 되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 하나, 그리고 다른 연루자들에 대한 파장을 이 정도 선은 가야 차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작동했다는 거다. 결국 양승태가 들어감으로서 한 숨 놓은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한 관심을 좀 누그러트리길 바라는 것과, 양승태만 법정에 세움으로써 다른 관련자들까지 구속영장청구니 증인신청이니 뭐니 해서 사법부로 소환되어 재판을 해야 할 법관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이 혼재되어 있다는 거.
관심법을 쓸 수는 없으니 영장발부한 판사의 심경을 감으로 때려맞출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이러한 추정은 가능하고, 이 추정이 실제로 타당한 것인지는 향후 재판의 진행과정에서 확인될 것이다. 이러한 추정이 합리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단의 증거가 바로 박병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고. 양승태면 됐지 박병대까지야...로 보는 건 과도한 해석이 아닐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