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만 좀 따졌어도 좋았을 것을...

지난 포스팅에서 난 손혜원 건이 의외로 쉽게 끝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음을 이야기했었다.

관련 포스팅: 손혜원 띄우고 서영교 지우고

다시 언급하자면, 난 애초 이 건이 이렇게 커지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통상 직업적으로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구설을 줄이고 오히려 기회를 찾안 내기에 그렇게 생각했는데, 손혜원은 좀 예외적인 경우였다. 일을 키우지 않는 방안은 지난번 이야기했듯, 문제가 커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자신의 선의를 최대한 강조하면서, 그 선의가 실제로 선의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몇 가지 조치, 예를 들어 사회환원 즉 '칠기' 소장품을 목포에 제공하는 것 등이라든가 사회적 대안체제를 제도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안을 제출하기보다는 내가 예전부터 그래왔는데 이제와서 뭔 소리냐, 스브스 이것들하고 내 끝까지 한 판 뜨겠다, 난 의원직과 재산을 걸겠으니 나경원 넌 뭘 걸래? 이렇게 나가버리니 사건이 아주 요망한 지경으로 치닫게 되었다. 결국 더민당 탈당에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에 내가 기냥 이제 아주 벼랑끝에 섰어, 걍, 니들 다 함 뎀벼봐! 이렇게 가고 말았다.

오늘 기사를 보니 손혜원이 목포에 가서 재산기증을 비롯한 몇 가지 조치를 제안했다.

관련기사: 뷰스앤뉴스 - 손혜원 "박물관 기부하겠다", "이해상충 없다"

안타깝다. 순서가 바뀌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처음에 이렇게 하고, 그 이후에 악의적 보도를 한 스브스에 대해선 유감을 표하고, 그 이후에도 스브스가 판을 키우려 하면 그 때 고소미를 멕이든 뭘 하든 했었으면 깔끔했을 터인데.

하긴, 이게 말이 그렇지 사람이 빡이 치면 주먹부터 나가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눈에 뵈는 게 없는데 뭐 앞뒤 따질 게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동네 뒷골목의 장삼이사가 아니라 적어도 국회의원이라면 이런 정도는 재봐야 할 줄 알아야 하지 않았을까?

덧붙여, 최근 국회의원의 이익충돌이나 이해상충과 관련해 이 건을 이익충돌로 볼 수 없지 않느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손혜원 건은 사안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보인다. 기존에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이 사안과 비슷한 마을재생사업 또는 문화재생사업 등의 과정에서 단기 장기 이익을 보고 끼어드는 투기세력이 보여줬던 행태와 이번 건의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구도심보존이라는 '선의'를 이야기하지만 부동산 등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분명 사익이 추구되었던 점이 있고, 사익추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의로서의 직위 및 소관 상임위 위원으로서의 위치에서 힘을 썼던 것이 분명한데 이를 이익충돌로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무튼 링크한 기사를 보면 이 사건은 아마도 더 크게 확전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순서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일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당사자가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혜원을 별로 좋게 보지는 않는 입장이지만, 적어도 이런 일로 다른 중요한 일들이 다 덮혀버리는 건 좋지 않으므로 손혜원 건이 이쯤에서 정리되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며칠 이 문제로 들썩거리면서 사법농단 사건이며 정치개혁 건이며 언론에서 다루는 비중이 훅 줄었다. 이렇게 시간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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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3 17:39 2019/01/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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