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꽃놀이패'
아오, 역시 한 발 빠른 사람들이 있다. "꽃놀이패"라는 말이 이번 검찰의 행보만큼이나 적절하게 정의될 만한 사례가 있을까 싶어 정리 좀 하려 했더니 이미 백혜련이 써먹었네.
뷰스앤뉴스: 민주당 의원들 부글부글 "검찰, 개혁 거부하는 거냐"
민주당 의원들 부글거리는 거야 뭐 그럴 수 있다고 하겠다만, 검찰이 가지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판이 벌어진 거다. 그러니 진작에 검찰 좀 확실하게 제끼지 그랬냐. 하긴 뭐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민주당에게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만.
여튼, 백혜련 의원이 말한 "검찰로서는 약간 꽃놀이패인 것은 사실"이라는 분석은 내가 볼 때 현 상황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평가다. 검찰은 말 그대로 "꽃놀이패"를 쥔 거다.
일단 앞선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난 이번 검찰의 행보가 조국 후보의 낙마를 이끌어내는 데까지 가지 않으리라고 본다. 뭐하러 그러겠는가? 그렇게 해서 검찰이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리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써먹을 말을 만들어 놓기에 이렇게 좋은 판이 없는데. 굳이 검찰이 욕먹어가며 위기를 자초할 이유가 없다.
이번 판에서 검찰은 몇 가지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선전홍보효과. 윤석열이 이미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선언한 바, 문재인이 인사를 했던 말든 관계없이 깔 건 까는 검찰의 위상을 보여줌으로써 일하는 검찰로서의 신뢰를 확보한다. 사람들이 한 때 윤석열에게 열광하면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든 일이 있다. 상당히 황당했던 게, 그럼 '검찰'은 누구에게 충성할까? 인사권자에게 충성하지 않겠다는 저 표현의 겉면 아래, 검찰은 결국 조직논리에 충성한다는 원칙이 깔려 있다면 어떤가?
이 대목에서 검찰이 얻는 효과는 이거다. 그 까이꺼 검찰 개혁 따위 없어도 우리가 이렇게 잘 한다! 뭐 고비처니 공수처니 이따위 거 떠들 필요 없다. 우리가 알아서 한다! 당연히 검찰개혁이라는 게 그냥 말만 많은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검찰이 삽질을 해야 개혁동력이 추동되는데, 검찰이 이렇게 잘하니 뭐 개혁 따위 필요 없다는 논리가 횡행할 수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다음으로, 검찰은 검찰개혁에 있어서 고삐를 낚아 채게 되었다. 이제 검찰은 법무부장관 후보를 피의자로서 세울 수도 있고 무혐의로 처분할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조국의 명줄은 검찰이 쥐게 된다. 피의자가 되든 무혐의가 되든, 낙마를 하든 장관직을 수행하게 되든 검찰은 조국과 관련된 건 다 손에 쥐고 있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유발하는 가장 확실한 효과는 바로 검찰개혁이 이제 검찰 손에 장악되었다는 것. 조국이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검찰개혁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제 후보자가 과연 자신의 소신껏 검찰개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향후 정치 판도에서도 검찰은 칼자루를 쥐게 되었다. 조국은 지금까지 정치인으로서 나서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혀왔지만, 최근 보여준 조국의 행보를 보면 정치에 상당한 욕심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즉 본인이 정치를 하고픈 욕구가 있다는 거다. 그런데다가, 이제 조국은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도달했는데, 지금까지 벌여놓은 일들로 인해 이제는 학교에 들어앉아 정치적 권리는 다 누리면서 책임은 다 피해가던 지위를 더 이상 누리기 힘들어졌다.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 되어버린 거다.
그런데 그 정치적 향방에 검찰은 언제든 끼어들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다. 이건 매우 중요한 대목인데, 조국 한 사람만이 아니라 조국을 둘러싸고 있는 향후 대선 판국에 일정하게 작용할 네트워크 전반에 대하여 마음대로 흔들 수 있는 자산을 검찰이 확보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부글거리는 이유 중 하나다.
검찰은 조직논리로 움직이는 대표적 조직이다. 애초 윤석열-조국 라인이 검찰을 개혁할 것이라고 들떴던 사람들, 또는 이걸 일종의 대세라고 생각하면서 설파했던 사람들,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검찰이라는 조직의 생리에 대해 좀 더 깊이 숙고했다면 이런 섣부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거다. 아무튼지간에 조국이 법무부장관은 되겠다만 그 후과는 오래 지속될 거라고 본다. 조국이 발표한 정책대안 1차 2차 내용은 기실 이 사람이 정책적으로도 별반 대책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드러낸 바가 있다.
그래서 결론, 그들은 도대체 조국에게 뭘 기대했던 거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