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천하대란
연휴 며칠만에 동네 골목 어귀마다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우리 동네는 일주일에 3일, 화, 목, 일에 쓰레기를 수거한다. 연휴 기간 중 목요일 하루가 끼었을 뿐이다. 정기 수거일 중 하루를 건너뛴 결과는 말 그대로 '산'이다. 쓰레기 산.
종이박스를 비롯한 종이류 포장재가 한 켠에 쌓인다. 그래도 종이는 쌓였다싶으면 어김없이 사라진다. 폐지를 줍는 분들이 이 별 볼 일 없는 골목길에도 그처럼 많다. 덕분에 종이류는 분초를 다투며 치워지는데, 종이류를 제외한 다른 종류의 포장재들은 다른 쓰레기더미를 웃돌아 쌓인다.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이다.
쌓이는 포장재를 보면 특이점이 있다. 절대 다수의 포장재가 택배 등 배송서비스를 통해 배달되는 상품들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그러고보면 이러한 특징은 단지 명절 연휴때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다. 평소에도 그 자리에 쌓이는 포장재들은 거의 대부분이 배달된 상품의 포장이었다.
쓰레기때문에 온나라가 걱정이고 전세계가 난리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모색된다. 언론에는 심심찮게 플라스틱으로 꽉 찬 동물들의 사체가 비치고, 북극에 플라스틱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한 걱정들은 저 쓰레기 산을 보면 다 헛소리다.
어쩌면 사람들은 티비에 나오는 그러한 소식들을 걱정하지만 그건 다 남들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세상에 저 불쌍한 동물들이 뱃속에 저렇게 많은 플라스틱을 집어넣었다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안타까워하면서도, 바로 그 시간에 야식을 배달시키거나 택배로 물건들을 주문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또 다른 문제도 상기시킨다. 배송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다. 이들은 아마도 연휴전부터 연휴내내 상품을 나르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으리라. 올 여름 그 더운날에 택배노동자들이 말 그대로 땀을 줄줄 흘리며 뛰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다. 이 연휴에도 그랬겠지.
결국, 좀 더 편하게 살겠다는 욕망이 이 사달을 낳는다. 저 쓰레기들은 배송을 위한 포장에서 발생한다. 그것도 일회용으로. 좀 더 깔끔하게 포장을 해야 받는 소비자가 만족한다. 깨지거나 찌그러지거나 상하지 않게 포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바로 클레임을 건다.
그러니 더 많은 포장, 더 복잡한 포장이 이루어진다. 배달을 하는 노동자들 역시 그래야 편하다. 포장이 허접해서 물건에 하자가 발생하면 엉뚱한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니 배달을 하는 노동자들은 쓰레기 신경 쓸 게재가 아니다. 문제는 소비이며, 이러한 소비를 조장하는 생산이다.
아무리 봐도, 내 주변에서조차, 이젠 불편한 삶을 감당할 생각은 거의 없어진 듯하다. 그러다보니 한정된 자원이 과소비된다. 이 과소비가 이루어져야만, 있는 자들은 주머니를 더 채울 수 있고, 없는 자들은 전화 한 통화로 모든 게 해결된다는 얄팍한 만족이라도 느낄 수 있다. 여기에는 불편한 삶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왜 이 개명천지에 불편하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집집마다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일은 아마도 앞으로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수요공급의 구조가 만들어지겠지. 그러면서 티비를 보다가 플라스틱 먹고 죽은 동물들이 뉴스에 나오면 걱정은 걱정대로 할 거야. 배달주문을 하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