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훈수꾼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온갖 일에 다 끼어들어 벼라별 소리를 다 하고, 특히 정치에 대해선 거의 달인 내지 삼김 씹어먹을 고수쯤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다. 꽤나 많은 대중들이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오, 이 이야기가 맞는 것 같은데? 그럴싸 한데? 이러면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중에서 주의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그런 주의해야 할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온갖 일에 다 껴든다. 세상에 모르는 일이 없다. 그리고 뭐든 다 정치논리로 끼워 맞춘다. 워낙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다가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끝도 없이 한다. 수도 없이 말을 뱉다보면 100번 말 한 중에 하나가 맞아 들어간다. 그때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거봐, 내 말이 맞잖아!
2. 주장에 밑밥을 깐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이런 류의 언술은 주로 점쟁이들에게서 흔히 보는 패턴이다. 네가 부자였으면 돈이 많았을 텐데, 네가 오래 살면 장수했을 텐데, 네가 물가에 살았으면 물에 빠졌을 텐데... 결과의 발생이 없는 것은 자신이 제시한 원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류의 점쟁이들은 현실의 결과가 자신이 예측한 바로 그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거봐, 내 말이 맞잖아!
3. 진지한 자는 가볍게 까고 가벼운 일은 진지하게 만든다. 이들의 특장점은 자신의 말에 대해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고 떠들지만 타인의 근거 있는 말은 어떻게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논리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만든다는데 있다. 이 과정을 들여다보던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맞는 이야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지적의 대상이 된 사람은 그냥 더 이상 말하지 않게 되며, 귀찮기도 하니 니 멋대로 생각하라고 내버려 두게 된다. 상황을 이렇게 끌고 간 다음 그들은 말한다. 거봐, 내 말이 맞잖아!
4. 이런 자일 수록 물관리를 철저히 한다. 자신의 말에 훅 빠져들 수 있는 사람, 동의해주는 사람, 바람잡아주는 사람은 우대한다. 하지만 의심하는 자, 비판하는 자,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자는 철저히 쳐 낸다. 특히 이 과정을 매우 폭력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주변에 남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킨다. 이제 그의 말을 들어주고 믿어줄 사람들만 남았다. 당연히 그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거봐! 내 말이 맞잖아!
5. 더불어 이런 자는 피아 구별을 해서 될 수 있으면 적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지속한다. 적이 있으면 적을 부각시키고 없으면 만든다. 그러면서 확실한 진영논리를 구축하고 내로남불따위 개나 줘버리라는 태도로 진영사수를 독려한다. 물론 그러면서도 간혹 불편부당한 말 몇 마디를 섞으면서 자신의 고고함을 과시한다. 이 고고함을 바닥에 깔면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거봐, 내 말이 맞잖아!
6. 수시로 자신의 전문성과 박학다식함, 고뇌에 찬 진지함을 보여준다. 유명한 사람이나, 혹은 대중이 잘 모르지만 그게 그렇다고 하더라 하면 약빨이 듣는 어떤 상징들을 잘도 갖다 붙인다. 이럴 때 학위나 전문직자격, 혹은 교수 같은 지위가 있으면 떡밥 뿌리기가 더 좋다. 권위와 전문지식으로 포장된 이야기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 때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거봐, 내 말이 맞잖아!
기실 그들의 말을 뜯어보면 거의 대부분은 궤변이다. 뒷골목 술집에서 택도 아닌 장삼이사가 이따위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아마 십중팔구는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고 게중에는 뭐 이런 혓바닥만 살은 쉑퀴가 있냐며 싸대기를 날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엔 벼라별 인간이 많으므로, 그래서 재미있는 세상이므로, 그리고 이런 자들이 종래 자신이 뱉어놓은 말로 인해 스스로 발목이 잡혀 결국 개망신을 당하고, 제 분에 못이겨 자폭하는 꼴을 보는 것도 재밌으므로 그냥 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