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목에서, 검찰개혁의 의미는 뭘까
검찰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자세로 나서고 있다. 끝판왕이 뭔지를 보여줄 모양인갑다. 말 그대로 '조직의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 판이다. 검찰이 이럴줄 몰랐다는 말이 막 튀어나온다. 모르긴 뭘 몰라, 다 알았으면서. 참 사람들 새삼스럽다. 그동안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고 기실 지들이 만든 정권 내지 지들이 전혀 문제시되지 않을 정권에서는 조용했던 거지. 검찰이 저럴 줄 몰랐다는 사람들 중에 뻔히 알 거 다 알면서 새삼스레 놀라는 사람들 보면 이 사람들이 지금 왜 저리 천연덕스런 얼굴로 놀란 표정을 짓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애초에 김선수 변호사...가 아니라 지금은 대법관의 조언처럼, 정권 초기에 아주 근본을 뒤흔들 정도의 충격요법을 썼어야 했다.
시사IN: 검찰개혁,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착수하라
내용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것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방식에 대해서만큼은 완전히 동의하는 바이지만, 이런 충고들이 있었음에도 결국 현 정권도 실기하고 말았다. 정권의 의지가 중요했고 마침 촛불로 정권이 바뀌어 정권의 지지가 높았고 반대로 검찰에 대한 여론은 지극히 좋지 않았던 그 때가 적기였다. 아닌 말로 개헌한다고 어영부영 시간 늦추던 그 시기에 이거 하나만이라도 밀어붙였으면 성과가 있었을 터인데 이젠 물 건너 갔다. 맨날 이야기해봐야 소용 없지만,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가는 순간 검찰개혁은 그냥 쫑 난 거다.
암튼 이제 시간 다 지나고 나서 전열정비한 검찰이 정권에 대놓고 개기는 통이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오늘 언론기사 하나가 어느 정도 맥을 짚었다고 본다.
서울신문: [데스크 시각] 조국 윤석열 끝까지 싸우라/이창구 사회부장
진영논리에 쩔은 이야기만 보다가 제법 신선한 시각을 접한다. 이 글의 말미에 나오듯, 어차피 대중들은 조국과 윤석열이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싸우던 말던 직접 상관이 없다. 검찰이라는 무소불위의 괴물조직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농단하고 있지만, 대중들에겐 그 농단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아닌 말로 5천만 국민 중에 검사에게 조사받아본 사람이 몇이나 되기에 검찰개혁을 몸으로 느끼겠나? 기왕 그렇다면 지들끼리 치고 박음으로써 개혁 따위 말장난 집어 치우고, 이 사회의 기득권들의 민낯을 좀 더 극명하게 서로 까발리는 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일조하는 것일 게다.
다만, 이창구의 글 중간에, 검사장 직선제가 검찰 개혁의 방법 중 하나로 언급되는데, 이거 예전부터 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 등에서 계속 나왔던 이야기지만, 난 이거 진짜 선후가 바뀐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검찰구조를 둔 채로 검사장급 이상을 직선제로 뽑아주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아마도 그렇잖아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에게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날개까지 달아주는 결과가 나올 거라고 본다. 선거로 뽑혀야 하니 대중들의 눈치를 볼 거라고? 순진무구한 발상이다. 어차피 선거 나올 놈들이 그놈이 그놈이라 별 차이 없다. 이건 마치 홍콩 행정장관을 홍콩 사람들이 뽑는다고 할지라도 그게 어차피 중국에서 꽂은 자 중에 당선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홍콩은 간선제니까 다르다고? 다르긴 뭐가 달라, 결과가 마찬가진데.
아무튼 간에, 검찰개혁이라는 거, 현재의 검찰조직구조를 그대로 둔 채 진행한다면 법무부에서 검찰을 깡그리 다 뺀다고 한들, 특수부를 줄이고 공수처를 만들든, 아무 의미 없다. 다시금 하는 이야기지만, 이런 조직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건 망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