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속칭 '화성연쇄살인'이라 불리는 사상 최악의 미제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의 신병이 확보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되었던 사건이기도 하다. '날 보러 와요'라는 제목의 연극이 원전이었는데, 얼마전 일본에서 각색되어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다. 범인에게 살해당한 당사자들은 물론이지만, 당시 인권이고 뭐고 간에 그저 범인을 잡기 위해 많은 용의자들을 함부로 다루다보니 조사를 받던 사람들이 연이어 자살하고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은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했고, 한 사람은 투신자살했다. 또 한 사람은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조사를 받았던 사람 중 하나는 조사를 받은 후 암에 걸려 불과 26살 되던 해에 죽었고 또 한 사람은 고문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무죄를 항변하다가 불귀의 객이 되었다.
확인된 건만 10차에 걸쳐 이루어진 연쇄살인 와중에 범죄자에 의해 죽은 사람이 10명이고 이 범죄자로 의심되었던 사람이 5명이나 한맺힌 죽음을 맞이했다. 이래 저래 '화성연쇄살인'은 끔찍한 살인사건인 동시에 반인권적 국가폭력이 연쇄적으로 피해자를 양산한 최악의 사건이었다.
뉴스를 보니 이번에 특정된 용의자는 정황과 증거가 많이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증거를 확보하고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반인권적 행위는 없었던 것 같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서 범인이 특정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진범이 확실하게 밝혀지기를 바란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억울한 죽음을 유발했던 반인권적 행위도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