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떠나는 이에게 동의하며
개인적인 인연도 없고 그러다보니 어떤 사람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대학을 떠나며' 남기는 글 한 편에 많이 공감한다.
보아하니 정규직 교수였던가보다. 어떤 경로를 거쳐 교수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만 글의 내용만으로보면 안정된 정규직 교수가 된 것이 그리 오래되어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렵게 오른 교수직을 버린다고 한다. 탈 대학의 변을 보니 "연구자가 아니고 기획사 직원" 같은 생활에 대한 회의가 보인다.
누가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학교 언저리를 맴돌며 머리가 희어질 때까지 보따리 장사를 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볼 땐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배가 고프지만 이이의 글이 얼추 이해가 된다.
나는 저 (전직) 교수처럼 "대학, 한국연구재단, 교육부가 요구하는 실적 경쟁 ... 수많은 학술행사와 잡무, 수시로 날아오는 공문과 각종 평가, 주민 대상 봉사활동 등등... 끝없는 회의와 전화통화와 메일작성과 서류작업"으로 "탈진"하거나 "밤 열시 전에 퇴근한 기억이 거의 없"거나 하진 않았다. 당에서 당직을 할 때야 그랬다만 그건 교수하고는 또 다른 차원이니 별론으로 해야겠고.
이렇게 저 (전직)교수가 겪은 고단함은 겪지 않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대학에 대해 그가 회의한 부분은 진작부터 나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기적 지식인'... 지사형 지식인... 이런 유형의 지식인은 대학에서 경멸" 받게된 시대에, 기껏 해야 대학이라는 곳이 "실용지식의 생산공장", "고도자본주의에 필요한 유용한 지식의 생산과 기업의 직무 훈련비용 절감"에 기여하면서, 연구자들이 "정부와 대기업 프로젝트 수주"로 "능력이 판가름"나는 공간으로 전락해버린 마당이다.
이 교수가 이야기한 바에 대해서 공감하는 한편, 이 교수가 이야기하지 않은 대학의 문제, 즉 대학은 결국 그 내부에서부터 권력기관화되었고, 내부정치를 통해 전문성과 교육적 자질이 아닌 줄대기와 학연에 의한 패권주의가 작동하는 공간이 되었고, 국공립은 국공립대로 사학은 사학대로 경제논리에 매몰되어버린 공간이 되었으며, 어느 다른 사회와 비교해도 이 대학이라는 곳이 복마전이 되었을 뿐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난 그래서 진작에 대학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았더랬다. 그러다가 이제 강의 자체도 미련 없이 그만두고 싶은 거고. 고등교육의 체계 자체가 바뀐다면 난 또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컨대 현재의 방송대 시스템(에 대해선 별도의 설명이 좀 필요하다만)으로 대학교육체계가 바뀐다면 난 강의를 해볼 욕심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고.
암튼 이런 분도 있고 나같은 사람도 있다. 이런 분은 언론에 기고도 하고 나름 스포트라이트도 받겠지만 나는 뭐 어차피 어느 누구로부터 관심 받을 일도 없다는 차이가 있겠다. 하지만 그 뜻에 대해선 깊이 공감한다.
모쪼록 치열한 고민이 다른 방향에서 성과를 거두시길 바란다. 나는 나대로 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좀 해봐야겠다. 자세한 사항은 또 일기에 긁적거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