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 기대하는 바

경향신문 칼럼에 내년 총선을 좌우할 변수에 대한 글이 올랐다.

경향신문: [박래용 칼럼] 총선  D-5개월, 3대 변수

박성민씨가 경향신문에 장문의 글들을 올리는데, 그의 방점은 언제나 중도층을 어떻게 흡수할 것이냐는 선거공학적 관점에 매몰되어 있었다. 이러저러한 논거를 끌어들이고 온갖 이론가의 이름을 언급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스윙보터를 잡으면 선거를 이긴다는 선거 컨설팅 업체 사장의 관점이랄까.

총선이 앞으로 5개월 남았는데, 선거를 준비하는 이에게는 5개월 밖에 안 남았다는 푸념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원래 선거라는 건 5개월 커녕 닷새 만에도 판새가 바뀔 수 있는 것이어서 섣부른 예측은 하기 어렵다. 더구나 나처럼 정책을 고민하긴 했어도 선거전략 등 당락을 판가름할 선거운동 자체에 관한 경험이 부족한 입장에서는 더욱 어렵고.

암튼 그럼에도 정책을 짜는 입장에서는 선거의 판도를 봐야 하고 그 선거의 판도에 묻어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며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도는 무엇인지를 정책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게속 들여다보게 되는 거고. 그런 입장에서 박성민씨 정도의 산술은 그냥 하나마나한 이야기에 불과하게 보일 따름이다.

이번 박래용 논설위원은 보다 구체적인 측면에서 선거의 변수를 점검하고 있다. 그는 세 가지를 들고 있는데 하나는 대통령 지지율이며, 두 번째는 보수야당의 판도이고 셋째는 보수통합의 가능성이다. 기실 보면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보인다. 어쨌든 간에 박 논설위원은 이러한 변수들을 통해 21대 국회구성에서 여야의 판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점검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선거공학적 판단이다.

그런데 박 논설위원이 이야기하는 변수가 과연 변수일까? 첫 번째, 대통령 지지율은 그 자체로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역대 총선이 그런 지표를 보여준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두 번째 세 번째 '변수'는 변수라기보다는 오히려 총선구도에 따른 결과물로 나타나지는 않을까? 

우선 첫 번째 '변수'라고 거론된 대통령 지지율과 총선결과에 대해서 보자. 역대 총선결과를 간단하게 다음처럼 분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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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사항: 

1. 13=16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득표율을 기준으로 전국구 의석을 배분하여 여당득표율은 지역구 득표율이나, 17대 총선 이후 비례대표제도가 도입되었으므로 여당득표율은 지역구득표율이 아닌 비례대표 득표율로 표기
2. 16대 총선은 IMF경제위기를 빌미로 국회의원 정수를 273명으로 축소
3. 19대 총선은 세종시 의석이 추가되어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이 됨
4. 16대 총선에서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은 의석 133석, 17대 총선에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의석 121석에 비례득표율 35.8%
5. 18대 총선에서 공천파동으로 여당이 분화해 친박연대가 출범했고, 친박연대는 당시 비례 득표율 13.2%를 기록

위에 정리해놓은 각 대통령 시기 총선의 결과와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기별 대통령 국정수행지지율을 보면 칼럼에서 이야기하는 '대통령 지지율 변수'라는 건 의외로 그다지 관련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통령 지지율보다는 오히려 대통령직 기간 중 어느 시기에 총선이 치러지느냐가 더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두 번째 변수와 세 번째 변수로 지적된 보수야당의 판도 및 보수통합은 어떤 변수가 될 것인가? 가장 큰 변수는 패스트트랙이다. 패스트트랙이 통과되면 아마도 자한당은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고, 정의당은 본전치기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그 외 야당은 어떨까? 호남기반의 평화민주당은 완전히 공중분해되겠지만 분화정립된 보수야당 몇은 아마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더민당은 본전치기 정도 할 것이고.

반면 패스트트랙이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양당체제 회귀다. 정의당은 중간에 껴서 오도가도 못하겠지만 오히려 이 경우 양당과 명확하게 각만 세울 수 있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녹색당과 노동당은 아마도 사멸각...

따라서 보수야당의 행보는 그 자체로 변수라기보다는 패스트트랙이라는 변수의 종속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칼럼이 이야기하는 변수라는 건 기실 변수도 아닐 뿐더러 근본적으로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다. 나는 오히려 이번 총선에서 철벽의 35%가 깨질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다.

수구정당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저 철벽의 지지율 35%대는 역대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간에 변함이 없이 유지되었다. 이명박 정권 후반기에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오히려 수구정당의 지지율이 42%대까지 치솟았다. 이건 뭐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되서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는 수치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변수는 영남을 중심으로 하는 수구정당의 지지율 형성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게 지속된다면 자한당은 굳건하게 꼴통짓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 벽이 깨진다면, 내지는 흔들린다면, 21대 총선에서 발생한 균열은 향후 대선과 22대 총선의 방향을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쪽으로 향하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여당인데, 더민당은 단군 이래 최대의 야당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망하지는 않아도 자한당을 멸하기는 요원한 상태가 유지될 듯 하다. 슬픈 건 진보정당인데, 하... 이건 진짜 뭐 답이 없다. 통합적 진보정당, 노동정치를 중심으로 하는 진보정당이 힘 있게 등장하지 않는 한 현재의 정의당만으로는 진보정치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우짤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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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5 18:02 2019/11/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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