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뭔가 많이 캥기나본데
유시민이 뭔가 두려운가보다. "우리 모두는 언제든 구속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한겨레: 유시민 "조국 사태는 누구든 구속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했다"
그렇지. 이번 사건은 말 그대로 '사태'라고 표현할만한 대형 사건이었다. 이 사회의 온갖 문제들이 조국이라는 사람 하나로 인해 불거지다보니 말 그대로 사태급이 아닐 수가 없는 거다. 특히 386으로 통칭되는 일군의 무리들 중 상당수가 수구 특권세력과 사는 모습이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것을 청와대 출신들이 연이어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전 민정수석이자 전 법무부장관의 작태가 역시 그러했다는 게 드러나는 건 사회적 파장이 대단할 수밖에 없는 사태였다.
이 와중에 이 사건을 '사태'화 하는데 기여한 자들이 바로 유시민같은 부류다. 유시민은 빠지지 않고 삽질을 하면서 이번 사건을 사태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번 발언은 아마도 그 과정의 백미 혹은 화룡점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양파껍질처럼 까고 또 까는데, 먼지 털듯이 사정없이 털어대는데, 검찰의 그 성화에 뭐 하나 안 떨어질 놈이 있겠냐는 그의 발언은 얼핏 그럴싸하다.
솔까 조국 아니라 그 누구라도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털리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걸 뭐 새삼스럽게 조국 사태를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는 말인가? 더 중요한 건 그렇게 탈탈 털어댈 정도로 검찰이 달라붙을 사람들은 한국사회에 그다지 많지 않다. 나도 싹퉁머리 없는 검사쉑히들 때문에 직간접으로 수많은 피해를 받았다만, 그거 다 좋건 나쁘건 간에 껀수가 있었기에 그랬던 거지 어지간한 사람들은 털릴 일이 없다. 검찰하고는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평생을 보내는 사람이 한국 국민의 절대 다수다.
중요한 건 검찰의 수사가 아니다. 조국 사태는 "누구든 구속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데 그친 게 아니라, 조국이나 유시민이나 황교안이나 나경원이나 이 땅에서 특권을 숨쉬듯이 만끽하며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드러나게 되었다는데서 사태가 된다. 검사에게 뭣같은 소리 듣지 않고 사는 사람이 천지 빼까리듯이, 저들과 저들의 자식들이 누리는 특권을 듣도 보도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 역시 천지 빼까리다.
이런 정황을 검토한다면, 유시민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바로 그 자신이 특권계급의 일원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것이 그로서는 두려운 거다. 특권을 누리지만 나랑 나경원은 달라요라고 인정받을 수 있어야 유시민의 존재가치가 있는 건데, 지금 그 틀이 무너지게 생겼다. 그것이 바로 조국 사태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지금 유시민의 입장에서는 조국이 저 황교안이나 나경원과는 뭔가 많이 다르고, 그 다름으로 인해 지금 수난을 받고 있고, 따라서 조국을 지키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몰아쳐야 하는 판국이 되어버렸다. 이걸 성공하면 '지식소매상'으로서 이 사회에서 존중도 받고 먹고 살 수도 있겠지만, 조국 수호가 실패하게 되면 자신 역시 황교안이나 나경원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이 사회의 특권계급의 일원으로 전락함으로써 그동안 쌓아왔던 존재가치가 일순간에 사라지게 될 것이므로.
그리하여 이제 유시민에게는 사실관계고 가치고 나발이고 그따위 거 개나 줘버린 채, 오로지 진영논리를 강화하여 조국을 순교자로 승화시키고 황교안, 나경원, 윤석열을 악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되어버린다.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건 여론을 등에 업는 것이며, 대중을 현혹하여 자신이 설정한 구도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태극기 휘두르며 광화문으로 가더라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적대가 온존해야 자신의 말빨이 계속 먹힐 수 있으므로.
유시민은 '지식소매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저열하다. '소매상'의 입장에서 필요한 장삿속만 있지 '지식'하고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그 장삿속마저 상도의라곤 어디 내팽겨쳐버렸는지 모를 정도로 치졸하기 그지 없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그토록 자신이 감싸고자 하는 조국을 점점 더 몰염치하고 부도덕한 자로 몰아가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유시민은 점점 더 조국 '사태'를 초유의 '사태'로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