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을 다시 생각하며
한미동맹과 미군주둔. 이건 포괄적으로는 정치적 문제이지만 아무래도 제도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겠다. 트럼프가 양아치인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와바리 관리를 Jot같이 하는 거는 곤란하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대중.대러 전진기지이고 주일미군은 아시아 방어선 본진이다. 이를 달리 보자면 주한. 주일미군은 한국과 일본의 이해관계와는 별개로 미국 본토방위를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핵우산'과 인계철선으로 미군의 주둔이 한반도의 군사균형을 유지하는 수단이라고 했지만, 그런 의미를 넘어선 건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좀 오래 잡으면 등소평이 흑묘백묘하기 시작하고 남한과 북한의 경제와 군비가 전도되었던 때까지 거슬러올라갈 수 있겠다. 조금 늦춰 잡더라도 소련이 붕괴했던 시기정도로 잡을 수가 있겠고, 더 늦게 잡더라도 최소한 한국이 IMF 체제를 넘어가면서부터는 더 이상 국제관계 속에서 과거의 의미로 주한미군의 존재가치를 볼 여지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인식에서야 비로소 '동맹'이라는 개념이 본래의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과거의 주한미군은 대국이 소국을 보호해주는 성격이 강했다면 오늘날에 와서야 양국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동일한 선에 놓고 이 상황을 논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트럼프의 행동은 바로 이 점에서 겨우 제 의미를 찾게 되는 '동맹'이라는 말을 쓰레기로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과거로 돌리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나와바리 주민들에게 보호비를 뜯는 양아치의 그것으로 바꾸고 있는 거다. 이러니 자국 내에서조차 국제적 동맹의 의미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난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이쯤 되면, 한국도 이제는 '동맹'의 차원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해보자고 나설 때가 되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SOFA도 개정하고, 북미관계에 한국의 비중을 높이고 이 과정에서 '동맹'에 부합하는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을 재구성할 수 있을 거다.
물론 현 정부가 대놓고 이렇게 나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으므로 사회의 제 구성원이 일정하게 역할을 분담하여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 거다. 특히 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중차대한 역할에는 악역(미국 입장에서는 선역)도 필요하다. 대표적으로는 자한당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같이 흔들고 있는 광화문 일대의 시위대와 결합하여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북한에도 퍼주는데 미국이 달라고 하는 것쯤이야 줘도 되잖냐고 떠드는 역할을 자한당이 하는 거다. 아주 걍 적성에도 맞고 비중도 상당한 역할이니 자한당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겠다.
반면에 다른 야당, 특히 정의당처럼 평소에 한반도평화와 남북관계개선을 주장하던 정당은 미국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미군이 한반도에 있는 한 토지 사용비용을 비롯한 각종 기간시설 이용의 비용, 군부대 유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에 대한 경비, 예를 들어 주둔지 토양오염 등의 원상복구비용 등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겠다.
주한미군의 수를 지금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합동훈련이 필요할 때 외부로부터 합류하는 방식을 취한다든가, 미군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는 대표적 불평등 조약인 SOFA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자든가 하는 걸 주장하는 건 정의당이 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의당은 외려 더민당이나 자한당이 해야 할 역할을 담당하고픈 모양이다.
뉴스1: 심상정 "한미 방위비분담금, 물가상승률 고려한 인상이 바람직"
어쩌면 심상정은 국회의원 수당(속칭 '세비')를 공무원 임금상승률과 연동하여 올리는 걸 염두에 두었나보다. 흐... 어쨌거나 중요한 건, 지금 비용을 대폭 깎아야 한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무슨 임금 올리듯이 물가상승률 운운하고 자빠진 대목에서 기함을 했다. 아닌 말로, 그놈의 물가인상률은 미국 물가를 이야기하는 건가 한국 물가를 이야기하는 건가?
이 대목에서 정의당이 '미군철수'나 '양키고홈'을 외치라고 하진 않겠다. 그런 거야 남한 최대의 통일운동조직인 민주노총(!)이나, 앞으로 통일운동에 일로매진하겠다며 총선출마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임종석이나, 기타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민통 활동가들이 외치면 될 일이다. 정의당은 이보다는 좀 더 온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온건한 것도 정도가 있지, 무슨 최저임금 올리듯이 방위비 분담금 이야기하는 건 앞뒤도 없고 계통도 없는 말일 뿐이다. 김종대가 코치를 잘 못하고 있나본데, 이 문제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되는 일이다. 가뜩이나 조국 때문에 안팎으로 피봤으면 이럴 때 좀 만회하는 맛이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