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뉴스 - 지소미아와 김진표
지소미아를 연장하기로...라기보다는 아예 효력중단조치예고를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한다는 청와대의 발표에 자민통 활동가그룹은 물론 그동안 일본과 미국에 대한 공세적 외교대응을 기대했던 사람들로부터 경악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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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 8월 이후 지금까지 지대한 논란을 야기했던 정부의 지소미아 대응은 그냥 하나마나한, 아니 처음부터 왜 했을까 싶은 조치로 끝났다.
물론 이 배경에는 주한미군 감축을 내건 막가파식 방위비분담금 증액요구를 하는 미국의 이해와 경제적 문제와 안보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묶어갈 수 있는 명분의 모호함 등 여러 문제가 작동하고 있기에 정부의 입장에서 상당한 곤란을 겪은 가운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오히려 그렇다면 이 정부는 애초 이러한 상황의 도래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지소미아 자체가 원래 미국의 요구로 인하여 오랜 시간 동안 논의되어왔던 것이고, 지난 정부 막판에 미국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정권의 몰락에 직면한 권력자의 입장을 몰아치면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이후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현정부의 숙제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이 정부가 자신의 숙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오답을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쨌거나 지소미아 연장불가방침은 애초에 그것이 적절한 방향이었는지가 의심스러운 것이었더랬다. 그 효과는 물론이려니와 이와 관련된 한미일 3국의 역관계가 과연 이러한 조치의 효과를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인지 등등. 그래서 처음 심상정이 지소미아 파기를 요구했을 때, 종국에 누가 이로 인하여 독박을 쓰게 될지, 혹은 웃게 될지 종잡을 수 없다고 했던 거고.
더구나 현 정권의 태도는 지소미아는 물론이려니와 그 이전에 비정규직 문제나 최저임금, 소득주도성장 등 기타 여러 행보가 내내 보여주기식으로 가다가 결국은 흐지부지되었던 바가 있고, 최근 대국민토론회에서 보았듯이 상황에 대한 이해를 대통령이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지소미아 역시 이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단을 결정한 것이 아니고, 언제든지 대외적 상황에 따라 도루묵이 될 수 있는 것임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가, 나는 실은 오후의 청와대 브리핑을 생방송으로 보면서도 그다지 놀라거나 분노하는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오늘 아침에 보았던 그 희대의 뉴스가 내겐 더 충격적이고 분노가 치밀도록 만들었던 거다. 그 뉴스는 다름 아니라 김진표가 차기 총리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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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따르면 김진표가 차기 총리로 물망에 올랐으며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경제통'인 김진표를 앉힘으로써 집권 후반기 경제문제에 대한 접근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그래서 기껏 김진표라니...
김진표가 얼마나 깨는 인간인지를 다시 복기하는 건 귀찮기도 하고 빡이 치기도 하니까 그만하고, 아무튼 이런 자가 총리 물망에 올라야 하는 이 정권에 대해 도대체 사람들은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뭐 어차피 내가 만든 정권도 아니고 이념적으로 가치지향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정권이 아니니 이 정권이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쓰던 김진표를 총리로 올리던 그게 뭔 상관일까 싶다만, 적어도 진보라는 게 보수보다는 반발짝 정도 더 앞으로 나가는 걸 의미한다면, 이 정권이 결코 진보 축에 들 수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아닐까 싶어 비감하다. 김진표라니...
그런데 사람들은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선 분개하면서 정작 김진표에 대해선 별반 반응이 없는 듯 보인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지소미아보다는 김진표의 등장이 더 위협적이고 우려스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