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좌파들의 자폭트리
조국을 보면서도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뭐 운동이라는 게 그냥 한 때 겉멋에 불과했던 자들이 시기적 상황적 특수성과 학연 지연 기타 인맥과 연관된 어떤 요건들에 의해 과잉된 상징권력을 획득했던 것이 아닌가 싶긴 하다. 조국도 그렇지만 조국 사태 벌어지자 갑자기 옛날에 했던 말들은 죄다 씹어먹고 조국 수호 투쟁의 전면에 나선 과거 운동권들이며, 지식인들이며, 교수들이 그렇다. 진보 지식인, 진보 교수라는 스탠스에 서 있지만,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이건 알고 보니 뭐 뚝배기에 든 것과 흉곽 안쪽에 든 것이 서로 딴 짓을 하는 사람들에 불과하니 놀랄 수밖에.
어제 경향신문 1면을 보고 난 후 느낀 그 복잡한 감정의 선들이 채 정리도 되지 않았는데, 아주 걍 여기에 똥물을 퍼 붓는 인간이 등장하면서 SNS가 들끓더라. 저 원주에 있는, 한국사회에서 사학비리라고 하면 가장 첨단에 서 있는 학교인 학교에서 교수직을 상당히 오랫동안 하고 있는 ㅎㅅㅌ라는 교수다. 울리히백 책을 번역해서 그거 하나로 기냥 지금까지 먹고 사는 자다. 지금도 가끔 어디 나가서 발표도 하고 그러나보다.
2000년대 초에 프라이버시운동 한참 할 때 한 두 번 본 적이 있다. 토론회에서 봤는데, 이 사람이 공식석상에 하는 말하고 뒷전에서 하는 짓이 다른데다가, 지문날인거부운동 청소년 활동가 하나가 그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 입학했는데, 당시 그 학교에서 지문으로 학생증 만들고 하는 일이 있어 이에 대한 조언을 구하러 학생이 그의 연구실을 찾았는데, 그걸 왜 나한테 와서 이야길 하냐며 역정을 내는 통에 그냥 다 관 둬버렸던 일도 있고.
무엇보다도 그 학교가 사학비리의 온상으로 사학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적폐가 다 터지고 있던 그 오랜 시간 동안, 다른 교수, 교직원, 학생들이 갖은 불이익을 당하면서 투쟁하고 있던 그 긴 시간 동안, 이 자는 단 한 번도 자기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그 일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 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밖에서는 무슨 위험사회가 어쩌고 저쩌고 하고 돌다아니는데, 몇 번 이야기를 들어본 바로는 도대체 이 사람이 공부를 하고는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고.
하도 SNS에서 말이 돌길래, 그의 페북을 처음으로 방문해봤는데, 역시 이건 공부하는 사람의 머리에서 나올 이야기들이 전혀 아닌 게다. 수준이 이건 뭐 말로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참담해서... 웃기는 건 저 부산외대의 ㅇㄱㅅ라는 떨거지가 이번에는 ㅎㅅㅌ를 까고 있더라는 거. 난 그거 보다가 그냥 바로 웃음이 터졌는데, 어쩌면 이런 인간들은 하는 짓이 이렇게 똑같으면서도 서로 뭐 묻었다고 손가락질들을 하는지...
한국에서 교수하는게 처음 그 자리에 들어갈 때만 어렵지 그 다음은 이렇게 놀고 먹는 일이 없는 듯하다. 엔간한 직장에서 이 주접들을 떨었으면 이것들은 벌써 모가지가 열두번은 더 날라갔을텐데...
결국 이들의 한계는 그거다. 옳은 소리 하는 게 그냥 한 때의 유행이라 따라했던 거고. 꼬랑지 끝에 있긴 존심이 상하니까 좀 앞에 나가서 큰 소리 좀 쳐봤는데 아니 이게 운때가 맞아서 그만 대단한 인간처럼 대접을 받게 되고. 그런데 사는 걸 보면 저 수구 모리배들 하는 짓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고.
이런 자들을 옆구리에 끼고 있으니 평등이고 공정이고 정의고 다 패션이 되고, 용두사미가 되고, 그냥 물거품이 되 버린다.
비루한 삶이라도 나는 그래서, 한 순간 유행에 휩쓸리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을 좀 더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