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김기현, 다음은?
하나는 막았다는 거고, 하나는 찔렀다는 건데, 막고 찌른 당사자가 같은 지붕에서 나왔다고 의심되는 상황이 지금의 상황이다. 그게 조국이냐 그 윗선이냐 뭐 이런 거 가지고 설왕설래가 있나본데, 누가 되었건 그 지붕 아래서 벌어진 일로 확인된다면 이건 뭐 기냥 청와대가 조선시대 경복궁 노릇을 했다는 거 외에는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과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민식이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건 관료제의 폐단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인 동시에 아직 한국의 시스템이 시민이 아닌 신민을 전제하고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징표다. 나랏님이 한 마디 거들기 전에는 서로 책임질 일 하지 않겠다는 관료주의가 판 치는 과정에서, 결국 나랏님이 한 마디 하니 이건 나랏님 말씀이니 한다는 알리바이가 성립한다. 동시에 나랏님께 직소를 하면 안 되던 일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줌에 따라 주권자로서 스스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신문고를 두드리기 위해 울며 줄을 서는 신민들이 육성된다.
이렇게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청와대에 있다는 것이 공연하게 되면, 권력자의 입장에서 내새끼는 막아주고 남의 새끼는 찔러버릴 수 있게 된다. 법치주의라는 건 여기서 종적을 감춘다. 유재수가 되었든 김기현이 되었든 간에, 방어와 공격의 진두지휘가 청와대 안에서 나오지 않았음이 입증되어야 향후의 사달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 그 다음에 또 누군가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어떤 음모론이 등장할지라도 그게 꼭 그렇지는 않을 거라는 희망을 남길 수 있다.
이게 현재의 사건들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가장 객관적인 입장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최대한일지 모르겠다. 청와대가 경복궁의 역할을 하는 시대라면, 그거야 말로 수구 반동의 시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