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모리배들의 본질을 알려면
생각난 김에 좀 정리를 해두자. 이거 역시 해파랑 간 길에 동행인들에게도 이야기한 거지만, 까먹기 전에 일기장에 기록을 남겨야겠다.
동행인들은 그나마 한국사회에서 '깨시민'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나도 뭐 정치판에 빨대 꽂아놓은 형편은 아닌지라 깊숙하고 깨는 이야기들을 알지는 못하지만, 나름 정치판 돌아가는 것에 대하여 몇 가지 이야기를 할 수준은 된다. 그런데 동행했던 분들은 이런 류의 이야기조차도 흥미진진한가보다. 그래서 주로 그들은 질문을 하고 나는 어줍짢은 답변을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누차 그분들께도 강조하는 거지만, 솔직히 생활인들이 정치판에 대하여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루 종일 먹고 사느라 정신 없이 돌아가는 그들의 일상에서 접하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란 고작해야 뉴스가 절반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나름의 시간을 들여 찾아보는 온라인 상의 각종 정보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게 내용이라든가 방향에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취사선택의 과정이라는 것이 학자들이 하는 것처럼 각종의 정보를 교차검증하고, 근거를 찾아 각주를 붙이고, 가설과 검증을 통한 이론의 구성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 장삼이사의 취사선택이란 확증편향적 정보에 국한되기 일쑤다. 그나마 같이 간 동행인들은 스스로의 고민의 끈을 놓치지 않는 분들이기에 확증편향에 의한 외골수적 당파성이 없는 분들이기이에 다행이었다.
어쨌든 그러다보니 서로 간에 정치적 입장에 의하여 다툼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 입장이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정권에 대한 입장, 조국사태와 같은 사회적 사건에 대한 입장, 김어준이나 유시민 같은 뉴스메이커들에 대한 입장 등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에 대한 개념 역시 동행인들은 보수언론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으로 인하여 혼란을 겪고 있었다.
여러 이야기가 나왔고, 실상 내가 한 이야기가 정답은 아니라는 점 역시 분명히 강조해야만 했지만, 확실히 전제가 다른 입장이 만나 어떤 사안을 이야기한다는 건 논의가 성립되기조차 힘든 일임을 여실히 깨달아야만 했다. 그 와중에 나는 나 나름대로 상식적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준에 대해 내 입장을 이야기하였다. 사건에 대한 입장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도 황우석 사태 당시 한 마디씩 했었던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상식적 시민과 곡학아세와 아전인수로 혹세무민하는 자들이 구분된다고 본다. 황우석의 사기행각을 번연히 알면서도 감싸고 돌았던 자들은 이번에도 조국을 감싸고 돌았다. 이들은 통상의 상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파성에 근거하여 진영논리를 정의의 논리로 왜곡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김어준이나 유시민.
김어준과 유시민 덕분에 정치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어떤 동행인에게는 상당히 미안한 노릇이지만, 이런 자들이 이야기하는 정치라는 게 과연 어떤 정치일지 생각하면 끔찍하다. 간신모리배들이 하는 짓은 곧잘 정치로 포장되지만, 결국 역리를 순리로 대체한다는 정치의 본연은 사라지고 역리가 순리를 대체하는 혼란만 남게 된다.
자한당만 사라지면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처럼 말하는 저들이 실제로는 자한당 부류와 똑같은 것들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 날이 곧 오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그 기대가 말여, 지금 도대체 몇 년째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