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청와대 압색 -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일전에 해파랑길을 다녀올 때, 아, 그러고보니 그거 정리해서 올려야 하는데 안 올리고 있었네... 쩝... 암튼 그 때, 동행인과 이야기 중 동행인이 "검찰이 이렇게 가면 어디까지 갈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난 당연히 검찰의 생리상 물고 뜯다가 껀수가 나오면 반드시 최고권력자에게 칼을 들이 밀 거라고 했다. "당연히"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는데, 그건 이 땅에서 검찰과 권력 간의 관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측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미 어떤 선을 넘은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기 시작한다.
기사에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윤건영 청와대 상황실장이 유재수 전 부시장, 천경득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 함께 인사 논의 등을 한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법원이 이같은 물증에 근거해 영장을 발부한 게 아니냐"는 거다. 즉 범죄사실의 정황이 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 압색의 필요성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할 정도의 뭔가가 있었지 않았냐는 거다.
일전에 청와대가 창과 방패 노릇을 한 정황이 드러나게 되면 결국 최고 권력자까지 칼끝이 미치게 될 사달이 일어날 수 있음을 지적했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아무리 검찰이 막간다고 해도 어느 정도 앞뒤를 재게 되어 있는 건데, 이쯤 되면 잴 거 다 쟀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음 수순이 어찌 될지 주목된다. 건더기가 나오면 정권은 그대로 레임덕이지만, 국물도 없더라는 식이 되면 검찰은 뚝배기 깨지는 소리를 제 귀로 듣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거다.
무엇보다 이 와중에 날은 추워지고, 정작 세간의 관심을 받아야 할 고공에 올라가 있는 노동자들은 속절없이 얼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