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의 비난이 짜증나는 건
심재철이 정의당을 비난한다.
한국일보: 심재철 "자신이 발의한 법안 상정 반대는 코미디"
선거법 개정에 관한 합의가 순탄치 않자 더민당이 원안발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의당을 협박했다. 정의당은 곧장 반발했다. 문제는 '원안'의 기획이 정의당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형식적으로만 보자면 심상정이 상정한 심상정안을 심상정이 반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건 분명하다.
순서를 보면 이렇다. 원안이 제출되었고, 이거 가지고 난장판이 벌어지면서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되었다. 본회의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각 당이 논의를 개시했다. 논의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이 일어나고 관련한 밀당이 이루어지면서 일정하게 양보가 만들어졌다. 정의당은 원안보다 후퇴한 안이지만 다만 반 발자욱이라도 나가보자며 합의를 해주려고 했고. 정의당이 여기까지 물러난 건 정의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로부터 불거진 원안에 대한 반발이 너무 심하기에 원안대로 올라가면 통과가 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민당은 더 욕심을 냈다. 그나마 합의한 것도 물르고 애초 바꾸나 마나 한 수준으로 선거법을 퉁치자고 요구한 거다. 당연히 정의당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랬더니 더민당이 원안대로 올리겠다고 겁박을 한다. 다시 말하면 아예 이 선거법 개정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거다. 즉 일을 그르치게 만들겠다는 게 더민당의 주장인 거다. 일을 그르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원안의 상정을 반대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정의당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걸 심재철이 찔러댄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예의 내막을 죄다 꿰고 있을 수가 없으니 얼핏 보기에 심재철의 비난은 그럴싸 하다. 정의당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을 노릇이다. 심재철의 저 발언은 상도덕도 없는 발언이라고 욕을 먹어 싸다.
이 상황에서 구태여 덧말을 붙이자면, 애초에 이 패스트트랙 작전이 절차적으로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소정당들의 이합집산이 패스트트랙에 힘을 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산술적 계산에서도 좋지 않았다. 또한 더민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검찰개혁을 위해 자한당과 딜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좋지 않았다. 뭐 그 외에도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패스트랙으로 올리는 건 무슨 합리적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좋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 좋지 않은 절차의 한계가 지금 드러나고 있다. 마치 패스트트랙으로 올리면 어떻게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던 하승수 변호사나 정의당의 태도는 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으로서의 태도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