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둘레길
다음 주 한라산 등정을 하기로 일정을 잡고 나니 생각나는 게, 아니 이거 이 체력으로 백록담 찍고 내려올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덜컥 밀려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신정 휴일에 둘레길을 걷는 것으로 일단 체력판단을 해보자고 약속을 한 터였다.
그런데, 컴알못이 자력으로 윈도를 밀어본답시고 달라붙었다가 결국 하루 종일 모니터만 쳐다보는 사태가 발생했다. 컴터의 성능이 모자란 건 아닌데, 뭘 잘못 깔았는지 결국 뻑이나고 말았고, 그래서 다시 밀고 깔고를 반복했더니만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일정에 삑사리가 나니 짝꿍의 스트레스가 폭발했고, 결국 윈도10을 깔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둘레길을 걷는 사태가 발생했다. 줴기랄...
코스는 북한산 둘레길 8구간 중간에서 시작해 7구간을 돌고 오는 것. 원래는 8구간 중간에서 시작해 7구간을 타다가 인왕산을 향해 턴을 한 후 홍은동 가는 길을 일부 돌다가 산골고개 생태통행로쪽으로 내려오는 길을 잡았으나 심통이 난 짝꿍이 그냥 북한산 둘레길만 돌겠다고 하여 그대로 수행. 마소의 노예에서 이젠 짝꿍의 당나귀가 되었도다. ㅠㅠ
뭐 이런 거야 그냥 우스개고, 날이 싸늘했지만 언덕배기를 오르내리니 땀이 금방 난다. 북한산 자락은 여전히 환상적이고, 휴일을 맞아 꽤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는 둘레길엔 잎을 떨군 나무들 사이로 유독 소나무들이 푸르게 빛난다. 나도 저리 늘 푸르게 살리...는 고사하고 일단 올 한 해 먹고 사는 일이라도 좀 손에 들어오길.
음력으로 새해를 세지만, 이제 제사 차례를 다 파하다보니 어째 신정이 더 새해같다는 느낌이 든다. 올해는 자주 산길을 돌고 산의 기운을 받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러고보니 새해 결심 뭐 이런 것도 별로 하지 않았지만서도, 작년에 일기 삼아 블로그질을 다시 시작했으니, 올해는 꾸준히 글을 남겨보는 것도 목표로 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