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하태경이 금태섭을 변호하냐
하태경이 금태섭을 변호한다. 하태경이라고 해서 뭐 입 닥치고 있으라는 법은 없지만 저건 실은 변호라기보다는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 퍼붓는 격이지. 본질은 오히려 금태섭 엿 먹이는 거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렇고.
뷰스앤뉴스: 하태경 "민주당의 금태섭 겁박은 5공식 행태"
하태경의 말 중에 당이 소속 의원에게 당론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그건 그냥 형식논리고. 아니 당론을 안 따를 것 같으면 같은 당에 있을 필요가 없지. 물론 모든 당론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당론이라도 언제나 거스를 수 있다는 건 강력한 정치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함께하는 정치조직인 정당을 함께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하태경의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그건 케이스바이케이스로 판단할 일이다.
이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금태섭의 기권은 예상했던 바가 아닌가? 그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 나름 소신껏 공수처 설치가 가진 문제를 지적해왔다. 그래서 이번 의결과정에서 당론과 배치되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적절한 방식으로 기권을 선택했다. 반대를 한 것도 아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서 금 의원을 비판하는 것 역시 예상 가능한 일이다. 당론을 따르지 않은 소속 당원에게 비판이 가해지는 건 논리적 귀결이다. 그 비판이 도를 넘어서 마치 변절자 취급하는 건 문제지만, 금 의원 본인 또한 이 정도 감내할 의지가 있었을 것이다. 쥐뿔도 아닌 내가 어디 가서 공수처법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도 욕을 처먹는 판에 그걸 추진한 정당의 일원이 기권을 행사한다면 그보다 더한 욕을 처먹을 각오야 마땅해 하지 않았을까 싶다.
금태섭을 비난하는 자들보다 더 역겨운 건 공수처법 통과되자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 자축하는 무리들 중에 일부다. 예컨대 조국. 그냥 국으로 가만히 있지, 그새를 못참고 또 페북에다 뭘 끄적여놨다. 자신으로 인해 공수처법의 통과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조금은 자숙하고 송구스러워해야 하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거듭 하태경에 대해 말하자면, 헌법에 의하여 국회회의원은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 기관이므로, 정당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민 전체의 의사를 대변해야 한다는 건 고려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애초 그러한 기준을 전제하고, 국민 전체의 의사에 복무할 수 있는 이념과 정책에 따라 결사한 것이 정당이다. 정당의 특수성을 이해한다면 하태경의 말이 그냥 지 편한 대로 입장에 따라 내뱉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정작 하태경은 손학규와의 관계나 바미당의 운영과정에서 국민 전체의 의사를 반영하여 활동했던가. 게다가 저야말로 5공의 방계들과 함께 하는 주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