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는 다 어디로 갔는가?
묘한 일이다. 정경심의 문자, "강남 건물주"의 욕망에 대한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는 중에 눈에 확 띄는 평가들이 있다. 평소 이 땅에서 가장 빨갱이스러운 활동을 했던 사람들의 평가들. "강남에 건물 가지려는 게 뭔 죄냐, 그 방법이 뭣같으니까 문제지."
그런가? 난 이들이 좌파였다는 게 믿어지질 않는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모르겠다. 이 멘트를 날리는 사람들은, 내가 아는 한 노동당이나 변혁당, 내지는 그것도 부족하다고 하면서 데모당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좌파가 언제부터 "강남 건물주"의 욕망을 긍정했나? 이게 무슨 1년에 한 번은 잘 차려 입고 오페라를 관람한 후 고급 포도주 한 잔에 기름기 도는 스테이크 썰어보는 거하고 같은 건가?
과거 '싸우나'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 한 선배는 이런 부르주아지의 퇴폐적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면 목소리를 높이다가 일단 한 번 맛을 보고 나더니 모든 노동자가 싸우나를 가는 세상이 노동해방의 세상이라고 주장하더라. 난 적어도 좌파가 이 정도 패기는 있는 줄 알았다.
시대가 변해서인지 모르겠네. 아니 좌파가 "강남 건물주"의 욕망을 긍정하다니. 모든 노동자가 강남 건물주 되는 세상이라도 꿈꾸는 건가? 아니면 모든 노동자가 1년에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강남 건물주" 노릇 해보자는 걸까?
기본적으로 이 사회에서 "강남 건물주"라는 건 좌파가 혁파해야 할 대상이지 그 존재를 긍정할 대상이 아니다. 누구나 강남 건물주가 될 수 있지만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는 식의 관점은 한나라당 지지자나 민주당 지지자들이 취할 관점이고.
이 사람들이 정신 내주는 대신 나이를 받아 처 드셨나 모르겠는데, 아무튼 참 씁쓸하다.